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와 6경기 계약 종료
요즘 '추성훈'(39)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사랑이 아빠'다. 당연한 일이다. 추성훈은 KBS2 인기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딸 사랑(3)이와 함께 출연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무뚝뚝한 성격의 소유자지만, 딸 앞에선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미소 천사'로 변신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제 '파이터'보다 '사랑이 아빠' 이미지가 더 강하다.
하지만 추성훈의 마음 속엔 자리한 '파이터의 피'도 이미 식은 것일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태생적으로 그렇다. 그의 부친 추계이 씨는 일본의 유명한 유도 선수였다. 추성훈이 3살에 유도에 입문한 배경이다. 유도 선수로서 학창시절을 보냈으며 지난 1998년엔 부산시청이라는 실업팀에 몸담았다. '예능인'으로 성공을 꿈꿔온 것이 아니라 운동선수로서 이름을 날리길 원해왔던 그다.
지난 2004년 정들었던 도복을 벗고 종합격투기로 전향한 추성훈은 주로 일본 격투기 단체에서 활약하며 이름을 날렸다. K-1 히어로즈와 드림에서 뛰었다. 데니스 강(37·프랑스)과 멜빈 맨호프(38·수리남) 등 만만치 않은 강자들과 대결에서 승리하며 입지를 굳혔다.
K-1이 내리막길을 걷자 지난 2009년부턴 미국으로 눈길을 돌렸다. '꿈의 무대'로 불리는 UFC와 계약했다. 공백기가 있었지만 훌훌 털어 내기도 했다. 하지만 전적은 화려하지 않다. 2승 4패. 명성에 걸맞지 않은 부진한 성적이다. 현재 UFC와 계약은 종료됐다. 애초 계약한 6경기를 모두 치렀다.
'파이터' 추성훈은 갈림길에 섰다. UFC와 계약 연장에 성공하느냐, 아니면 꿈을 접느냐다. 한 관계자는 2일 <더팩트>와 전화 통화에서 "추성훈은 여전히 UFC에서 더 활약하길 원하고 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촬영할 때를 제외하면 자주 다니는 체육관에서 훈련한다"며 추성훈이 UFC와 계약 연장을 바란다고 귀띔했다.
추성훈은 자신의 계약을 담당할 에이전트가 따로 없다. 일본과 한국 사이를 연결하는 관계자 외엔 자신이 모든 것을 직접 해결한다. UFC와 계약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는 스타일이다. 앞서 언급한 관계자에 따르면 추성훈은 UFC와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을 차리지 않았다. 하지만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 그만큼 선수 생활을 이어 가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파이터'라는 직함을 내려놓기엔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 너무 빠르다. 여전히 강한 체력과 타오르는 승부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격투기 무대보다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자주 비춰 '파이터'보단 '예능인'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끓어오르는 '파이터 본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추성훈은 지난해 9월 20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52 아미르 사돌라(34·미국)전에서 '파이터 연장' 가능성을 확실히 입증했다. 그야말로 투혼의 승리였다. 지난 2012년 2월 26일 UFC 144에서 제이크 실즈(35·미국)에게 판정패한 뒤 시련의 시간을 보낸 뒤 무려 937일 만의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무한 전진 스텝으로 사돌라보다 한 수 위의 기량을 뽐냈다. 적극적인 타격과 특유의 클린치, 펀치에 이어 상대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는 특유의 기술로 우세를 이어 갔다. 결코 적지 않은 나이지만, 체력에 발목이 잡히지도 않았다. 말 그대로 아직 '쌩쌩'했다.
경기 뒤 아내 야노 시호(38)에게 남긴 한마디는 추성훈이 '파이터' 생활을 이어 가고 싶다는 의지가 묻어나온다. 지난해 10월 12일 방송된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그렇게 다치면서 왜 (격투기)하고 싶으냐"는 야노 시호의 질문에 명쾌한 답변을 내놓았다. 추성훈은 "어렸을 때부터 승부의 세계에 살았고 승리의 기쁨은 말로 다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파이터의 꿈을 놓지 않았다는 의미다.
세월이 흐르면 누구나 은퇴한다. 하지만 기량이 줄었거나 체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을 때 이야기다. 추성훈에게 어울리는 상황이 아니다. 추성훈은 '파이터'로서 여전히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전성기와 비교해도 크게 뒤처지지 않을 정도의 실력을 지니고 있는데 링을 떠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추성훈은 파이터의 길을 계속 걸어야 한다.
[더팩트ㅣ이준석 기자 nicedays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