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한국 여자농구의 희망 박지수(18, 193cm)가 마침내 프로에 데뷔했다.
올해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KB스타즈에 뽑혔지만 발등 부상 때문에 벤치를 지켰던 박지수는 17일 청주에서 벌어진 삼성생명 2016~2017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과 홈경기에 출전했다. 25분 출장에 4득점 10리바운드 2블록슛 1스틸. 팀이 41-59로 패했고 그 자신도 "실망스러웠다"고 아쉬워했지만 수비와 리바운드에서 슈퍼 루키다운 활약을 펼쳤다.
박지수는 리그를 좌지우지할 대형 센터로 성장할 수 있을까. 대표팀에서 박지수를 지도했던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지금 당장 팀의 전력을 크게 끌어올리기는 어렵지만 앞으로 프로에 적응하면서 갈수록 좋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지수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은 그가 이전의 장신 선수들에게 없었던 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190cm가 넘는 큰 키에도 유연성이 뛰어나고 점프력도 있다. 속공에 가담할 정도의 기동력도 갖췄다. 센터로서 필수적인 피딩 능력이 뛰어나고 중거리슛도 정확하다. '여자 김주성'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키만 큰 것이 아니라 윙스팬이 195cm를 넘을 정도로 팔도 길다. 리바운드와 블록슛은 이미 성인 무대에서도 정상급이다.
그의 가능성을 확인하기에 우리은행은 좋은 상대였다. 우리은행은 강력한 수비를 자랑하는 팀이다. 존쿠엘 존스(197cm)와 양지희(185cm)라는 최고 수준의 센터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이틀 전 신한은행에게 시즌 첫 패배를 당해 독이 오른 상태. 이런 팀을 상대로 제 실력을 발휘한다면 프로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
일단 높이의 위력은 입증됐다. 리그 최고의 높이를 갖고 있는 존스의 슛을 블록했고 두 자릿수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힘이 좋아 웬만한 상대에는 밀리지 않는 양지희도 파울로 막아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슛이 정확하고 노련한 임영희도 박지수를 앞에 두고는 에어볼을 냈다. 득점이 4점에 그쳤지만 이는 슛 시도 자체가 적었기 때문이다.
팀 훈련에 합류한지 4일 밖에 안 돼 동료들과 호흡이 맞지 않은 상태였던 점을 고려한다면 합격점을 받을 만한 데뷔전이었다. 우리은행은 공수 모두 박지수의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는 쪽으로 플레이를 펼쳤고, KB는 박지수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경기 운영을 하지 못했다. KB의 가드가 약했기 때문이다. 박지수의 스탯이 좀 더 화려해지지 못한 이유다.
KB는 이날 3점슛 21개를 던져 4개를 넣는데 그쳤다. 박지수를 잘 활용했다면 많은 외곽슛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고, 외곽포가 터졌다면 박지수의 위력이 배가됐을 것이다.
KB를 상대하는 팀은 박지수로 인해 센터나 파워포워드가 파울트러블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선수에 대한 도움 수비도 어려워 질 수밖에 없다. 슛을 할 때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고 공격시간이 길어지면서 야투율이 떨어질 공산이 크다. 반면 KB는 리바운드 후 패스가 빠른 박지수 덕분에 속공이 늘어나고, 공격 리바운드 증가로 공격 기회가 더 많아진다. 상대의 박지수에 대한 더블팀으로 와이드오픈 슛 기회도 많이 생긴다.
고교생으로 성인 국가대표팀에서 뛰었던 박지수에게 프로리그 적응은 시간 문제다. 상대할 선수들의 특징과 스타일에 익숙해지면 데뷔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 것이 틀림없다. 과제라면 힘을 좀 더 키우는 것 정도다.
박지수가 리그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느냐는 박지수가 아니라 KB에 달렸다. KB는 최근 몇 시즌 동안 3점슛이 주무기인 팀이었다. 그런 팀컬러에 피딩이 뛰어난 박지수가 더해지면 막강한 팀으로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올시즌은 외곽포가 이전보다 부진한 모습이다.
부상으로 결장했던 주전 가드 홍아란이 복귀하면 박지수 가세 효과는 더 커질 것이 확실하다. KB는 이번 시즌도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한 순위 경쟁이나 포스트시즌 단판 승부에서 유리하게 됐다. 다음 시즌에는 정말 강력한 우승후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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