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철의 스포츠 뒤집기-궁금스45] 144경기에서 60홈런-150타점 나올까

박병호는 지난해 128경기를 치르며 52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더팩트DB




스포츠 팬들의 관심이 온통 아시안컵에 쏠려 있는 가운데 국내 프로 야구 10개 구단은 미국과 일본에 마련한 스프링캠프에서 올 시즌 5위 안에 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올해 프로 야구는 막내 구단인 kt 위즈의 합류로 여러 가지 볼거리가 생겼다. 그 가운데 하나가 개인 기록이다.

1982년 3월 27일, 이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동대문운동장에서 삼성 라이온즈와 MBC 청룡의 개막전으로 출범한 프로 야구는 두 구단 외에 OB 베어스 삼미 슈퍼스타즈 해태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 등 6개 구단으로 1985년까지 4시즌을 치렀다. 1986년 빙그레 이글스가 제 7구단으로,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가 제 8구단으로, 2013년 NC 다이노스가 제 9구단으로 참여해 리그 규모가 커졌고 올해 드디어 10구단 체제를 이뤘다.

이 과정에서 단 한 차례도 구단 감소 시대를 겪지 않았다는 사실은 특기할 만하다. 이웃 일본의 경우 1950년, 센트럴리그와 퍼시픽리그 양대 리그로 분리된 이후 센트럴리그에 견줘 상대적으로 인기가 많지 않았던 퍼시픽리그는 구단 합병과 소멸 등 혼란기를 거쳐 오늘날의 양대 리그 12개 구단 체제로 자리를 잡았다. 착실하게 성장한 한국 야구는 이제 12개 구단, 양대 리그로 가는 길목에 들어섰다.

그렇게 되면서 자연스레 팀당 경기 수가 늘어났다. 1982년 팀당 80경기로 시작한 프로 야구는 100경기(1983년~1984년) 110경기(1985년) 108경기(1986년~1988년) 120경기(1989년~1990년) 126경기(1991년~1998년) 132경기(1999년) 133경기(2000년~2004년) 126경기(2005년~2008년) 133경기(2009년~2012년) 128경기(2013년~2014년) 등 팀당 경기 수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구단 수의 변화와 함께 전·후기 리그제와 양대 리그제(드림·매직) 등의 변수가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제 10구단 kt 위즈가 합류하는 2015년 정규 시즌에서는 팀당 144경기, 전체 720경기를 치른다. 162경기를 펼치는 메이저리그보다는 적지만 일본 리그와 거의 같은 경기 수여서 누적치로 순위를 매기는 개인 기록 부문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해 넥센 히어로즈 앤디 밴 헤켄은 2007년 다니엘 리오스(22승 당시 두산 베어스) 이후 7년 만에 20승 투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가물에 콩 나듯 하는 20승 투수가 올 시즌부터는 자주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5인 로테이션의 경우, 한 시즌에 28번 또는 29번 정도의 선발 기회를 갖게 된다. 32번 안팎의 선발 기회가 주어지는 메이저리그보다는 적지만 20승 가능성은 128경기 시즌보다는 높아진다. 탈삼진도 개인별로 다르겠지만 평균적으로 투구 이닝이 증가하면서 개수가 늘어날 여지가 있다.

물론 경기 수가 많다고 누적 기록이 무조건 늘어나는 건 아니다.

한 시즌 역대 최다 도루인 84개(이종범 당시 해태 타이거즈)가 나온 1994년 시즌은 126경기를 치렀다. 역대 2위 기록인 75개(1993년 전준호 당시 롯데 자이언츠)와 3위인 69개(전준호 1995년)도 모두 126경기 시즌에 작성됐다. 지난해 김상수(삼성 라이온즈)의 53개를 비롯해 2011년 이후 도루왕은 모두 60개 이하로 타이틀을 차지했다. 2010년 이대형(66개 당시 LG 트윈스) 이후 시즌 60도루의 맥이 끊긴 상태다.

지난해 타이틀 홀더들의 기록을 기준으로 2015년 누적 기록 부문별 1위의 기록을 산술적으로 예상해 보자.

먼저 홈런이다. 박병호(넥센)는 경기당 0.40625개(128경기 52개)의 홈런을 기록했으니 144경기인 올해 예상치는 58.5개다. 133경기를 치른 2003년 시즌 56개로 시즌 개인 최다 홈런 기록을 갖고 있는 이승엽(삼성)을 가볍게 넘어선다. 국내 리그에서도 꿈의 개수인 60홈런을 사정거리 안에 두게 된다. 162경기를 치르는 메이저리그는 시즌 70홈런 시대를 열었으니 비교하기에 무리가 있고 145경기를 갖는 일본은 2013년 블라디미르 발렌틴(야쿠르트 스왈로스)이 때린 60개가 최다 기록이다. 오 사다하루(55개 1964년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오래된 기록을 2003년 이승엽이 깨뜨린데 이어 발렌틴이 이승엽을 다시 넘어섰듯이 연간 경기 수가 거의 같아진 한국과 일본 두 리그의 개인 시즌 최다 홈런 경쟁이 볼 만하게 됐다.

박병호는 지난해 경기당 1개에 가까운 0.96875개(128경기 124개)의 타점을 올렸으니 올해 예상치는 139.5개다. 이는 2003년 이승엽이 기록한 시즌 개인 최다 타점인 144개에 근접하는 높은 수치다. 이 부문 역대 2위인 133개(2010년 이대호 당시 롯데 자이언츠)를 가볍게 넘어선다. 일본은 양대 리그로 분리된 1950년 센트리리그 소속 쇼치쿠 로빈스(요코하마 베이스타스의 전신인 다이요 훼일스에 흡수 합병)의 고즈루 마코토가 세운 161개가 이 부문 최다 기록이다. ‘일본판 조 디마지오’로 불린 고즈루는 130경기가 열린 그해 51개의 홈런과 2루타 28개, 3루타 6개 등으로 장타율 7할2푼9리 OPS 1.179의 놀라운 수치를 기록하며 반세기가 넘도록 깨지지 않고 있는 대기록을 수립했다. 박병호 등 한국 타자들이 일단 겨냥해 볼 만한 일본 기록은 오치아이 히로미쓰(롯데 오리온스)가 갖고 있는 일본 리그 역대 2위 기록인 146개(1985년)다.

지난해 넥센 히어로즈 서건창이 시즌 200안타 시대를 연데 이어 이제 국내 리그에서도 200+ 안타가 심심찮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경기당 1.57031개(201개 128경기)를 때린 서건창의 안타 생산성이 올해 그대로 유지되면 226.1개의 안타가 쏟아지게 된다. 가상의 수치이긴 하지만 이는 일본 리그 기록인 214개(2010년 매트 머튼 한신 타이거즈)를 단숨에 뛰어넘는 놀라운 결과다. 일본 리그 역대 2위인 스즈키 이치로의 210개(1994년 당시 오릭스 블루 웨이브)도 가볍게 넘어선다. 흥미로운 사실은 1994년 스즈키 이치로가 일본 리그 사상 처음으로 시즌 200안타를 달성한 것을 계기로 그해부터 최다 안타 부문이 정식 타이틀로 제정됐다는 것이다.

타자 기록 가운데 도루는 앞서 언급했듯이 단순히 경기 수 증가만으로 개수가 증가할 것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한 면이 있다. 개인 기량이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다만 뛰어난 주루 능력을 갖춘 선수가 나타날 경우 이종범의 기록을 깨고 ‘일본판 리키 헨더슨’인 후쿠모토 유타카(한큐 브레이브스)가 1972년에 세운 106개의 ‘꿈의 100+기록’에 도전할 발판은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후쿠모토는 1971년부터 1982년까지 13시즌 연속 도루 타이틀을 차지한, 말 그대로 ‘대도(大盜)’였다.

투수 부문 가운데 누적 기록인 다승과 세이브, 홀드 그리고 탈삼진 등도 타자 부문의 도루와 같이 개인 역량이 작용하는 측면이 크다. 경기 진행 상황도 고려 대상이다.

100경기 시즌인 1983년에 기록된 다승 역대 1위인 30승(장명부 당시 삼미 슈퍼스타즈)은 예외적인 사례라고 해도 120경기 이내 시즌이 이어진 1990년까지 나온 20승+ 투수가 연인원 11명에 이른다. 박철순 최동원 김시진 선동열 이상윤 그리고 재일동포 김일융 등이 활약한 시대였다. 이 시기를 포함해 지난해 앤디 밴 헤켄까지 국내 리그 20승+ 투수는 연인원 16명에 그쳤다. 투수 분업화가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어 투수 부문 누적 기록에 경기 수 증가가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팩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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