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타를 겸업하고 있는 일본 프로 야구 니혼햄 파이터스의 오타니 쇼헤이가 10승-10홈런의 진기록을 세워 화제다. 오타니는 지난 7일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오릭스 버팔로스와 원정 경기에 지명타자로 출전해 4회 초 중월 솔로 홈런을 때렸다. 지난달 26일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경기에서 7이닝 5안타 2볼넷 9탈삼진 1실점으로 10승 고지에 오른 오타니는 이날 시즌 10호 홈런을 기록했다. 일본 프로 야구에서 투수로 10승 이상, 타자로 홈런 10개 이상을 한 시즌에 이룬 선수는 오타니가 처음이다.
오타니는 12일 현재 퍼시픽 리그 다승 공동 5위, 평균자책점 2위(2.46)다. 타격 성적은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해 부문별 순위에 들어 있지 않지만 타율은 2할8푼6리로 리그 12위, 홈런은 13위에 해당한다. 같은 리그에 있는 이대호(소프트뱅크 호크스)가 3할1리로 타율 6위, 홈런 10위(14개)인 것과 비교하면 ‘투수’ 오타니의 타격 실력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이 오타니가 미국 프로 야구의 전설인 베이브 루스가 1918년에 13승과 11홈런을 달성한 이후 처음으로 진귀한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고 소개했다지만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없다. 한국 프로 야구에서는 김성한(해태 타이거즈)이 1982년 10승과 13홈런의 특별한 기록을 세웠다.
다승은 24승의 박철순(OB 베어스)과 15승의 권영호(삼성 라이온즈) 등에 이어 공동 8위, 홈런은 해태 김봉연(22개), MBC 청룡 감독 겸 선수인 백인천(19개) 등에 이어 공동 4위에 올랐다. 실업 야구 시절 홈런왕인 김우열(OB 베어스)과 프로 야구 초창기 홈런왕인 이만수(삼성)가 김성한과 공동 4위였으니 ‘투수’ 김성한의 장타력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거기에 3할 5리의 타율은 4할1푼2리의 백인천과 3할4푼2리의 윤동균(OB) 등에 이어 10위였으니 김성한의 투타 겸업 수준은 세계적이라고 할 만하다.
오타니는 시즌 10호 홈런을 기록한 7일 경기도 그랬지만 9일(3타수 1안타), 10일(4타수 1안타) 등 소프트뱅크와 3연전(11일 경기 결장)에서도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3월 28일(6타수 2안타)과 29일(4타수 무안타), 30일(4타수 3안타) 오릭스와 치른 시즌 개막 시리즈에서는 첫 두 경기에서는 우익수로 나섰지만 3차전에서는 지명타자였다.
시즌 내내 3루수로 뛰면서 마운드에도 오른 김성한과는 수비 부담 측면에서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김성한과 오타니는 종목 안에서 양수겸장이고 세계적으로 보면 종목을 뛰어넘는 양수겸장 스포츠맨들이 꽤 많다.
1980년 레이크플래시드 동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전관왕(500m 1000m 1500m 5000m 1만m) 에릭 하이든이 대표적이다. 하이든은 세계적인 도로 사이클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에 도전할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었다. 하이든은 스피드스케이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전에는 미식축구와 아이스하키를 했다.
미국 프로 야구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시절 김병현(KIA 타이거즈)의 동료인 장신 투수 랜디 존슨은 남캘리포니아대학교를 다닐 때 농구 장학금을 받았다. 청소년들의 스포츠 활동이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의 경우 여러 종목에서 재능을 보인 선수들은 프로 스포츠에 진출해서도 시즌에 맞춰 양다리를 걸쳐 놓는다. 보 잭슨(야구: 캔자스시티 로열스 미식축구: 오클랜드 레이더스)과 디온 샌더스(야구: 신시내티 레즈 미식축구: 댈러스 카우보이스)가 이런 유형의 대표적인 선수이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0m 동메달리스트인 클라라 휴즈(캐나다)는 이 메달이 동계와 하계 올림픽에서 딴 여섯 번째 메달이었다. 휴즈는 1996년 애틀랜타 하계 올림픽에서는 사이클 도로경기와 타임 트라이얼에서 동메달을 차지했다. 동계 올림픽에서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5000m 동메달,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 5000m 금메달과 단체 추발 은메달을 획득했다.
에드워드 이건(미국)은 동·하계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메달을 딴 선수이자 동·하계 올림픽 유일의 금메달리스트이다. 이건은 1920년 앤트워프 하계 올림픽 복싱 라이트헤비급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건은 12년 뒤인 1932년, 이번에는 동계 종목에 도전했다. 레이크플래시드 올림픽 봅슬레이에서 금메달을 땄다. 동·하계 올림픽 메달을 딴 선수는 휴즈와 이건 외에도 여럿 있다.
상당수의 선수들은 자신의 주 종목이 아닌 종목에서도 일정한 수준 이상의 실력을 발휘한다. 타고난 운동신경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는 이런 유형의 선수가 많았다. 전국 규모 고교 야구 대회에서 타격을 가장 잘한 선수에게 주는 이영민 타격상의 주인공인 이영민 선생은 1928년 조선인으로는 처음으로 경성운동장(이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동대문운동장의 옛 이름)에서 홈런을 때린 뛰어난 타자이자 투수이면서 1933년 창단한 경성축구단의 멤버였다. 그 무렵에는 한 선수가 야구·축구는 물론 육상·럭비 등 서너 개 종목을 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양수겸장 선수를 보기 힘들다. 왜 그럴까.
무엇보다 즐기는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이다. 청소년 시절 학업과 함께 운동을 즐겨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교육 환경은 그렇지 못하다. 이런 여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보다 앞서 일선 지도자를 비롯해 체육 관계자들이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사회 전반에 퍼져 있고 체육계에도 있는 '올인' 현상이다. 아이들에게 자기가 가르치는 종목만 하게 한다거나 다른 종목에는 출전하지 못하게 한다거나 하는 일들이다. 지양해야 할 일이다.
더팩트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