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노 기자] 아이스하키에도 '욱일기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한국, 일본, 중국이 참여하는 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에서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깃발이 아무렇지 않게 나부끼고 있다. 일본 닛코 아이스벅스 골리의 헬멧에 '떡하니' 등장해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욱일기(旭日旗)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해군에서 사용했던 깃발로 일본 국기인 태양 문양 주위에 퍼져 나가는 햇살을 표현했다.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깃발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침략을 당한 동북아시아 국가들은 욱일기 게양이나 노출을 철저하게 금지하고 있다.
일부 일본 스포츠 팬들은 국제 스포츠 행사에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욱일기를 흔들며 문제를 야기했다. 2011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 2012년 FIFA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 동아시아축구연맹(EAFF)선수권대회 최종전 등 국가대항전을 비롯해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욱일기는 어김없이 관중석을 장식했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선 얼굴에 욱일기 페인팅을 한 일본 축구팬이 전파를 타기도 했다. 당시 경기를 중계하던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저 얼굴은 대체 뭔가요"라며 불쾌감을 드러냈고, 배성재 SBS 아나운서 역시 "전범기를 얼굴에 그리는 취미는 뭘까요? 티켓 값이 아깝습니다"라고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젠 경기장을 누비는 선수까지 욱일기를 품었다. 문제의 장면은 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에서 연출됐다. 닛코 아이스벅스. 1999년 창단된 일본의 프로 아이스하키팀으로 지난 2003~2004시즌부터 리그에 참가하고 있으나 우승 없이 리그 중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올 시즌 역시 5경기를 치른 현재 3승 2패(승점 8)로 9개 팀 가운데 5위에 머물러 있다.
팬 관심 밖에 있던 팀이 최근엔 큰 화제를 낳고 있다. 아시아 선수 처음으로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에 진출했던 골리 후쿠후지 유타카(33·닛코 아이스벅스)가 욱일기 페인팅이 된 헬멧을 쓰고 경기에 나서 한국 팬들의 울분을 사고 있다.
25일 SNS '페이스북'엔 아이스하키 마니아라고 밝힌 한 한국인 네티즌이 '이 사진의 출처가 언제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아시아리그에서 골리 헬멧에 욱일승전기라니…골리 헬멧은 팀 정신과 혼인데 이런 헬멧을 썼는지 모르겠다'며 '무척 화가 나고 마음이 아프네요'라며 문제가 된 사진을 공개했다.
지난해 NHL(LA 킹스), 아이스벅스 그리고 덴마크 리그를 거쳐 다시 아이스벅스로 복귀한 골리 후쿠후지의 사진이다. 올 시즌 착용하고 있는 장비로 그의 헬멧엔 태양 문양 주위에 퍼져 나가는 햇살을 표현한 '욱일기'가 선명하게 그려져 있다. 다만, 햇살 색이 기존 빨강이 아닌 팀을 상징하는 주황일 뿐 누가 봐도 욱일기임을 알 수 있다. 팀 역사나 정신을 그리는 헬멧에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문양이 그려져 있다.
아이스벅스 구단 SNS엔 욱일기 문양이 새겨져 있는 헬멧을 쓴 후쿠후지의 사진이 여러장 내걸려 있다. 더욱 문제가 된 것은 아이스벅스엔 한국 국적의 윤지만(25)이 활약하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에 문외한 것인지 아니면 대놓고 한국인 팀 동료를 조롱하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단순히 지나칠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 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 SNS에도 욱일기가 등장했다. 리그 공식 '페이스북' 메인엔 '욱일기 헬멧'을 쓴 후쿠후지의 사진이 메인에 걸려 있다. 리그에서도 '욱일기'에 큰 문제의식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후쿠후지의 옥일기 페인팅에 한국 네티즌들은 단단히 뿔났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에도 민감한 과거사인데 문제다', '협회에서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이스벅스(ICEBUCKS)를 '아이스버그스(ICEBUGS·얼음벌레)'라고 칭하려 합니다', '개념이 없다' 등 많은 항의성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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