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 김연아(25)가 오랜만에 취재진 앞에 섰습니다. 어깨에 올려져 있던 부담을 내려놓은 '일반인' 김연아는 상쾌한 웃음으로 빙상 나들이를 즐겼습니다. 일일 스케이트 전도사로 나서 어린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린이의 순수한 얼굴에도 김연아의 아름다운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습니다.
30일은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었습니다. 햇빛 속에서 봄비가 땅을 적셨습니다. '삼성 스마트에어컨 Q9000 김연아와 함께하는 air 3.0 클래스'가 열린 목동아이스링크장은 봄의 끝자락이라는 사실을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시원했습니다. 피겨 여왕의 등장에 앞서 김해진과 박소연, 이준형은 화려한 공연으로 어린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김연아가 나타났습니다. 미소로 빙상에 선 피겨 여왕은 간단히 근황을 밝히고 아이들과 추억 쌓기에 나섰습니다.
삼성에서 초대한 31명의 어린이들은 피겨 여왕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처음 스케이트화를 신은 아이부터 김연아 같은 선수가 되길 원하는 피겨 유망주까지 모두 얼굴에 웃음이 한가득했습니다. 김연아와 빙상 위에 시간을 보내는 행운을 잡은 엄서현(7) 어린이는 김연아가 누군지 아느냐는 질문에 "알아요. 스케이트 잘 타는 언니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조그만 입을 열어 말을 하는 엄서현 어린이를 보며 기자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습니다. 처음 스케이트화를 신은 진한결(6) 어린이도 "재매 있었어요"라고 수줍게 말했습니다. 둘은 김연아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는 정확히 몰랐습니다. 오히려 어머니들이 더 흥분한 표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이 몇 년 지나면 김연아와 함께 보낸 시간의 의미에 대해 곧 깨달겠죠?
김연아는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습니다. 아이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간단한 동작을 설명했습니다. 기차놀이를 하며 아이들이 피겨 스케이팅에 매력을 느끼도록 이끌었습니다. 아이들은 피겨 여왕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김연아를 쫓아 오려는 한 어린이가 넘어졌습니다. 아이가 벌떡 일어나서 다시 뒤를 따라오자 김연아는 물개 박수를 치며 큰 소리로 웃었습니다. 선수 시절 김연아가 보인 웃음과 느낌이 미묘하게 달랐습니다.
지난해 1월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김연아는 미소 띤 얼굴로 제22회 소치 동계올림픽 한국 대표 선수단 결단식에 참석했습니다. 소리를 내 크게 웃거나 물개 박수를 치는 장면은 없었습니다. 자신에게 쏠린 관심에 소리 없는 미소로 화답했으나 어깨에 올려진 기대와 부담감이 그에게서 느껴졌습니다. 그를 처음 만난 지난 2013년부터 소치 올림픽 귀국 현장까지 매번 그런 분위기를 느꼈습니다.
이날 행사가 끝나고 김연아는 다시 수많은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노련하게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미소를 짓는 그를 보니 선수 시절 만난 피겨 여왕이 떠올랐습니다. 사방에 있는 카메라를 보고 일일이 포즈를 취하는 것이 익숙했습니다. 밝은 미소로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20대 소녀가 다시 피겨 여왕으로 보였습니다.
피겨 여왕은 국민적인 기대와 관심에서 벗어나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김연아는 이날 행사가 끝나고 인터뷰에서 "최근 태릉에 가서 후배 선수들에게 안무 위주로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해 대학원에 입학해 학교 생활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근황을 밝혔습니다. '일반인'이 된 피겨 여왕의 미소는 그전과 달랐습니다. 후련한 마음이 느껴져 덩달아 웃게 되는 눈부신 미소였습니다.
◆ 김연아의 기차놀이(https://youtu.be/YXg8XOeDTXk)
[더팩트ㅣ목동아이스링크장 = 이현용 기자 sporgo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