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식의 농구생각] 여자프로농구에는 왜 여자 감독이 없을까?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여자프로배구 현대건설이 4일 이도희 신임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과 함께 프로배구에 두 명의 여자 사령탑이 활동하게 됐다. 이들 이전에는 GS칼텍스를 이끌었던 조혜정 전 감독이 있었다.

이도희 감독 선임을 보면서 여자프로농구에는 언제쯤 다시 여성 감독이 나타날지 궁금해진다. 여자프로농구에서는 이옥자 KDB생명 전 감독이 유일한 여성 감독이었다. 일본여자농구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았던 그는 2012~2013 한 시즌만을 치르고 감독 자리에서 내려왔다. 유영주 조혜진 등 감독대행은 있었지만 정식 감독은 단 한 명뿐이었다. 실업농구 시절에는 박신자씨와 이옥자 감독이 사령탑이었던 적이 있다.

왜 여자프로농구에는 여성 감독이 없을까? 그 이유가 차별이냐 능력이냐를 놓고 이전에도 논쟁이 있었다.

이전 여성 지도자들이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이전의 실패들을 개인의 능력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보편적인 한계로 보는 것이다. 선수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박미희 감독은 자신이 잘해야 후배들에게도 기회가 생길 것이라는 생각에 부담이 컸다고 한다. 2016-2017시즌 흥국생명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면서 그런 부담을 덜었다.

여자 선수들이 여자 감독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한 농구인은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같은 여자니까 선수들과 잘 맞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고 말했다. 오히려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감독이 없을 뿐 코치는 드물지 않다. 그런 이유라면 코치 역시 문제가 된다. 이 역시 일부의 경우를 근거 없이 보편화한 것이다.

사실 팀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자리도 자주 생기지 않는다. 여성이라서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경쟁 자체가 치열하기 때문에 우연히 여자 사령탑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배구도 마찬가지 아닌가?

한 여자농구 관계자는 "편견은 분명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런 편견이 여자 감독 선임에 실제로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 여자 지도자를 감독 후보로 올린 적이 있다. 그런데 윗선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결국 없던 일이 됐다"고 말했다.

여자농구에도 배구의 박미희와 이도희 같은 인물들이 있다. 선수 시절 스타로 활약했고, 은퇴 후 코치와 해설위원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남자 지도자들보다 뛰어난 자질을 갖고 있는데 차별 때문에 능력을 썩이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성 지도자가 감독 선임의 고려 대상이 되려면 좀 더 높은 자격을 갖춰야 하는 것이 현실임은 틀림없다.

여자프로농구라고 해서 여성 감독이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적임자가 아닌데 여성이라고 뽑는 것은 더 문제다. 그러나 농구가 아닌 어떤 분야라도 잠재적인 전문 인력의 절반을 우선적으로 배제하고 인재를 기용한다면 발전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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