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후보지만, 지상파 모두 여자 배구 '올인'
[더팩트ㅣ이성노 기자] 아쉽게 4강 문턱을 넘지 못했으나 패자부활전으로 동메달 결정전까지 진출했다. 기대했던 금빛 색은 아니지만, 올림픽 첫 무대에서 메달 획득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도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번번한 TV 생중계도 5000만 국민의 뜨거운 응원도 없이 고독히 싸워야 했던 류한수(28·삼성생명)의 이야기다.
류한수는 17일(이하 한국 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이하 리우)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 2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66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라술 추나예브(25·아제르바이잔)에게 0-8로 패하며 4위로 대회를 마쳤다. 1회전 1분 40초 만에 파테르를 허용한 뒤 상대 팔을 잡는 반칙으로 2점을 내줬고, 이어 연거푸 옆굴리기 세 번을 당하며 테크니컬 폴 패배를 당했다.
생애 첫 올림픽. 메달을 앞두고 허무하게 테크니콜 폴 패배를 당한 류한수는 허탈한 표정으로 한동안 매트를 떠나지 못했다. '레슬링 간판' 김현우(28·삼성생명)의 빛에 가렸던 류한수. 김현우가 체급을 올리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13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선수로는 14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더니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그리고 2015년 아시아선수권대회까지 석권했다. 처음으로 나선 올림픽에서 그랜드슬램을 기대했으나 아쉽게 노메달의 성적으로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김현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며 리우에 입성했으나 이번엔 여자 배구에 밀리며 고군분투했다. 류한수의 올림픽 데뷔전은 16일 오후 10시 24분에 열렸다. 16강에서 세계랭킹 2위 타마스 로린츠(30·헝가리)를 제압했으나 5000만 국민의 관심은 오로지 마라카낭지뉴 체육관으로 쏠렸다. 같은 시각 세계 최고 공격수 김연경(28·페네르바체)을 필두로 40년 만에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여자배구 대표팀은 네덜란드와 8강전을 펼쳤다. 지상파 3곳 모두 여자 배구 중계에 '올인'했다. 자연스럽게 5000만 국민 역시 선택할 여지 없이 '반강제(?)'적으로 여자 배구에 집중해야 했다.
'강자'를 제압하며 이변 아닌 이변을 일으킨 류한수는 여자 배구가 한창이던 오후 11시 4분 8강전을 치른다. 바다 건너 자국민의 응원조차 받지 못했던 류한수는 미그란 아루티우냔(27·아르메니아)에게 1-2로 패했다. 1회전에서 2점을 내주며 끌려갔다. 2회전에서 1점을 만회했으나 마지막 2%로가 부족했다. 패자부활전으로 향한 류한수는 아담 아흐메드 살레흐 카흐크(23·이집트)를 5-0으로 물리치고 동메달 결정전에 진출했으나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하고 4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모든 경기를 마친 류한수는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는 "메달을 땄어야 했는데 죄송하다"며 "마음을 추슬려서 하려고 했는데 죄송하다. 응원해준 국민께 죄송하다"며 연신 고개를 떨어뜨렸다.
10년 가까이 음지에서 '친구' 김현우의 훈련 파트너로 묵묵히 활약했던 류한수. 대표팀 경력 첫 올림픽에서 그랜드슬램에 도전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세계 랭킹 3위. 분명 우승 후보 가운데 한 명이었으나 세간의 관심에 류한수는 없었다. 5000만 국민의 응원이 함께였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을까. 결과는 분명 기대 이하였으나 류한수는 '잘' 싸웠다.
sungro51@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