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2017년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 참가한 한국 선수단이 23일 금메달 2개를 추가해 모두 14개로 역대 최다 금메달을 기록했다. 이전 최다 금메달은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대회 때의 13개였다. 큰 의미를 둘 만한 성과다. 그러나 이번 아시안게임 성적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시각으로도 볼 필요가 있다.
아시안게임은 그 자체로도 큰 대회지만 이번 대회는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1년 남겨둔 지금 개최국인 한국의 동계스포츠 경기력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있는가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아시아 대부분 국가의 동계스포츠가 낙후돼 있기 때문에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등 극히 일부 종목을 제외하면 평창올림픽의 메달 가능성을 점쳐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이전 아시안게임과 비교해 전반적인 수준의 진전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2011년 남아공 더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평창의 동계올림픽 개최가 결정됐다. 그리고 6년이 지났다. 그동안 한국은 올림픽 종목 전체에 걸쳐 경기력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다. 개최국으로서 많은 메달을 따고 높은 순위에 오르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올림픽을 잘 치르기 위해서는 동계스포츠 전반에 걸쳐 문화적 이해와 관심이 자리잡아야 하고 그 바탕이 되는 것이 경기력이다.
한국은 밴쿠버 올림픽을 통해 세계적인 빙상 강국의 면모를 과시했지만 동계올림픽 유치가 쉽지 않았다. 빙상 이외의 대부분 종목이 '변방' 또는 '불모지'라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각 종목이 앞다퉈 귀화 선수를 영입한 것도 꼭 메달을 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기간에 일정 수준의 경기력을 갖기 위해서였다.
이번 삿포로 대회 바로 전의 아시안게임은 2011년 1월30일부터 2월6일까지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렸다. 평창이 올림픽을 유치하기 5개월 전에 열린 이 대회에서 한국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12개 동메달 13개를 따냈다.
이번 대회에서 현재까지 따낸 금메달 14개 가운데 11개가 빙상에서 나왔다. 알마티 때는 13개 가운데 9개가 빙상의 금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빙상 이외의 금은 스노보드(2개)와 크로스컨트리에서 나왔다. 알마티 때는 알파인 3개를 포함해 스키 금메달이 4개였다.
전통적으로 아시아 무대에서는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었던 알파인은 아직 경기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사실상 노메달이다. 23일 강영서가 여자 대회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이는 1~3위를 일본이 휩쓸었기 때문에 한 국가의 메달 획득 제한 규정에 따른 것이다.
꾸준히 기량을 향상시켜온 남자 아이스하키는 카자흐스탄에 완패하며 여전히 먼 세계와의 거리를 확인했고, 한때 아시아 정상권이었던 스키점프는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아 오히려 후퇴한 느낌이다.
물론 빙상 이외 종목이 답보 상태라고 말할 수는 없다. 스노보드에서 2관왕에 오른 이상호 등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고 비록 김마그너스 개인의 활약에 힘입은 바 크지만 크로스컨트리도 상당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메달은 어렵게 됐지만 아시안게임 첫승에 이어 중국까지 꺾은 여자 아이스하키의 분전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무엇보다 이번 아시안게임 종목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눈부신 성장을 해온 썰매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 대회와 비교할 때 전체 종목의 고른 경기력 향상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단기간에 동계스포츠 수준을 높이기 쉽지 않다는 것, 평창올림픽과 그 이후 동계스포츠 확산을 위해 갈 길이 아직도 멀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삿포로 아시안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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