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새해를 맞으면 누구나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을 다짐한다. 스포츠 스타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눈은 좀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정유년(丁酉年) 새해가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 이들이 있다. 누구에게는 부상과 부진에서 벗어나 재도약하는 한 해, 또 누구에게는 새로운 무대에 도전하는 한 해다. 그런가 하면 자신의 선수 인생을 정리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려는 이도 있다. 2017년 주목할 스포츠 스타 10명을 뽑아 봤다.
정현
'한국 테니스의 희망' 정현(21)에게 지난해는 이보 전진을 위해 일 보를 후퇴한 1년이었다. 커리어 하이인 세계 51위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프랑스오픈이 끝난 뒤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4개월의 공백 기간 동안 포핸드 스트로크와 서브를 집중적으로 보완한 뒤 9월에 돌아와 챌린저에서 두 차례 정상에 오르며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루예순(대만, 세계 64위) 등과 함께 한 태국 동계훈련을 통해 자신감을 되찾은 정현은 인도에서 열리는 첸나이오픈에 출전, 이미 2017시즌을 시작했다. 오는 16일 개막하는 호주오픈은 의미가 크다. 시즌 첫 그랜드슬램대회이기도 하지만 지난해 이 대회에서 당시 세계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를 상대로 선전했던 좋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104위로 시즌을 시작하며 투어선수로 복귀하는 그가 2년 전 이상의 활약을 펼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박성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17시즌이 오는 26일부터 열리는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을 시작으로 막을 올린다. 새 시즌에 주목받는 선수 가운데 한 명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통산 10승을 거둔 박성현(24)이다. '세계 10위 이내 선수 가운데 지난해 유일하게 LPGA 투어에서 활약하지 않은 선수'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2017시즌 LPGA 투어 무대에 정식으로 데뷔한다.
비회원 자격으로 이미 여러 차례 LPGA 투어 대회는 물론 메이저 대회에서도 우승 경쟁을 벌였던 박성현은 이번 시즌 LPGA 투어에서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히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LPGA 판도를 좌우하고 있는 한국 여자 골프는 박성현의 가세로 올해 더욱 강력한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이종현
프로농구에서 10년에 한 명 나올까말까한 신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국가대표 센터 이종현(23)이 마침내 데뷔한다.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울산 모비스에 뽑혔지만 부상 때문에 2016~2017 프로농구 코트에 서지 못하고 재활에 열중해 왔다. 오는 9일 정밀검진을 통해 복귀 시기가 결정되는데 이르면 이달 안에 데뷔전을 치를 수 있다.
이제 프로에 첫 발을 내딛는 루키이지만 뛰어난 신체 조건에 '농구 지능'까지 높아 프로 무대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모비스는 이종현 외에 국내 최고 가드 양동근도 개막 직후 부상으로 수술을 받아 전열에서 빠져 있었지만 중위권을 지키며 선전했다. 이제 둘이 돌아오면 프로농구 판도에 큰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
이상화
2010년 밴쿠버 올림픽과 2014년 소치 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2연속 금메달을 딴 한국 빙상의 간판스타 이상화(28)는 올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4차 대회 500m에서 은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따는 데 그쳤다. 허벅지와 무릎 부상으로 스타트 동작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선택과 집중을 위해 월드컵 5,6차 대회를 포기하며 컨디션 회복에 주력한 이상화는 다음달 9일부터 강릉에서 열리는 ISU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 시즌 첫 정상을 노린다. 그 뒤 19일 일본에서 열리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도 참가한다. 1년 여 남은 평창동계올림픽에서 3연속 금메달의 위업을 이룰 수 있을지 가늠하는 무대가 된다.
이승엽
'국민타자' 이승엽(41)에게 3월31일 개막하는 2017 프로야구는 현역 선수로서 마지막 시즌이다. 이미 올해를 끝으로 은퇴할 것을 선언했다. KBO 사상 최초의 통산 4000루타와 1500타점,1300득점 등의 대기록 달성이 예상되지만 역시 이승엽 하면 떠오르는 것은 홈런이다.
이승엽은 팬들과 이별을 앞두고 다시 한번 최고의 홈런 타자로서 강력한 이미지를 남기기 위해 타격 자세를 수정하고 새 배트도 주문했다. 마지막 해에도 3할 타율, 100타점과 함께 30홈런을 기록하겠다는 약속으로 올시즌 프로야구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
류현진
LA 다저스 류현진(30)은 어느새 팬들에게 잊혀진 이름이 됐다. 2015년 어깨 관절 와순 수술을 받았고, 지난해 복귀했지만 1경기에 등판한 뒤 다시 부상자 명단에 올라 팔꿈치 관절경 수술을 받았다. 2년 동안 수술과 재활로 마운드를 떠나 있는 동안 처지가 크개 달라졌다. 신인 때부터 3선발로 활약한 그가 이제는 선발 자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4월2일 메이저리그 개막을 앞두고 부활을 노리는 류현진은 스프링캠프에서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신뢰를 얻기 위해 새해 벽두부터 서울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승우
한국 축구의 차세대 스트라이커 이승우(19)에게 지난해는 매우 중요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징계가 풀려 3년 만에 다시 FC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훈련과 경기를 소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꼭 1년 전 18세가 돼 후베닐 A팀에 합류한 그는 2016~2017시즌 들어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다.
동 연령대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는 그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가 오는 5월20일부터 국내에서 열리는 FIFA 20세 이하 월드컵이다. 바르셀로나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그가 홈에서 열리는 세계 대회를 통해 보여줄 모습이 벌써부터 관심을 끈다.
박태환
'마린보이'는 다시 예전의 기량을 찾을 수 있을까. 지난해 우여곡절 끝에 출전한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던 박태환(28)은 연말 국제수영연맹(FINA) 쇼트코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3개를 따내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쇼트코스 대회에서의 성적만으로 재기를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가능성 만큼은 충분히 확인한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입증할 무대가 오는 7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다.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가기 위해 올림픽 이후 강행군을 마다하지 않은 그의 굳은 의지가 빛을 볼 수 있을지에 눈길이 쏠린다.
양학선
'도마의 신' 양학선(25)도 부상을 털고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 체조 도마 금메달리스트인 양학선은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리우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지난해 전국체육대회에서 1위에 오르며 복귀한 그는 부상에 따른 심리적 위축에서 벗어나 다시 세계 정상을 바라보고 있다.
규정 변경에 대비한 새로운 기술을 연마하며 2020년 도쿄올림픽을 겨냥하고 있는 그의 국제대회 복귀전은 8월19일부터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하계유니버시아드다.
윤정환
일본에서 지도자로 성공해 금의환향했던 윤정환(44) 감독은 국내 복귀에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2015년부터 2년 동안 K리그 울산을 지휘했지만 첫해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졌고, 올해 4위에 올랐지만 결국 일본 복귀를 선택했다.
윤 감독은 현역 선수 생활을 마쳤던 사간 도스에서 코치를 거쳐 2011년 감독으로 부임했고 그해 팀 역사상 첫 J1 진출을 이뤄냈다. 3년 만에 복귀한 J리그에서 맡은 팀 역시 그가 선수 생활을 했던 세레소 오사카. J2에서 4위를 기록한 뒤 승격플레이오프를 통해 3년 만에 J1으로 올라간 세레소 오사카를 이끌고 그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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