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숨은 1mm] '우슈 금메달' 이하성, 축구 선수될 뻔했다!

남자 우슈 장권 우승을 차지한 이하성이 시상식에서 금메달에 입을 맞추고 있다. / 인천강화고인돌체육관 = 이효균 기자

[더팩트ㅣ이현용 기자] '이하성이 축구 선수?'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첫날, 모든 시선이 사격으로 향해 있는 순간 이하성(20·수원시청)이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12년 만에 우슈에서 나온 금메달이었다. 그의 '금빛 연기'에 한국은 순항을 시작했다. 대회 첫날과 둘째 날 중국을 제치고 선두를 지켰고, 선전을 거듭하며 대회 초반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하성의 '깜짝 금메달'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하성은 어려서부터 빼어난 운동 능력을 보였다. 가까운 거리를 이동해도 평범하게 움직이는 법이 없었다. 텀블링과 다리 찢기를 쉽게 해냈다. 그의 어머니 맹현주(45) 씨는 21일 경기도 평택 자택에서 <더택트>를 만나 "집에서 말고 밖에서 나가서 뛰라고 사촌 동생이 있는 우슈 도장에 보냈다"고 과거를 떠올렸다. 그의 선택은 탁월했다. 이하성은 '우슈 신동' 소리를 들으며 승승장구했다.

이하성은 어렸을 때부터 뛰어난 다리 찢기와 텀블링 실력을 자랑했다. / 평택 = 남윤호 기자

하지만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맹 씨는 "키가 크지 않아 걱정됐다. 그래서 태권도장에 찾아갔다"고 털어놨다. 태권도 사범은 단번에 이하성의 재능을 알아봤다. 태권도장에 등록하고 2일이 지난 뒤 태권도 사범은 맹 씨에게 "텀블링이랑 다리 찢는 것이 몇 년씩 한 사람들보다 뛰어나다. 어디서 운동을 했느냐?"고 물었다. 맹 씨는 "우슈 도장을 다녔다. 시작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태권도 사범은 "이 아이는 태권도 할 체질은 아닌 것 같다. 나로서는 아깝지만 우슈를 다시 보내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맹 씨는 우슈 선수가 될 운명이라 생각하고 다시 우슈 도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하성의 운동 신경은 어디서나 표시가 났다. 이번엔 축구부의 레이더망에 잡혔다. 맹 씨는 "아들이 축구하는 것을 참 좋아한다. 초등학교 근처에 유소년 팀이 있었다. 감독이 (이)하성이한테 축구 팀에 오지 않겠느냐고 물었는데 아들이 '나는 안 된다. 하는 운동 있다'고 말했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감독이 우리한테도 데려가고 싶다고 왔는데 안 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아버지 홍선 씨와 동생 하용 군이 이하성의 상장과 메달을 앞에 두고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평택 = 남윤호 기자

이하성 동생 하용(18) 군은 "형의 취미는 축구다. 축구를 좋아하기도 하고 진짜 잘한다. 활동량이 많고 엄청나게 빠른 선수다"면서 "지금 달리면 100m가 못해도 12초대는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기 축구에서 득점왕까지 받은 아버지 홍선 씨 역시 아들의 실력을 인정하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주변에선 '우슈 신동'을 탐냈지만 이하성은 우슈밖에 몰랐다. 외도를 꿈꾼 적이 없다. 가끔 집에 올 때에도 주변에 나가 운동을 할 정도로 우슈에 대한 열정이 뜨겁다. 그는 금메달을 딴 뒤 "무슨 운동하냐고 물어봐서 우슈라고 하면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 그런 부분에서 섭섭한 것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기회로 내가 많이 알린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해 왔고 그렇게 된 것 같아 정말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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