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이성노 기자] 세계 골프 역사에 새 기록이 쓰여졌다. '슈퍼 루키' 전인지(23·하이트진로)가 올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를 와이어투와이어로 제패하며 세계 남녀 골프 역사에 신기원을 열었다. 지금까지 남녀 통틀어 메이저 대회 최소타 우승인 20언더파 기록을 넘어선 21언더파를 기록하며 LPGA(미국여자프로골프)투어 2승을 모두 메이저 우승으로 장식했다.
전인지는 18일 프랑스 에비앙 레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 클럽(파71·6470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2016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총상금 325만 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비가 내리는 가운데 초반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전반을 2언더파로 마친 후 후반에서 안정된 플레이로 4타차 선두를 지키며 21언더파를 기록, 대망의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한국의 유소연과 박성현은 17언더파로 전인지에 이어 공동 2위를 기록했다.
21언더파는 역대 LPGA 메이저 최소타 우승기록이다. 지금까지 LPGA 투어 메이저 대회 72홀에서 역대 최다 언더파 우승은 19언더파로 앞서 4차례 있었다. 전인지는 '꿈의 20언더파'는 물론 21언더파까지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남녀 통틀어 메이저대회 최다 언더파 우승기록이다. 리더보드 상단 6위까지 한국 선수 5명이 이름을 올려 추석 연휴 마지막날 스포츠팬들을 즐겁게 했다.
4타차 선두로 출발한 전인지는 1번홀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하고 3번홀에서 버디를 낚아 타수를 20언더파로 끌어내린 뒤 위기의 4번홀 5m 파 퍼트를 성공시키며 LPGA 메이저 72홀 최소타 우승 기록을 넘어섰다. 비가 잦아들자 비옷을 벗고 파3 8번홀에 나선 전인지는 핀 왼쪽 3m에 티샷을 붙이며 두번째 버디를 낚아 꿈의 21언더파를 기록했다. 마지막 홀에서 타수를 잃을 위기에 처했으나 마지막 3m 정도의 퍼트를 성공시켜 꿈의 기록을 완성했다.
1~3라운드에서 계속 선두를 달린 전인지는 올시즌 한국 선수 가운데 첫 메이저 우승을 일궜으며 지난해 US오픈 우승에 이어 정식회원으로 데뷔한 올시즌 첫 우승을 메이저 우승으로 장식하며 '루키 메이저 2연승' 기록을 세웠다. 루키가 메이저 2승을 거둔 것은 박세리 이후 처음이다.
[전반 홀 상황]
전인지와 챔피언조에서 함께 티샷한 박성현(23·넵스)은 1번홀 페어웨이 가운데로 티샷을 날렸으나 세컨 샷이 그린 뒤로 넘어가는 바람에 보기를 범했다. 같은 조의 펑산산(중국)은 파 세이브를 했다.
전인지는 이날 폭우 예보로 예정 시간보다 2시간 앞당겨 열린 최종 라운드에서 노란 비옷을 입고 미소를 머금으며 1번홀 티박스에 들어섰으나 갤러리의 방해로 어드레스를 푼 후 다시 프리샷 루틴에 들어가는 등 초반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설상가상으로 티샷까지 깊은 러프에 들어가 파4 1번홀부터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전인지는 무리하게 홀을 공략하지 않고 왼쪽 페어웨이로 러프 탈출에 성공하는 전략을 세우는 여유를 보이며 페이스를 유지하는데 신경을 썼다. 전략대로 2,3번째 샷을 성공적으로 한 뒤 파 세이브에 성공하며 위기를 슬기롭게 벗어났다. 우천으로 진행이 지연되는 가운데 2번홀 티샷에 앞서 10여분을 기다린 전인지는 무난하게 파를 지켜 19언더파를 유지했다.
2번홀에서 박성현이 버디로 바운스백을 하며 4타차로 다시 추격하자 전인지는 3번홀에서 티샷을 페어웨이 가운데로 안착시킨 후 세컨샷을 그린 왼쪽 언덕 위에 떨어뜨려 핀으로 구르는 샷을 멋지게 성공시키며 첫 버디에 성공했다. 언덕을 맞고 홀쪽으로 구른 볼은 핀 1.5m 이내에 붙여 20언더파로 최다 언더파 기록 수립을 예고했다.
파4 3번홀에서 전인지는 고대하던 버디를 낚아 우승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페어웨이 가운데로 티샷을 보낸 뒤 세컨샷을 그린 왼쪽 언덕에 떨어뜨려 홀로 구르는 전략이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졌다. 약 4m를 구른 볼은 핀 1.5m 이내에 붙어 가볍게 20언더파에 성공했다.
3라운드에 더블보기를 범한 445m 파5 '마의 홀'. 8번홀에서 기분좋게 버디를 낚은 전인지는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티박스에 올랐으나 티샷이 전날과 마찬가지로 오른쪽 러프에 빠지며 또 위기를 맞았다. 1번홀 러프, 4번홀 그린 앞 위기에 이은 3번째 위기였으나 전인지는 침착하게 극복했다. 4번째 샷을 핀에 가까지 붙이며 파세이브에 성공했다. 2위와는 5타차 선두.
[후반 홀 경기 상황]
파4 10번홀에서도 세컨샷 온그린에 실패하며 타수를 잃을 위기에 처했으나 세번째 샷을 핀에 붙여 파를 기록했다. 11번홀에서는 세컨샷을 핀 3m 이내에 붙여 세번째 버디를 노렸으나 안정된 퍼트가 홀 오른쪽을 살짝 빗나가 아쉽게 파에 머물렀다. 357m 파4의 12번홀에서는 세컨샷이 또 핀 가까이에 붙어 버디 찬스를 잡았다. 왼쪽 훅라이를 보고 한 퍼트가 이번에도 빗나갔다. 13번홀 파5 463m에서도 아쉬움은 계속됐다. 서드샷을 핀 5m 가까이 붙이고도 버디를 잡지 못했다.
11,12,13번홀의 연속된 버디 찬스를 잡지못하자 백나인의 첫 위기가 찾아왔다. 187m의 긴 파3홀에서 날린 티샷이 그린 오른쪽 벙커에 빠졌다. 벙커와 홀 사이의 그린 공간이 충분했으나 벙커샷은 홀을 지나쳤다. 부드러운 파퍼트가 홀 바로 앞에서 볼이 멈추는 바람에 보기로 이어졌다. 3라운드까지 백나인에서 보기가 하나도 없었으나 첫 보기가 나왔다. 20언더파로 2위와 4타차 선두.
위기 다음은 찬스. 전날 이글칩샷을 성공한 파5 15번홀에서 바운스백을 노렸다. 세 선수 모두 투온에 성공, 이글 기회를 잡았다. 핀에서 가장 먼 전인지가 먼저 이글 퍼트를 했으나 아쉽게 홀에 미치지 못했다. 펑산산도 실패. 3m 정도에 붙인 박성현이 이글퍼트에 성공하자 전인지는 뒤에서 박수를 쳤다. 그리고 가볍게 버디 퍼트에 성공. 다시 21언더를 기록한 전인지는 17언더 2위로 올라선 박성현과 4타차 선두를 유지했다.
마지막 고비인 파4 18번홀에서는 그린앞 워터 해저드를 의식해 무지하지 않고 끊어가는 전략으로 서드샷을 그린에 올려 파세이브를 노렸다. 박성현이 먼저 파세이브에 성공한 뒤 마지막 챔피언 퍼트를 남긴 전인지는 세계 골프팬들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볼을 홀 속에 집어 넣었다
[대기록 달성]
전인지는 21언더파로 경기를 마치면서 LPGA 와 PGA 투어 메이저 최소타 우승의 대기록을 세웠다. 21언더파면 남녀 통틀어 메이저 최소타 우승의 신기원이다. 지금까지 LPGA에선 1999년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른 도티 페퍼(51·미국), 2004년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자 카렌 스터플스(43·잉글랜드), 2010년 LPGA 챔피언십 챔피언 크리스티 커(39·미국), 2011년 LPGA 챔피언십 우승자 청야니(27·대만)가 19언더파 메이저 우승을 기록했다.
21언더파 우승은 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기록도 넘어서게 됐다. PGA 투어 메이저대회 최다 언더파 기록은 20언더파로 지난해 PGA 챔피언십에서 제이슨 데이(29·호주), 올해 디오픈에서 헨리크 스텐손(40·스웨덴)이 세웠다.
전인지는 또 지난해 비회원으로 US오픈에서 투어 첫 우승을 차지한 뒤 정식 데뷔한 올 시즌 이번 대회에서 정상에 올라 투어 첫 번째와 두 번째 우승을 모두 메이저대회로 장식하는 '루키 메이저 2승'을 기록하게 됐다. 이는 LPGA 투어 역사상 박세리(39·하나금융그룹)에 이어 2번째다. 1998년 5월 맥도날드 LPGA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박세리는 2개월 뒤, US오픈에서도 정상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