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l 이준석 기자] '한국판 괴물!'
말 그대로 '괴물의 등장'이다. 188cm, 130kg의 거구 파이터 심건오(25·팀피니쉬)가 격투기계에 혜성처럼 나타났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에서 보기 드문 신체조건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레슬링에서 종합격투기로 전향한 지 4개월밖에 안 된 상황이지만, 타격 센스가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심건오는 지난달 23일 방송된 XTM '주먹이 운다-용쟁호투'에 출연해 괴력을 발휘하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현직 파이터와 맞붙는 '지옥의 3분'이란 코너에선 손혜석(28·일산 팀맥스)과 차정환(30·팀 킬링필드)을 상대로 선전해 즉석에서 정문홍(40) 로드 FC 대표에게 "당장 계약하자"는 말을 들었다.
그 결과 데뷔전을 바로 치르게 됐다. 심건오는 다음 달 9일 서울 올림픽 공원에서 열리는 로드 FC 019에 출전해 프레드릭 슬론(33·최무배짐)과 대결한다. 판이 깔린 상황에서 그의 경기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직 데뷔를 하지 않은 심건오지만 체격 조건만큼은 브록 레스너(44·미국)와 비교할 만하다. 둘이 닮은 점은 체격 조건이 다가 아니다. 격투기 커리어 면에선 심건오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레슬링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과 무시무시한 힘을 갖췄다는 점이 비슷하다. 심건오는 전국체전 2회 우승을 포함해 전국 대회에서 10회가 넘는 우승 경력을 갖추고 있다. 레스너는 WWE로 이름을 날렸지만 사실 미국 레슬링에서 더 유명했던 선수다. 미국 대학 스포츠연맹(NCAA) 디비전 1 챔피언을 지냈으며 투타임 NCAA 올해의 아메리칸에 선정되기도 했다. NCAA 전적 50승 2패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거뒀다.
심건오와 레슬러는 플레이스타일도 닮았다. 저돌적으로 밀어붙이는 유형이다. 초반에 많은 체력을 소진해 금방 지친다는 단점이 있다는 것도 비슷하다. 장단점까지 닮았으니 이래저래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심건오는 14일 <더팩트>와 전화 통화에서 "솔직히 민망하다. 아직 데뷔전을 치르지 않았는데 풍부한 경력을 쌓은 선수와 비교된다는 것이 부담스럽다"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밝혔다. 그는 "레스너는 매우 훌륭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레슬링으로 시작했기에 타격을 늦게 배운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주먹 한방에 무게가 확실히 실린 것 같다. 잽이 거의 스트레이트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레스너는 타격을 늦게 익혔다. 하지만 주먹 한방이 다른 선수의 힘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그야말로 '묵직한 주먹'이다. 그런 면에서 심건오도 유사한 면이 있다. 레슬링을 몸에 익힌 상황에서 타격을 배우고 있다. 대전에 있는 체육관 '팀피니쉬'에서 여러 스파링 상대와 주먹을 맞대며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서울로 올라오기도 한다. 이재선 싸비짐 관장에게 타격 기술을 배웠다. 싸비짐에서 심건오의 타격 장면을 지켜본 한 관계자는 "배운 지 얼마 안 돼서 특별한 면은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그런 것을 고려하면 타격 센스가 훌륭했다. 간결하진 않지만 묵직한 주먹을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다면 분명 위력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여러 상대와 주먹을 맞대는 이유는 다양한 이들의 타격을 직접 체험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에게 타격은 익숙하지 않다. 경험이 부족해 주먹을 뻗는 가운데서 턱이 들리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상대의 카운터 펀치에 당할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심건오에겐 한 가지 믿을 구석이 있다. 바로 자신의 독보적인 신체조건이다.
심건오는 "주먹을 뻗을 때 위험 부담이 없다. 어차피 상대가 나를 넘어뜨릴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덕분에 주먹을 마음껏 휘두를 수 있다. 설령 상대가 나를 넘어뜨린다고 하더라도 그동안 갈고 닦은 레슬링 실력이 있기에 거뜬히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만만해했다.
아직 심건오는 격투기 무대에서 아무 것도 검증하지 못했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프로 선수와 대결한 것과 실전 격투기는 차원이 다르다. 데뷔전을 앞둔 심건오가 모든 것을 쏟아부어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면 자신의 존재감을 새길 수 있다. '한국판 브록 레스너'의 등장이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