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AG 결산] (1) 더팩트가 뽑은 최고의 명승부 '베스트 10'

임창우(오른쪽)가 지난 2일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 북한전에서 연장 후반 추가 시간 결승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 최진석 기자

[더팩트ㅣ이현용 기자]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이 16일간의 뜨거운 일정을 마쳤다. 선수들은 4년 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맘껏 발휘하며 수많은 명승부를 연출했다. 농구, 축구, 육상 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손에 땀을 쥐는 명장면이 나와 보는 이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더팩트>에서 뽑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명승부 '베스트10'을 소개한다.

◆ 남자 축구, '금빛 버저비터'로 28년 만의 우승!

남자 축구 대표팀은 지난 2일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 15분 터진 임창우(22·대전 시티즌)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무려 28년 만에 아시안게임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시작 전 역대 최약체로 평가 받은 대표팀이었지만 경기 종료 직전까지 뛰어난 집중력을 보이며 극적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여자 축구에서 한국에 패배를 안긴 북한을 상대로 한 승리로 기쁨을 더했다.

◆ 여호수아의 투혼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여호수아(27·인천시청)를 비롯해 박세정(30·안양시청)·박봉고(23·구미시청)·성혁제(24·인천시청)로 이뤄진 한국은 지난 2일 인천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육상 남자 1600m 계주 결승에서 3분04초03으로 일본(3분01초88)에 이어 은메달을 따냈다. 감동을 안긴 짜릿한 한 판이었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여호수아는 3위로 마지막 코너를 돌았다. 2위 사우디아라비아와 격차가 컸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끝까지 추격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마지막 주자가 결승선을 앞두고 발걸음을 늦춘 사이 여호수아가 몸을 날렸다. 결과는 은메달, 사진 판독 끝에 0.004초 차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쳤다. 한국 신기록을 세워 기쁨은 배가 됐다.

지난 3일 열린 남자 농구 이란과 결승전에서 승리한 한국 선수들이 태극기를 들고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 최용민 기자

◆ 남자 농구, 객관적 열세 넘어서 12년 만의 금메달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은 지난 3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결승에서 이란을 79-77로 꺾었다. 12년 만에 아시아 정상을 밟았다. 객관적 전력이 떨어졌지만 기대 이상의 경기력으로 이란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12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대회 시작 전 농구 월드컵에서 전패를 기록하며 분위기가 좋지 않았지만 예선부터 경기력을 끌어 올려 값진 성과를 만들었다. 경기 종료 2분 전까지 5점 차로 뒤졌지만 포기하지 않는 집념으로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 '맏형' 이현일이 완성한 남자 배드민턴 단체전 '금빛 스매싱'

한국은 지난달 2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배드민턴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3-2로 제압했다. 2006년 도하 대회와 2010년 광저우 대회 결승에서 만리장성을 넘지 못하고 은메달에 머문 한을 풀었다. 한국은 1경기와 2경기를 잡고 금메달에 다가갔지만 3경기, 4경기를 내주며 흔들렸다. 구세주는 이현일(34·새마을금고)이었다. 이현일은 5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일본과 8강전에 이어 다시 한번 극적인 드라마에 마침표를 찍었다. 은퇴했다 대표팀에 복귀한 맏형이 완성한 짜릿한 승리였다.

이현일이 지난달 23일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남자 단체전 결승 중국과 경기에서 3-2로 이긴 뒤 동료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고 있다. / 최진석 기자

◆ '0-4 → 6-4' 남자 양궁 오진혁, 집념의 역전 '금메달 쇼'

오진혁(33·현대제철)은 지난달 28일 인천 계양아시아드양궁장에서 열린 양궁 남자 리커브 개인전 결승에서 승점 합계 6-4(27-29, 27-30, 30-27, 28-27, 27-26·승리 2점, 무승부 1점)로 역전승했다. 첫 세트에 이어 두 번째 세트까지 내주며 패색이 짙었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 박태환, 자유형 1500m 질주 후 이뤄진 20번째 메달

'마린보이'박태환(25·인천시청)은 지난달 26일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경영 남자 자유형 1500m 결선에선 4위에 그쳤다. 30분 뒤 혼계영 400m에 출전했다. 박선관(배영)-최규웅(평영)-장규철(접영)에 이어 100m를 자유형으로 역영을 펼쳐 값진 동메달을 따냈다. 인천 대회에서 6번째 메달이자 아시안게임 개인 통산 20번째 메달이었다. 박태환은 이번 대회에서 7개 세부 종목에 출전했다. 자유형 100m부터 '수영의 마라톤'으로 불리는 1500m까지 단거리와 장거리 구분 없이 한국 수영을 대표해 아시아 무대를 누볐다. 3500m의 물살을 가른 강행군 속에서 동메달로 아름다운 도전을 마무리했다.

박태환이 지난달 26일 열린 경영 남자 혼계영 400m에서 동메달을 따낸 뒤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다. / 최진석 기자

◆ '불혹' 조호성 "기계에 의존 말고 한 발 더 뛰어야 한다"

조호성(40·서울시청)은 지난달 23일 인천 국제벨로드롬에서 열린 사이클 트랙 남자 옴니엄 종목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불혹의 사이클 선수의 고별전이었다. 마지막 종목에서 아쉽게 2위로 내려앉았지만 20대 선수들 사이에서 역주를 펼치며 금메달보다 빛나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 후 27년간 누빈 트랙을 쉽게 떠나지 못하며 아쉬운 마음을 나타냈다. 그는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90도로 고개를 숙여 작별의 인사를 건넸다. "기계에 의존하지 말고 한 발 더 뛰어야 한다"는 그의 한마디는 후배들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 이하성, 부상-슬럼프 극복하고 한국에 안긴 첫 번째 금메달

이하성(20·수원시청)은 지난달 20일 오후 강화고인돌체육관에서 열린 우슈 장권에서 9.71점으로 자루이(9.69·마카오)를 0.02점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첫 금메달에 대한 기대가 사격으로 집중된 상황에서 깜짝 금빛 소식을 전했다. 한국 우슈에서 나온 12년 만의 금메달이었다. 이하성은 어려서부터 '우슈 신동'으로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지독한 부상과 슬럼프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양쪽 골반뼈가 골절됐고 무릎 연골 파열 속에서 진통제로 국가 대표 선발전에 나섰고 반전 드라마를 썼다.

구본길(왼쪽)이 21일 2014 인천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사브르 결승에서 김정환을 물리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 고양체육관 = 배정한 기자

◆ 구본길-김정환, 세계 랭킹 1위-2위의 집안싸움

세계 랭킹 1위 구본길(25·국민체육진흥공단)은 지난달 21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펜싱 남자 사브르 결승에서 세계 랭킹 2위 김정환(31·국민체육진흥공단)을 15-13으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눈을 뗄 수 없는 명승부였다. 시작음이 울리기 무섭게 두 선수는 칼을 힘껏 찔렀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에서 둘은 서로 소리를 지르며 금메달을 향한 의지를 나타냈다. 하지만 상대 선수가 쓰러지면 손을 맞잡으며 서로를 배려하는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했다. 둘은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합작했다.

◆ 한국의 첫 2관왕 김청용, 새로운 스타 탄생 알리다!

김청용(17·흥덕고)은 지난달 21일 인천옥련국제사격장에서 열린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 개인전에서 201.2점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앞서 열린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김청용은 2관왕에 올랐다. '대표팀 막내' 김청용은 어린 나이에도 침착한 경기 운영을 보였다. 대표팀 맏형 진종오(35·KT)와 '금빛 총성'을 겨뤄 의미를 더했다. 진종오는 179.3점으로 동메달을 따냈다. 김청용은 "진종오 선배 옆에서 오래 잘 배우고 싶다"고 존경심을 나타냈고 진종오는 "새로운 영웅이 탄생했으니 더 많이 축하해 달라"며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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