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잉 덤보' 전인지(21·하이트진로)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컵(총상금1억2000만엔)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일본 골프 역사를 바꿨다.
전인지는 10일 일본 이바라키현 이바라키 골프클럽 동코스(파72·6550야드)에서 벌어진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4개를 묶어 1오버파 73타를 기록,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로 2위 우에다 모모코를 4타차로 따돌리고 일본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2013년 프로에 데뷔한 전인지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만 5승을 따낸 뒤 세계랭킹 톱랭커 자격으로 출전한 첫 일본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하면 우승상금 2400만엔(약 2억1000만원)을 챙겼다. 특히 전인지는 20세 273일의 나이로 이 대회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까지 기록은 지난해 이 대회에서 우승한 나리타 미스즈의 21세 215일이었다. 일본투어에 첫 출전한 선수가 메이저대회를 제패한 것 또한 사상 최초의 일이다. JLPGA 공식 홈페이지는 전인지의 이 같은 기록을 페이지 톱으로 알렸다.
전날까지 2위 우에다에 5타 앞선 단독선두로 우승을 예약한 전인지는 마지막 날 지키는 플레이로 한 타를 잃었지만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고 정상 정복에 성공했다. 전반 9개홀에서 버디 2개와 보기 3개로 한 타를 잃었다. 후반에도 12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했지만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이번 대회는 JLPGA 투어 4대 메이저대회 중 시즌 첫 대회다. JLPGA투어는 살롱파스컵에 이어 9월 JLPGA 챔피언십, 10월 일본여자오픈, 11월 투어챔피언십 등 네 차례의 메이저대회를 치른다.
전인지의 우승은 올 시즌 JLPGA투어 10개 대회에서 한국 선수로는 3번째다. 3월 요코하마 레이디스컵에서 이지희(36)가 우승했고, 지난주 사이버 에이전트 레이디스 토너먼트에서는 신지애(27·스리본드)가 정상에 올랐다.
2013년 KLPGA투어에 데뷔한 전인지는 기량에 비해 일찍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다. 항상 웃는 얼굴과 부드러운 스윙으로 안정된 기량을 보였으나 우승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데뷔 첫해 한국여자오픈 우승을 차지하며 존재감을 나타냈다. 인천 잭니클라우스 골프장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마지막 4홀을 남기고 4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짜릿한 역전 우승을 차지해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상금랭킹은 3위에 올랐다.
그러나 신인상은 그의 몫이 아니었다. 같은 해 데뷔한 김효주(20·롯데)에게 밀렸다. 2014년에도 비슷했다. 에쓰오일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과 KDB대우증권클래식, 조선일보포스코챔피언십에서 3승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의 앞엔 김효주가 있었다. 5승으로 상금왕과 대상, 다승왕, 최저타수상을 싹쓸이했다.
전인지는 초등학교 때부터 골프에 올인했다. 전북 군산이 고향이지만 골프를 배우기 위해 5번이나 이사를 다녔다. 초등학교 시절은 충남 서산에서 보냈고, 이후 제주도와 전남 보성, 전남 함평에서 중·고교 시절을 지냈다.
프로 데뷔 이후엔 인기스타가 됐다. 대회 때면 삼촌과 이모팬이 몰려든다. 온라인 팬카페에는 회원만 2800명이 넘고, 팬들은 노란색(전인지를 상징하는 색깔)에 ‘플라잉 덤보’(Flying Dumbo)라고 새겨진 모자를 쓰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다. 플라잉 덤보는 항상 웃는 밝은 표정과 만화 속 캐릭터인 아기코끼리 ‘덤보’를 닮았다 해서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이번 우승으로 전인지는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우승, 미국 대회 정상 정복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전인지는 3월과 4월 미 LPGA투어 4개 대회에 출전해 해외 진출을 위한 예비고사를 치렀다. US여자오픈, 에비앙챔피언십 등에도 출전할 예정이다. 이제 세계 정복만 남았다.
[더팩트 | 이현용 기자 sseoul@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