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의 눈] 함서희-송가연, '코리안 여전사'들의 값진 패배

함서희(위쪽)와 송가연이 승전고를 울리지 못했지만,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 SPOTV 영상 캡처·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이준석 기자] 승리하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히 의미 있는 경기였다. 밝은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이유다.

'코리안 여전사' 함서희(27·부산팀매드)와 송가연(20·팀원)이 나란히 외국 선수들의 높은 벽을 실감한 채 무릎을 꿇었다. 맥없이 무너지진 않았지만, 프로의 세계는 냉정한 법이다. 패자보다 승자에게 집중 조명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함서희와 송가연은 값진 패배를 당했다. 몸에 좋은 약은 쓰기 마련이다.

함서희(가운데)는 지난 13일 조앤 칼더우드와 대결에서 0-3 만장일치로 패했다. / SPOTV 영상 캡처

◆ '악전고투' 함서희, 박수받아 마땅하다

'함더레이실바' 함서희는 지난 13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팜스 카지노 리조트에서 열린 UFC TUF 20 피날레 스트로급(52kg) 조앤 칼더우드(28·스코틀랜드)와 대결에서 0-3 만장일치로 패했다. 사실 당연한 결과였다. 경기 1주일 전까지도 어떤 상대와 대결할 지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비자 발급 문제로 발목이 잡히기도 했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경기였다는 뜻이다.

사실 함서희는 경기를 앞두고 이 부분을 답답해했다. 상대가 누군지 알아야 스타일을 파악하고 전략을 짤 수 있다. 하지만 그럴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 타격이나 그라운드, 그래플링 등 어느 곳에 초점을 맞추고 훈련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함서희는 UFC의 체계적이지 못한 출전 제의를 뿌리치지 못했다. 이유가 있다. 꿈에 그리던 무대의 첫 번째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은 관계가 무너질 가능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함서희는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함서희는 최악의 조건에서도 온 힘을 다해 싸웠다. 자신보다 10cm나 높은 칼더우드의 다양한 킥을 견뎌내면서 끝까지 주먹을 뻗었다. UFC라는 세계 최고의 무대이자 처음 경험하는 곳에서 결코 주눅들지 않았다. 매서운 눈빛과 적극적인 자세로 옥타곤에 '함서희'라는 세 글자를 당당히 새겼다. UFC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선수들을 싫어한다. 관중도 마찬가지다. 주저 없이 야유를 퍼붓는다. 함서희에겐 그런 모욕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충분히 박수받을 만하다.

서두를 필요없다. UFC와 계약한 네 경기 가운데 겨우 한 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그의 도전은 이제 시작된 셈이다.

송가연(아래쪽)은 14일 다카노 사토미에게 무릎을 꿇었다. / 남윤호 기자

◆ '새내기' 송가연, 약이 될 패배

냉정하게 말해보자. 송가연은 질 경기를 졌다. 프로 무대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하지만 이제 그의 나이 20살이다. 분명히 약이 될 경기였다.

송가연은 14일 서울 올림픽로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로드FC 020 48kg 이하 5경기 다카노 사토미(24·클럽 바바리안)와 대결에서 1라운드 4분 29초 만에 오른손 기무라로 졌다. 지난 8월 17일 로드FC 017 스페셜 메인이벤트 47.5kg급 야마모토 에미(33·일본)전에서 TKO 승을 거둔 뒤 127일 만에 옥타곤에 올랐지만, 화려한 복귀는 하지 못했다.

애초 다카노를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다. 유도와 주짓수 등 다양한 그라운드 기술을 갖췄으며 프로 전적 3승 5패를 기록하고 있는 다카노의 벽은 높았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송가연에겐 버거운 상대였다. 홈 어드벤티지라는 장점 외엔 앞섰다고 여길만한 요소가 없었다.

송가연은 다카노와 경기를 앞두고 그라운드 기술 연마에 집중했다. 타격에서는 밀릴 것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1라운드 초반 저돌적인 전진 스텝으로 다카노와 맞섰다. 얼굴에 연달아 주먹을 꽂기도 했다. 조금 더 힘이 실리고 주먹세례를 퍼부었다면 KO승을 거둘 가능성이 있었다.

문제는 그라운드에서 격차가 컸다는 점이다. 활발하게 움직인 다카노를 막을 수 없었다. 마운트와 백 마운트 포지션을 계속해서 허용했다. 깔렸기 때문에 팔을 쉽게 내줬다.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결국 오른손 기무라로 졌다. 송가연은 아쉬운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침울했다. 눈가엔 눈물이 고였다.

하지만 송가연은 실망할 이유가 없다. 자신보다 높은 수준의 선수와 대결했다는 것에 의의를 둬야 한다.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을 깨달았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경기였다고 할 수 있다. '연예인'이 아닌 '격투가'로서 성공을 원하는 송가연이기 때문이다. 그의 프로 전적은 이제 겨우 1승 1패일 뿐이다. 잠재 능력을 터뜨릴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한국 격투기 팬들은 아쉽게도 '코리안 여전사'들의 승리 소식을 듣지 못했다. 패배라는 가슴 아픈 결과물이 날아왔을 뿐이다. 하지만 함서희와 송가연은 무한한 성공 가능성을 나타냈다. 가뜩이나 한국 여자 격투기 시장이 좁은 가운데 그들의 도전이 신선한 향기를 뿌리고 있다.

nicedays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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