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치는 당구! 흥미진진
[더팩트 | 심재희 기자] '궁금스'에 궁금한 점을 메일로 물어 본 독자(친구 2)의 이야기입니다. 궁금증은 '내기 당구'에서 시작됐습니다.
친구1 : 내가 발로 쳐도 너보다 (당구를) 잘 치겠다.
친구2 : 무슨 소리냐. 발로 당구를 어떻게 친다는 거냐. 웃기지 마라.
친구1 : 너, '발당구'를 아직 모르는구나. 발로 치는 당구가 실제로 있다.
친구2 : 말도 안 된다. 거짓말 하지 마라.
친구1 : 진짜라니까. '발당구'라고 검색해 봐라.
친구2 : 이런 거짓말쟁이. 검색해서 안 나오면(실제로 모바일 검색을 하면서), 헉!
친구2는 '발당구'라는 단어를 포털 검색창에 입력하고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정말 '발당구' 정보가 나와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그리고 '궁금스'에 물었습니다. "'발당구'가 정말 현실 속에 있는 스포츠인가요?" <더팩트> 독자들의 스포츠에 대한 궁금증을 무릎을 '탁' 칠 정도로 시원하게 풀어주는 '궁금스'(궁금타! 스포츠)가 '발당구'를 파헤쳐 봤습니다.
◆ '발당구'를 아시나요?
발로 치는 당구, 일명 '발당구'는 실제 스포츠가 맞습니다. 말 그대로 '발로 하는 당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풋 풀'(foot pool) 혹은 '풋 빌리아드'(foot billiard)로 불립니다.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영국)에서 가장 먼저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유럽 다른 지역과 미국, 아시아 등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정식 경기보다 '레저스포츠'로 펼쳐지는 경우가 많지만, 영국에서는 지난해 최강자를 가리는 대회(UK Foot Pool Championship 2015)가 열려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경기장은 당구대를 '작은 축구장'으로 바꿨다고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작은 사이즈의 사각형 축구장에서 경기가 진행됩니다. 일반적으로 경기장은 가로 8피트(약 244cm), 세로 12피트(약 366cm)로 알려져 있지만, '레저스포츠' 특성상 크기를 정확하게 맞추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발당구'의 가장 큰 특징은 '도구는 축구, 방식은 당구'라는 점입니다. 큐 대신 발을 사용하고, 당구공 대신 축구공을 씁니다. 축구와 관련된 골대, 하프라인 등은 없습니다. '포켓볼'처럼 구석과 중앙 측면에 구멍이 6개 뚫려 있습니다. 발로 공을 차서 구멍에 넣는 게 기본 룰입니다.
경기 방식은 매우 다양합니다. 당구 포켓볼 룰을 그대로 따와 공 10개(차는 공 1개, 넣는 공 9개) 혹은 16개(차는 공 1개, 넣는 공 15개)를 사용해 진행하는 게 기본입니다. 번호 순서대로 넣어 9번 공을 마지막에 포켓에 골인하는 사람이 승리하는 방식, 색깔 공과 띠 공을 구분해 8번 공을 마지막에 넣는 사람이 이기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소위 말하는 '로컬 룰'도 다양합니다. 일정 시간을 정해두고 더 많이 공을 구멍에 넣는 대결, 공을 어려운 포지션에 두고 풀어나가는 방식 등이 있습니다. 1대1 대결, 2대2 팀 대결 등으로 인원도 자유롭게 정해 진행됩니다.
또 다른 흥미로운 사실은 축구 선수들이 '발당구'를 곧잘 즐긴다는 점입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팀 선수들이 '발당구'를 함께 진행하는 영상들이 큰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손흥민 선수의 소속팀인 토트넘 홋스퍼 선수들이 '발당구'를 하는 모습이 구단 홈페이지에 공개됐습니다. 훈련 피로를 풀고 선수들의 친목을 다지는 장면이 카메라에 담겼습니다. 공개된 영상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손흥민 선수 역시 토트넘 동료들과 '발당구'를 즐긴 적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올해 1월에는 아스널 선수들이 '독일 대표 vs 프랑스 대표'의 이색 대결을 펼쳐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발당구' 자료를 찾아 보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습니다. 발을 잘 쓰는 축구 선수가 '발당구'를 무조건 잘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킥이 좋으면 기본적으로 유리한 건 맞습니다. 하지만 '당구'의 특성을 이해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공 회전과 벽 사용, 다음 공의 위치 예측 등이 모두 잘 이뤄져야 '발당구'의 지존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일반 당구와 마찬가지로 '발당구'에도 환상적인 '묘기샷 달인'들이 있습니다. 일명 '발당구 지존'들은 축구공을 발로 차서 정말 '당구 묘기샷'처럼 궤적을 그리고 공을 집어넣을 수 있습니다. '끌어치기', '밀어치기', '찍어치기', '스리쿠션', '빈 쿠션', '점프볼' 등이 자유자재라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 2015 UK 챔피언십
◆ 토트넘 '발당구'
◆ 아스널 '발당구'
◆ '발당구' 묘기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