[더팩트 | 최정식기자]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세계 5위, 스위스)가 통산 11번째로 윔블던 결승에 진출했다.
페더러는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벌어진 남자단식 준결승에서 토마시 베르디흐(15위, 체코)를 2시간 18분 만에 3-0(7-6 7-6 6-4)으로 꺾었다. 두 차례나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으나 이번 대회 무실세트 행진을 이어갔다. 샘 퀘리(28위, 미국)에게 3-1(6-7 6-4 7-6 7-5)로 역전승을 거둔 마린 칠리치(6위, 크로아티아)와 우승을 다툰다.
페더러는 1999년 첫 출전 이후 올해까지 19년 연속 윔블던에 출전했다. 처음 정상에 오른 2003년 이후 15번 가운데 11번 결승에 진출했다. 윔블던은 물론 4대 그랜드슬램대회를 통틀어 최다 기록이다. 이제까지는 라파엘 나달(2위, 스페인)의 프랑스오픈 10회 결승 진출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 페더러 이전 윔블던에 강한 모습을 보였던 보리스 베커(독일)와 피트 샘프러스(미국)는 7차례 결승에 진출했다.
통산 그랜드슬램대회 결승 진출도 29회로 2위 나달(22회)과 차이를 유지했다. 결승에서 칠리치마저 누른다면 8번째 윔블던 우승의 위업을 이루게 된다. 7회 우승의 샘프러스는 2위로 밀려난다.
테니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남자 선수로 꼽히는 페더러지만 지난 2012년 윔블던에서 우승한 뒤 지난해까지 메이저 우승이 없었다. 그런데 올해 호주오픈에서 우승한데 이어 윔블던 패권마저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결승에 올랐다.
순항의 이유로 다른 강자들의 부진을 꼽을 수 있다. '빅4' 가운데 4강까지 남은 선수는 페더러뿐이다. 나달은 16강에서 질 뮐러(26위, 룩셈부르크)에게 져 탈락했고, 지난해 챔피언인 앤디 머리(1위, 영국)는 8강에서 퀘리에게 발목을 잡혔다. 가장 큰 걸림돌로 4강 격돌이 예상됐던 노바크 조코비치(4위, 세르비아)는 올해 계속되고 있는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8강에서 베르디흐에게 기권패했다.
그러나 36세의 나이로 전성기를 지났음에도 여전히 윔블던 최강의 모습을 지키고 있는 힘은 강력한 동기 부여와 집중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페더러는 8강에서 밀로시 라오니치(7위, 캐나다)를 물리친 뒤 "테니스 인생의 종반부에도 늘 강한 선수로 남아 있고 싶다"고 말했다. 그럴 수 있는 좋은 무대가 윔블던이다.
페더러는 이번 윔블던을 위해 프랑스오픈에 불참하며 클레이코트 시즌을 건너 뛰었다. 클레이코트와 잔디코트는 특성이 정반대다. 클레이코트 시즌은 길고 잔디코트 시즌은 짧다. 전성기라면 몰라도 클레이코트 시즌을 소화하면서 잔디코트 시즌을 준비하기 쉽지 않다.
지난해 윔블던 4강에서 라오니치에게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훈련이 부족했고 허리와 무릎에 문제가 있었다. 지난해의 교훈으로 페더러는 프랑스오픈을 포기하고 윔블던에 집중했다. 훈련과 컨디션 관리 등 준비가 충분했다. 그 결과 역사적인 8번째 우승의 가시화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malish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