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하는 박지수, 준비 안된 KB스타즈

KB의 슈퍼루키 박지수가 올시즌 눈길을 끌고 있는 하나은행의 신예 가드 김지영을 막아서고 있다.WKBL 제공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여자프로농구 KB스타즈의 안덕수 감독은 19일 KEB하나은행과 홈경기를 앞두고 대형 신인 박지수에 대해 "한 해, 한 해가 지날수록 좋아질 것"이라며 "진가는 2,3년 뒤에 나타난다. 그때까지는 프로 적응기간"이라고 말했다. '한 경기, 한 경기를 치를수록'이 아니라 '한 해, 한 해가 지날수록'이었다. 놀라운 얘기였다. 그것이 여유든, 인내심이든.

이날 프로 두 번째 경기에 나선 박지수는 31분 3초를 뛰며 13점 9리바운드 1어시스트 1블록슛을 기록했다. 지난 15일 우리은행과의 데뷔전에서는 25분 41초 출장에 4점 10리바운드 2블록슛 1스틸을 올렸다. 기록의 변화는 큰 의미가 없었다. 중요한 것은 KB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박지수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발등 부상으로 뒤늦게 합류한 터라 박지수를 최대한 활용하는 전술을 마련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농구에는 기본적인 공격 패턴들이 얼마든지 있다. 박지수처럼 강점이 뚜렷한 선수를 갖고 있다면 경기 운영을 통해 충분히 상대 수비를 곤혹스럽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2쿼터에 하이포스트의 카라와 로포스트의 박지수가 높이를 이용해 쉽게 골밑 득점을 만들어내는 장면이 연속해 나왔다. 이 포스트 플레이도 준비된 것이 아니라 두 선수의 순간적인 호흡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게 다였다. 15점차로 뒤진 가운데 맞은 4쿼터에 박지수가 7점을 올리며 분전한 것은 승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결국 KB는 61-70으로 완패했다.

박지수의 몸 상태는 아직 완벽하지 않다. 어리기 때문에 경험도 부족하고 보완해야 할 점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박지수는 국가대표팀에서 센터로 활약했던 선수다. 그가 없었다면 리우올림픽 최종예선에서 한국이 그정도로 선전하기 힘들었다. 미래에는 더 든든한 기둥이 되겠지만 현재의 기량으로도 팀에서 가장 핵심적인 전력이다. 야투 시도가 동료 외국인선수 피어슨의 절반이었지만 같은 득점을 올렸다. 문제는 공격때 그에게 스크린과 공격리바운드 외에 별 기대가 없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이렇다할 전술이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과 하나은행 이환우 감독대행이 박지수의 높이에 대비한 모습을 보여준 것과 대조적이다.

안 감독은 경기 후 "첫 경기보다 득점력이 훨씬 나았고 리바운드도 10개 가까이 잡았다. 헬프디펜스도 괜찮았다. 힘이 더 붙으면 플레이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알아서 잘하라'는 말로 들린다. 부상으로 빠져있는 주전 가드 홍아란이 돌아오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 역시 게임 리딩이 뛰어난 가드는 아니다. 주포 강아정이 부진한 상황에서 팀 전술마저 부재하다면 홍아란과 김보미가 모두 돌아온다 해도 달라질 게 없다.

박지수는 KB 선수이지만 리그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으며 프로에 들어온 대형 유망주다. 어쩌면 박지수가 다른 팀에 뽑히는 게 여자프로농구를 위해서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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