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헨더슨, 웰터급 챔피언 도전 막 올랐다
'김치 파이터' 벤 헨더슨(31·미국)이 웰터급 정복의 첫걸음을 산뜻하게 내디뎠다. 라이트급(-70.3kg) 챔피언의 강인함을 웰터급(-77.1kg)에서도 잘 보였다. 사실, 체급을 올려 경기를 치르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체중 감량의 고통을 줄일 수 있지만, 만나는 상대 역시 체중이 더 많이 나가기에 적응이 여간 쉽지 않다. 더 강한 펀치와 묵직한 하드웨어를 갖춘 선수를 상대한다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다.
그런 의미에서 헨더슨의 웰터급 데뷔전 승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헨더슨은 지난 15일 미국 콜로라도 브룸필드 1st뱅크 센터에서 열린 UFN 60 메인이벤트 브랜든 태치(29·미국)와 웰터급 데뷔전에서 4라운드 3분 58초 만에 리어네이키드 초크에 의한 서브미션 승리를 챙겼다. 13cm의 신장 열세를 완벽히 극복했다. 앞서 언급한 '하드웨어 적응 문제'를 전혀 느낄 수 없게 한 완승이었다.
헨더슨은 '웰터급 챔피언'을 정조준 하고 있다. 물론 쉽지 않는 목표다. UFC 웰터급엔 내로라하는 강자들이 즐비하다. 챔피언 벨트를 보유하고 있는 로비 라울러(32)를 비롯해 조니 헨드릭스(31), 카를로스 콘딧(30·이상 미국), 로리 맥도날드(25·캐나다) 등 쟁쟁한 강호들이 버티고 있다. 그리고 한국이 자랑하는 '스턴건' 김동현(33·한국)도 빼놓을 수 없는 강자다.
이 가운데 '김동현'과 대결은 헨더슨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김동현은 웰터급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파이터 가운데 한 명이다. 실제로 김동현은 UFC 전적 14전 10승 3패 1무효를 기록하며 강자로 공인받고 있다. 헨더슨이 김동현을 꺾게 된다면, 타이틀 도전권 획득에 바짝 다가설 수 있다. 여기에 헨더슨이 '하프코리안'이기 때문에 그려지는 '한국 선수 맞대결'도 의미를 지닌다. '흥행카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UFC가 격투기 인기가 많은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 매력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카드가 바로 '헨더슨 vs 김동현'이다. 헨더슨이 김동현과 '선의의 경쟁'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기본적으로 헨더슨이 웰터급에서 성공하기 위한 과제는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그 첫 번째가 '경험'이다. 태치를 물리쳤다고 해도 넘어야 할 산이 수없이 많다. 체급을 전향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풍부한 경험을 쌓는 것이 필수과제다. 라이트급 선수들보다 신장이 큰 상대들과 싸워야 하기에 거리와 신장 열세에 얼마만큼 익숙해지느냐가 관건이다. 실제로 격투기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신장과 리치다. 태치전에서 경쾌한 스텝과 활발한 움직임으로 불리한 체격 조건을 극복한 것을 머릿속에 그려두고 이후 경기에서도 잘 응용해야 한다.
두 번째로 필요한 것은 '화끈한 스타일'이다. 이길 때도 조건이 필요하다. 단순한 승리론 챔피언에 가까워질 수 없다. 그라운드보다 스탠딩에서 타격 기술로 승리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UFC 팬들은 지루한 그래플링 공방전보다 화끈한 스탠딩 타격전을 선호한다. 팬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는 '화끈한 타격'에 의한 KO 승리가 필요하다.
세 번째는 '도발'이다. 숨은 변수이기도 하다. 헨더슨뿐만 아니라 UFC 파이터 모두에게 어느 정도 필요한 부분이다. 경기 뒤에 시작되는 마이크 어필이나 기자회견, 계체량 등에서 챔피언을 향해 끝없이 도발해야 한다. 주제는 명확하다. "나랑 한번 붙어 보자"는 단순한 문구면 충분하다. 웰터급 챔피언 라울러의 신경을 건드리는 것 외에도 팬들의 시선을 모으는 것, 그리고 대회를 주관하는 데이나 화이트(45) UFC 대표의 마음을 흔드는 효과를 '도발'로 얻을 수 있다.
현재로선 전망이 밝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헨더슨이 체급을 올려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스타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부산에서 MMA 체육관 조슈아짐을 운영하고 있는 이동기 MBC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은 <더팩트>와 전화 통화에서 "현대 격투기에서 신장이나 팔 길이 차이는 큰 의미가 없다" 며 "헨더슨이 웰터급 챔피언에 오르려면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체급을 바꿨다고 단숨에 스타일에 변화를 준다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것이다. 헨더슨은 손과 발이 빠르고 머리 회전력도 기민하므로 웰터급에서도 충분히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 봤다.
라이트급 평정 후 두 체급 석권에 도전하는 헨더슨의 웰터급 챔피언을 향한 힘찬 전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더팩트ㅣ이준석 기자 nicedays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