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노 기자] 한국 야구 투·타의 '살아있는 전설'이 24일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 조별 리그 B조 2차전 대만과 경기에서 다이아몬드 그라운드가 아닌 중계 부스에서 만났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와 '라이언 킹' 이승엽은 해설위원으로 나서 '국가대표급 입담대결'을 펼쳤다. 과거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평정했던 박찬호는 투수의 관점에서 '채찍'을 들고 냉철하게 후배들을 평가했다. 한국 프로야구 역대 최고령 30홈런의 주인공 이승엽은 채찍 대신 '당근'으로 아우들을 다독였다.
◆ '채찍' 박찬호 - '돌직구 해설'…양현종에게 쓴소리
SBS 객원 해설위원으로 마이크 앞에 선 박찬호는 '돌직구 화법' 해설로 시청자에게 다가섰다. 한국-일본-미국 등 세계 3대 마운드를 경험한 박찬호의 경험에서 나오는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투수 출신답게 선발로 등판한 양현종의 한 구 한 구에 집중했다.
양현종이 1회초 2사 3루에서 천쥔시우를 변화구 위주의 투구로 날카로운 파울 타구를 허용하자 "변화구가 연달아 들어가 타자의 눈에 익숙해지니 저렇게 맞는다"고 예리하게 분석했다. 이어 2회 대만 타선을 투수 앞 땅볼, 삼진 2개로 깔끔하게 삼자범퇴로 처리하자 "1회와 투구가 달라졌다. 타선에서 점수가 나니까 점수를 줘도 된다는 식으로 던지고 있다. 볼 끝이 달라졌다"며 달라진 양현종의 구위를 설명했다.
박찬호는 9-0으로 크게 앞선 상황에서 양현종이 자신 있게 공을 뿌리지 못하자 바로 '채찍'을 꺼내 들었다. "9점 차 리드에서 상대 전력이 약하면 맞아도 가운데로 던져야 한다"며 "직구를 세게 던지다 높게 들어갔는데 공에 힘이 있어서 타자들이 헛스윙하고 있다. 실투였던 게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현종이 초구가 아닌 3~4구째에 직구로 상대 타자를 범타 처리하자 "저런 공을 초구에 던져서 맞아야 한다. 얼마나 공이 아깝나. 실투라도 못 치지 않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찬호는 선발로 등판해 4이닝 2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한 양현종이 마운드를 내려가자 내실을 따지며 따끔하게 지적했다. 그는 "사실 실투가 많았다. 양현종 입장에선 기분이 나빠야 한다. 한가운데 높은 공인데 상대 전력이 약해서 타자들이 실수를 하고 있다"면서 "정말 강한 타자가 나왔을 때를 대비해 보완해야 한다. 잘 던지기보다 대만 선수들이 못 친 것이다"고 냉정한 총평을 내렸다.
홈런 3개를 합작한 대표팀 타선에 대해 "배팅 연습을 할 때 메이저리그 선수인 줄 알았다"고 말한 박찬호는 이날 3점 홈런을 터뜨린 강정호를 두고 "메이저리그에서도 활약이 기대되고, 충분히 클 가능성이 많은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 '당근' 이승엽 - '칭찬 일색'…"김현수 닮고파!"
KBS 객원 해설위원으로 나선 이승엽은 다정다감한 어투로 '당근'을 들고 후배들을 다독였다.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를 평정한 이승엽은 투수에 집중한 박찬호와 달리 타자의 입장에서 차분이 경기를 해설했다. 특히, 같은 왼손 타자인 김현수의 타격을 보곤 "배울 점이 많은 선수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태극마크를 달고 2000 시드니, 2008 베이징 올림픽, 2006, 2010, 2013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등 여러 국제대회를 경험한 이승엽은 경기 전 대만 대표팀을 냉정하게 평가했다. 그는 "대만 선수들은 적극성을 가지고 있다. 공격적인 타격과 주루를 한다"며 "수비 같은 세밀한 것과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든 플레이에 약하다"고 밝혔다.
곧이어 1회말 손아섭이 높은 직구를 안타로 연결하자 "보통 저런 공에는 파울이 되거나 헛스윙이 되는데 안타가 됐다는 것은 공에 힘이 없다는 뜻이다. 앞으로 우리 타자들이 투수의 직구를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며 의외로 쉬운 경기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실제로 한국은 2회까지 7점을 뽑으며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다.
한국이 대만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온 천관위에게 고전하자 "왼손 타자가 치기 힘들 것 같다. 왼손 타자의 몸쪽으로 오는 역회전 공과 바깥쪽으로 흐르는 슬라이더가 좋다. 타자가 몸쪽과 바깥쪽을 한꺼번에 대비하기는 힘들다"고 분석했다.
이승엽은 선발로 나온 양현종이 4이닝 무실점으로 대만 타선을 요리하자 "대만 타자들의 스윙 스피드가 느려 양현종의 공을 공략하기 힘들어 보인다"며 "스윙 스피드는 타고나는 것도 있지만, 훈련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내가 보기엔 훈련부족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장단 홈런 세 방을 포함해 장단 14안타를 몰아친 타자들에 대해선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이승엽은 이날 5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을 기록한 김현수에 대해서 "김현수의 타격을 보면서 저렇게 치고 싶다고 생각했다. 배울 점이 많은 선수다"고 말했다. 손아섭은 두고는 "손아섭은 워낙 다부지고 악바리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상대방도 위압감을 느끼는데 나는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손아섭을 만나면 '네가 부럽다'라고 말한다"며 '칭찬 퍼레이드'를 이어갔다.
마지막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4번 타자 박병호를 보며 "부상만 당하지 말고 한국야구에 한 획을 그어주길 바란다. 국가대표 4번 타자의 부담감을 넘어설 정도의 레벨이다"고 흐뭇하게 후배들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