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신년인터뷰 ③] '대형 신인' 이재영 "배구는 내 인생 또 다른 쌍둥이!"

배구는 여동생 이다영처럼 제 쌍둥이라고 강조한 이재영은 앞으로 꾸준한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병희 기자

'파란 양의 해' 을미년이 우리 곁에 다가왔다. 대형 이벤트가 많았던 2014년에 이어 2015년에도 스포츠 세계의 잔잔한 감동 드라마가 이어진다. 굵직한 대회는 적지만 1월 아시안컵, 6월 여자 축구 월드컵, 7월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를 비롯해 종목별 올림픽 예선과 세계선수권대회가 치러져 열기를 더할 예정이다. 주어진 기회를 지렛대 삼아 내일의 도약으로 삼으려는 유망주들은 조용한 칼날을 간다. 이들에게 대회 명성은 중요치 않다. 모든 경기가 이름을 날릴 새로운 장이자 도전이며 과제다. 2015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기 위해 질주하고 있는 '될성부른 떡잎'을 먼저 확인하는 것은 또 다른 재미다. 이미 '선배 뺨치는' 실력을 갖춘 멋진 후배들이 기지개를 켤 준비를 마쳤다. '내일은 최고'를 꿈꾸며 기량을 갈고닦고 있는 '예비 스타'들을 <더팩트>에서 <신년인터뷰> 기획 코너로 미리 만나 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용인= 김광연 기자] '신인'의 국어사전 의미는 '체육계나 예술계 같은 분야에 새로 등장한 인물'이다. 여기에 특별한 등급을 이르는 '특급'이란 말을 얹히면 체육계에서 특별히 주목할 새로운 선수가 된다. 하지만 신인에도 종류가 있다. 가능성은 인정받으면서도 깨질 듯 안 깨질 듯 아직은 미완의 대기로 평가받는 이가 있는가 하면, 타고난 기량으로 나이답지 않은 '애늙은이'처럼 운동장을 종횡무진 누비는 선수도 있다.

'여고생 레프트' 이재영(19·흥국생명)은 이 가운데 후자로 말할 수 있는 소문난 재목이다. NH농협 2014~2015시즌 V-리그 여자부를 빛낼 '특급 신인'이자 앞으로 한국 여자 배구를 이끌 기대주다. 아버지가 해머던지기 국가 대표 출신인 이주형(51) 익산시청 육상부 감독이고 어머니는 1988 서울올림픽 여자 배구 대표팀 세터였던 김경희(49) 씨다. 진주 선명여고 2학년이던 지난 2013년 9월 쌍둥이 여동생 이다영(19·현대건설)과 제17회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 국가 대표팀에 나란히 발탁되며 시선을 끌었다. 이후 2014~2015시즌 여자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었다. 자신에 이어 프로행을 확정한 이다영과 함께 한국 배구에 복덩이로 급부상하고 있다. 아주 크다고 할 수 없는 180cm의 키에도 탁월한 기술과 악착같은 근성, 시원시원한 패기로 올 시즌 초반 소속팀 돌풍을 이끌었다.

고등학교도 채 졸업하지 않은 '여고생' 이재영에게 최근 소속팀의 연패 행진과 함께 자신을 향하고 비난의 목소리가 다소 낯설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생각은 없다. 자신의 올 시즌 성적표를 100점 만점에 30점이라고 냉정히 진단하면서도 앞으로 최고보다는 꾸준한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여태껏 운동에 전념하느라 흔하디흔한 '스키니 청바지' 하나가 없지만, 지금은 운동이 더 중요한 시기라고 말하는 의젓한 마음을 보였다. <더팩트>는 지난해 12월 30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상하동의 흥국생명 연수원 연습체육관에서 배구를 자신의 여동생 이다영처럼 '쌍둥이'에 비유하는 이재영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재영은 팬 비난이 낯설지만 자신의 장점인 웃으며 경기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팬 비난, 처음이라 낯설지만 웃음 놓치 않을 것."

- 3라운드가 지났다. 시즌을 경험하고 있는 소감이 어떤가.

리그 절반이 끝났다. 아직 체력적으로 매우 힘들고 지친 부분도 있지만 즐겁고 재밌다. 지난 3라운드에서는 좋은 경기력을 보이지 못했다. 고등학교 때와 대표팀 때에 있을 때 선수가 매번 잘할 수 없다고 많이 생각했다. 시기적으로 좀 이르게 3라운드에 슬럼프가 찾아와 많이 힘들지만, 저 자신이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이런 부진이 본인에게 어떻게 작용할 거 같나.

3라운드 시작하고 나서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다. 연습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공격 타법을 끌어서 때리다 보니까 제가 원래 잘 때리던 코스가 안 나오고 원하는 공격도 안 나와서 체력적으로 매우 힘들었다. 잘했을 때는 '잘했다 잘했다'고 하는 사람들도 못할 때가 되니 말이 나왔다. 거기에 대해서 상처를 많이 받았다. 고등학교에만 있다가 이런 상황을 처음 겪었다. 욕하는 사람을 보며 상처를 많이 받았고 그러면서 좀 두려웠다고 해야 하나. 경기할 때부터 자신이 많이 없었다.

- 구체적으로 어떤 비난이었나.

게임 끝나고 인터넷으로 제 경기 영상을 많이 본다. 한번은 댓글을 단 적이 있다. 밑에 댓글이 달렸는데 안 좋은 이야기가 많아서 상처를 받았다. 그래서 괜히 봤다는 생각도 많이 들고 울기도 했다. (고등학생 때와 달리 많은 관심을 받는 프로 선수다.) 처음엔 사람들의 관심이 정말 좋았다.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관심이 커질수록 1경기 못 하면 '아 부담이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속팀 언니들은 이전부터 이런 걸 많이 겪었는데 저는 이번이 처음이라 힘들었다.

- 팬 사이에선 경기를 즐기면서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항상 경기할 때 표정이 밝고 행복해 보인다.

제가 원래 운동할 때 웃으면서 한다. 웃으니까 '왜 경기하는데 웃느냐'는 사람도 많았다. (웃음) 경기할 땐 웃지 말아야 하나 그런 생각도 많이 했는데 어차피 제가 운동 하는 거고 저만의 스타일이다. 저는 배구가 잘 안 되더라도 웃으면서 하는 게 보기가 좋지 화내는 거보단 낫다고 생각한다. 마음 속으로 '내 것만 하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

- 본인 만의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있나.

저는 스트레스를 다른 걸로 잘 안 푸는 거 같다. 풀 줄 잘 모르는 거 같다. 그래서 잔다. 어제도 밤 12시 자서 다음날 오후 5시반 까지 잤다. 쉴 타임이 없어서 엄청나게 피곤했다. 중간에 화장실을 한 번 가긴 했다. (웃음) 힘들 때는 아예 배구를 생각하지 않았다. 편안하게 하자고 생각했다.

이재영은 미녀 군단 흥국생명에 입단했지만 자신의 외모가 예쁜 건 절대 아니라고 말했다.

◆ "'미녀 군단' 흥국생명? 난 절대 아니다."

- '미녀 군단' 흥국생명에 들어왔다.

예쁜 사람은 김수지(28), 김혜진(26), 곽유화(22), 조송화(22) 언니다. 저는 아니다. 예쁜 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웃음) 저는 멋있어지고 싶다. 김연경(27·페네르바체 유니버셜) 언니 보면 멋있어 보이지 않나. 카리스마 있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 숙소 생활은 어떤가. 갑갑하진 않나.

아직 답답하진 않다. 숙소 생활이 비교적 자유롭다. 팀 언니들도 편하게 해준다. 잠이 많아서 외박이 있어도 밖에 잘 안 나간다. 나갔다 오면 운동하기가 힘들다. 특히 저는 몸을 많이 써서 다른 사람과 달리 많이 쉬어야 한다. 놀 시간은 많다. 그때 놀면 된다. 지금 중요한 시기이고 집중해야 한다.

- 숙소에서 일과가 어떤가.

숙소에 있을 때도 아침밥 먹고 외출 나갈 사람은 나가는데 저는 숙소에서 이번에 같이 팀에 들어온 '단짝' 정유리(19)랑 치킨 먹는다. (웃음) 영화도 본다. 그 친구도 잠이 많고 성격이 비슷하다. 계속 먹고 잔다. (웃음) (체중 걱정이 들 거 같은데.) 제가 살이 잘 안 찌는 체질이다. 워낙 많이 뛰어다닌다. 이후에 청소하고 밤 11시 정도에 눕는다. 휴대폰 만지고 하면 12시에 잔다. 다음 날 아침 6시 반에 일어난다. 막내라 청소해야 한다. (웃음) 청소는 팀 막내랑 1~2년 차 언니들이 맡는다. 선임급 언니들은 혼자 방을 쓰고 두 명씩 한방을 쓴다. 저는 (조)송화 언니랑 쓴다. 방이 너무 덥다. (웃음) 온도 조절이 잘 안 돼서. 그래서 문을 조금 열어놓고 잔다.

- 프로 적응을 위해 선배들에게 어떤 도움을 받는지.

신인이니까 과감하게 생각 없이 하라고 한다. 제가 운동할 때 생각이 많다. 생각을 비우고 했으면 좋겠다고 말해준다. 또 언제든지 잘할 수 있다면서 지금도 잘하니까 지금처럼 하라고 못하는 거 아니라고 이야기해준다. (김)혜선(24) 언니, (김)혜진 언니, (조)송화 언니 등 언니들 모두 잘해준다. 부상 관리에 대해서도 조언을 구한다. 언니들이 야간 운동하는 만큼 웨이트나 무릎 보강 훈련도 열심히 해야 한다고 했다. 후회하기 전에 아플 때 관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언니들이 제가 힘든 시기에 네가 없으면 안 된다며 기둥이라고 말해줘서 고마웠다. 제가 신인이고 경기에 바로 뛰지만, 우리 팀에서 시기하는 사람이 없다. 잘하면 잘한다고 손뼉 쳐주고 못하면 힘내라고 해준다. 우리 팀의 장점이다.

- 팀 언니들과 있으면 어떤 이야기를 많이 하나.

남자 이야기도 하고, 화장 이야기도 하고 보통 여자 대화 많이 한다. '화장품은 어느 상표가 좋으냐', '옷은 어디가 좋으냐' 같은 이야기다. 남자 친구 이야기도 한다. (웃음) 저희는 다 같이 모여서 이야기하는데 정말 좋은 거 같다. 언니들 이야기를 들으면 되게 재밌다. 참고도 되고. (웃음)

이재영은 제2의 김연경이 아닌 제1의 이재영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조용히 말했다.

◆ "제2의 김연경 아닌 제1의 이재영 위해 노력하겠다."

- 지난 1라운드 경기 후 신인왕보다 최우수선수, 공격상, 득점상 받고 싶다고 말했다.

아 근데. 신인상보다 그 상을 받고 싶다가 아니었다. (웃음) 신인상도 받고 싶고 기회가 되면 다른 상도 받고 싶다는 의미에서 말한 거다. 욕심이 조금 난다는 의미였는데. (웃음) 신인상만이 아니라 신인상도 받고 싶고 욕심이 나면 다른 상도 받고 싶다는 거였는데 그렇게 말이 나와서 많이 당황했다. 팬 반응을 보고 깜짝 놀랐다.

- '제2의 김연경'으로 평가받고 있다. 많이 부담 되나. 선수로서 김연경의 어떤 점에 배우고 싶나

저는 '제2의 김연경'은 아니다. 나중에 정말 노력해서 '제1의 이재영' 같은 그런 결과를 보여주고 싶다. 아직 더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 제일 먼저 공격적인 부분을 제일 배우고 싶다. 자신감도 본받고 싶다. 리시브는 물론 모든 면에 닮고 싶다. (김연경은 신인왕과 최우수선수상 모두 석권했다. 자신 있나.) 음 그랬으면 좋겠다. (웃음) 상은 나중에 잘하면 받으니까 지금은 큰 욕심이 없다. 가장 받고 싶은 건 신인상이다.

-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때 '선배' 김연경에게 조언 들은 게 있나

(김)연경 언니랑은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언니가 아직 어려웠다. 제가 좀 안 돼서 힘들어할 때 "다른 영상 보지 말고 네 영상을 많이 봐라. 공격 코스가 안되면 더 열심히 하고 키가 작으면 리시브를 보완하라"고 말해줬다.

- 여자 배구 대표팀이 금메달은 목에 걸었지만, 본인은 아시안게임에서 단 1분도 뛰지 못했다. 결승전 이후 아쉬워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는데.

정말 아쉬웠다. 발목 부분 파열이라 좀 많이 안 좋았다. 뛰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참고 훈련했는데 하고 나니 많이 부었다. 다행히 지금은 괜찮다. 아시안게임 때 뛰지 못한 한을 지금 팀 경기로 풀고 싶다. 그땐 정말 뛰고 싶어서 마지막 순간 눈물이 나온 거 같다.

이재영은 앞으로 배구를 못할 것이란 말을 들은 지난 2013년 당시를 떠올리며 힘들었던 기억이라고 털어놨다.

◆ "배구 못한다고 했을 때 많이 힘들었다."

- '쌍둥이 친동생' 이다영과 프로 두 번의 맞대결 어땠나. 팀은 다 졌다.

엄청나게 아쉬웠다. 3라운드 경기 전에 제가 다영이한테 "이번에는 우리가 이길 거고 너희가 질 것"이라고 그랬는데 저희 팀이 졌다. 많이 아쉬웠고 4라운드 때는 꼭 이기고 싶다. 저희가 지다가 경기를 따라 잡았다. 3세트엔 지는 경기였는데 그때 5세트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5세트에서 저희가 이기다가 져서 제일 아쉬웠다. 현대건설과 경기가 젤 생각 남는다. 팀이 4위지만 아직 게임이 많이 남았다. 언니들과 호흡 잘 맞추고 영상도 더 볼 거다. 꼭 4, 5라운드 1등 해서 리그 상위권에 있었으면 좋겠다.

- 국가 대표 세터 출신 어머니, 현역 배구 선수인 동생까지 옆엔 배구인 가족이 있다. 힘들 때 많이 의지가 될 텐데.

어머니는 항상 긍정적이다. 배구가 안 될 때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한다. 공격수 하다가 세터로 바꾸셨는데 공격 코스나 스텝을 많이 알려주신다. 코치님 개념이다. (웃음) 진짜 배구가 잘 안 돼서 전화하면 "너 지금 행복한 고민하는 거야"라고 하신다. (웃음) 다영이는 요즘에 연락 많이 못 한다. 시간이 많이 안 맞는다. 다영이가 저보다 더 바쁘다. (웃음) 어머니가 많이 챙겨주신다. 어머니가 제 이름으로 적금도 들었다. 저는 돈을 잘 안 쓴다. 막 쓰는 스타일이 아니다. 어느 순간부터 돈 모으는 재미가 생겼다. (웃음) 적금을 많이 들었다. 운동선수 끝나면 돈을 못 번다. 벌 수 있을 때 벌어야 한다. 사실 스키니 청바지도 없다. (웃음) 잘 안 쓴다. 나갈 일이 없어서.

- 고등학교 시절 프로가 되면 특별히 하고 싶은 게 있었나.

따로 없었다. 사실 저는 걱정이 많았다. 무릎 때문에 프로에 갈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 1라운드 1순위라고 해도 많이 못 뛸 줄 알았다. 주전 멤버가 될지도 몰라서 걱정이 많았다. 이미 팀에 잘하는 멤버가 많고 저는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왼쪽 무릎이 좋지도 않고 안 좋지도 않다. 계속 관리해줘야 한다. 재활은 안 하고 웨이트트레이닝을 많이 한다. 운동선수는 다 부상이 있다. 저는 심하게 경기를 치르다 보니까 몸도 아주 힘들고 신호가 빨리 온다. 하지만 지난번에 다친 발목은 괜찮다.

-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다면.

아무래도 무릎 수술하고 나서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대표팀에서 다쳤다. 그때는 무릎이 안 좋진 않았다. 제 무릎 하면 한 번도 다치지 않을 거 같은 무릎이었다. 근육이 제가 남들보다 좋다고 했다. 그래서 무릎은 안 다칠 줄 알았는데…. 대표팀 들어와서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고등학교 때부터 훈련량이 많았나? 런닝을 많이 해서 그런가? 갑자기 무릎이 아팠다. 웨이트도 하고 운동량이 많아져서 그런 거 같다. 처음에 아팠을 때 운동량을 좀 줄였어야 했는데. '어 아프네 괜찮아'라고 넘어갔다. 괜찮을 줄 알았다.

- 이후 더 심해진 건가.

작년 아시아선수권 하기 전부터 아팠는데 경기 하루 전날 많이 아팠다. 사실 그전에 국내 있을 때부터 아팠다. 태국 가서 심해졌다. 무릎 다치고 1년 가까이 쉬었다. 지난 7월에 복귀하고 아직 별로 안 됐다. 지금은 점프가 옛날만큼은 아니지만 서서히 감각이 돌아오는 거 같다. 이때 병원에서 운동 못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 다른 병원에선 괜찮다고 운동할 수 있다고 했다. 운동 못 한다는 병원은 '프로 못 간다. 대학 가야 하니까 운동선수 접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 말 들었을 때 많이 힘들었다. 배구를 못 한다고 할 때가 가장 힘들었던 거 같다.

이재영이 지난해 12월 30일 용인의 흥귝생명 체육관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문병희 기자

◆ "배구는 여동생 이다영처럼 쌍둥이 같은 존재."

- '여고생' 이재영에 대해 말하면?

저는 계속 무릎 때문에 쉬어서 학교에 있을 때도 볼 운동을 많이 하지 않았다. 몸 관리하고 웨이트트레이닝도 많이 했다. 추억은 많았다. 감독 선생님 몰래 나가서 친구들하고 빙수 먹으러 가고. (웃음) 선생님이 세차하면 물놀이하고 아이스크림도 많이 사 먹고 그랬다. 전국체전을 뛰었는데 학교생활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아쉬웠다. 우승하고 나서 좋았지만 학교에 다시 갈 수도 없는 거고 정말 아쉬웠다.

- 본인에게 배구는 어떤 의미인가?

저한테는 다영이처럼 쌍둥이다.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지금까지 배구 때문에 노력했고 눈물도 흘렸다. 앞으로도 더 해야 하지만 배구를 못 한다고 하면 엄청나게 슬플 거 같다. 무서울 거 같기도 하다. (웃음) 지금까지 운동이 힘든 적은 없었다. 재밌었다. 뭔가 뿌듯했다. 제 마음대로 안 될 때나 갑자기 안될 때가 제일 힘들었다. (웃음) 욕심이 많아서 언니, 선생님도 앞으로 야간 운동 금지령을 내렸다. 안 되는 게 있으면 밤새 될 때까지 했다. 나중에 하다 보니까 제 몸이 아팠다. 갑자기 허리가 아파서 사흘을 쉬었다. 감독 선생님도 화가 나셨다. 왜 이렇게 운동 많이 하느냐고 볼 만지지 말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셨다. 고등학교 때도 개인 운동을 좋아해서 계속했다. 근데 이상하게 몸에 신호가 오더라. 이제는 야간엔 운동을 안 하고 치료 열심히 하고 있다.

- 1996년생이다. 20살이 되는 느낌은. 남자 친구는 안 만드나.

20살 되기 싫다. (웃음) 해보고 싶은 건 없다. 생각을 잘 안 해봤다. 나중에 생길 거다. 제가 TV를 잘 안 본다. 연예인보다는 미소가 예쁜 남자. 남자다운 사람이 좋다. 저를 많이 위해주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단 배구 선수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웃음) 제가 연하보단 연상을 좋아한다. (웃음) 나이는 신경 안 써서 12~13살까지는 상관없을 거 같다. 고등학교 때는 남자 친구가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 좋아하는 사람 있으면 만나겠지만 아직은 그럴 남자가 없다. 모르겠다. 저한테 좋다는 남자도 없더라. (웃음)

- 올 시즌 자신의 활약에 점수를 매긴다면.

30점. 저는 별로 만족하지 않는다. 제가 생각했던 게 잘 안 됐다. 30~40점이다. 리시브가 많이 흔들린다. 원래 자신 있게 했었는데 흔들린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제 패턴대로 잘 안 된다. 청소년 때도 그랬는데 요즘 흔들려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 해외 리그 진출과 올림픽 출전 등 더 큰 무대를 꿈꿀 텐데.

최근에 다영이와 2016 히우 하계올림픽에 관해서 "다영아, 주전으로 함께 올림픽 뛰자"고 했다. 다영이도 뛰고 싶다고 했다. 못 뛰어도 괜찮으니 큰 무대 경험하고 싶다. 아시안게임에 뛰지 못했지만, 다영이랑 다시 맞춰보고 싶다. 국외에서 나도 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한번 해보고는 싶다. 특별히 일본이나 유럽 어디를 말하는 게 아니라 다른 데 가서 많이 배우고 싶다. 다른 걸 경험하고 싶다. 일본 배구 스타일도 괜찮다. 저는 (김)연경 언니와 달리 키도 다르고 운동 스타일도 다르다. 많은 경험을 쌓고 싶다.

-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

처음 인터뷰에서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지금은 너무 욕심이다. 꾸준히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운동선수는 앞으로 더 실력을 쌓기보다는 유지하는 게 더 힘들다고 생각한다. 기복 없이 하고 싶다. 힘닿는 데까지 하고 싶다. 사람들이 '전엔 잘했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못해'라는 말보다 '오늘도 내일도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다. (팬에게 한마디) 제가 부족한 면이 많지만, 경기가 안 좋아도 많이 응원해주시고 예뻐해 주셨으면 좋겠다. 모두 저를 향한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저한테 관심이 없으면 그렇게라도 이야기하지 않을 거다. 이제는 그렇게 말한 사람들도 제 팬으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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