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헌트, 브록 레스너 태클에 속수무책! 만장일치 패배
[더팩트ㅣ이성노 기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 '슈퍼 사모안' 마크 헌트(42·뉴질랜드)가 1654일 만에 옥타곤으로 돌아온 브록 레스너(38·캐나다)를 상대로 UFC 200에서 허무하게 패했다. 격투기 커리어 내내 발목을 잡아온 그래플링에서 또다시 취약점을 드러냈다.
헌트는 10일(한국 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UFC 200' 헤비급 매치 레스너와 맞대결에서 만장일치 판정패했다. 4년 7개월 만에 UFC에 돌아온 레스너를 상대로 우세가 예상됐지만 특유의 '묵직한 펀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맥없이 무너졌다.
레스너가 타격에 강한 파이터에게 약한 파이터란 점을 고려하면 분명 아쉬운 대결이었다. 헌트는 경기 초반부터 상대 전략에 말려들어 자신의 강점을 하나도 발휘하지 못했다. 타격 횟수(46-137)는 물론 타격 적중 확률(13%-51%)에서도 현저히 뒤졌다. 테이크다운 역시 0-4로 철저하게 밀렸다. 레스너가 자신의 강점을 살리며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을 펼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최근 2연승과 함께 종합격투기 무대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헌트였기에 많은 아쉬움을 남긴 대결이었다.
헌트의 일방적인 승리가 예상된 경기였다. 국내외 종합격투기 전문가들은 최근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는 헌트가 4년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옥타곤을 떠나있던 레스너를 무난히 제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헌트는 레스너와 대진이 확정되고 난 뒤 "레스너가 5년 만에 복귀를 선언했다. 저로서도 정말 놀라운 소식이었다. 솔직히 왜 다시 종합격투기로 돌아온 지 모르겠다. 그의 커리어에 흠집이 날 것이다"며 "은퇴를 번복한 것에 대해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는 쉽지 않았다. 헌트는 특유의 '노가드 전략'을 펼치며 노골적으로 타격전을 펼쳤고, 레스너는 경기 시작부터 대놓고 테이크다운을 노렸다. 경기 초반 탐색전을 마친 헌트는 '주먹 공포증'으로 잠시 옥타곤을 떠났던 레스너의 안면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고, 오히려 상대 무차별 태클에 고전하기 시작했다. 1라운드 중반부터 레스너에게 테이크다운을 허용했고, 묵직한 파운딩까지 허용하며 포인트를 빼앗겼다.
이후 헌트는 옥타곤 중앙을 점령하고도 상대 테이크다운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쉽게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두 손으로 적극적 가드를 한 레스너를 상대로 제대로 된 펀치도 뻗지 못했다. 그라운드에서 체력을 소모한 헌트는 3라운드 시작과 함께 레스너에게 테이크다운을 빼앗긴 뒤 파운딩 세례에 속수무책 당하며 점수를 잃었다. 그라운드를 벗어나려 안간힘을 썼으나 레슬러 출신 레스너를 벗어나지 못했다. 경기 내내 태클을 벗어나고자 노력했으나 애석하게도 그의 몸놀림은 민첩하지도, 빠르지 못했다.
최근 안토니오 실바(36·브라질)와 프랭크 미어(37·미국)를 모두 1라운드 KO로 제압하며 상승 가도를 다렸던 헌트. 경기를 거듭할수록 그래플링 기술 역시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며 일부에선 헌트를 헤비급 챔피언 대권 주자로 거론하기도 했다. 하지만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그라운드에 특화된 레스너를 상대로 고배를 마시며 '반쪽 파이터' 오명을 벗어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