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박순규 기자] 마드리드에서 성사된 '코리안 더비'에서 이강인(25·아틀레티코 마드리드)과 김민재(30·바이에른 뮌헨)의 희비가 엇갈렸다. 이강인은 후반 14분 교체 투입돼 31분 동안 반격을 이끌었지만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반면 김민재는 후반 34분 그라운드를 밟아 약 11분 동안 승리를 지키는 데 힘을 보탰다.
아틀레티코는 4일 오전 5시(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리야드 에어 메트로폴리타노에서 열린 바이에른 뮌헨과 2026~2027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 4차전 홈경기에서 후반 두 차례 수비 실책으로 연속골을 허용하며 0-2로 패했다.
뱅상 콤파니 감독이 질병으로 벤치를 비운 가운데 원정에 나선 바이에른 뮌헨은 후반 9분 레나르트 칼의 선제 결승골과 후반 29분 콘라트 라이머의 추가골에 힘입어 귀중한 승점 3점을 추가했다. 이로써 바이에른 뮌헨은 2승2무 승점 8로 실시간 순위 8위에 오르면선 16강 직행권에 진입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안방 경기에서 연승 행진에 제동이 걸리며 1승1무2패 승점4로 실시간 순위 22위로 떨어졌다.
김민재 역시 선발 명단에서 제외돼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으나 후반 그라운드를 밟으며 이강인과 맞대결을 펼쳤다. 두 선수는 11월 한국 축구대표팀의 중동 원정을 앞두고 소속팀 유니폼을 입은 채 유럽 최고 무대에서 만났다.
이강인과 김민재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맞대결은 이번이 세 번째다. 이강인이 파리 생제르맹(PSG)에서 뛰던 시절 두 차례 격돌했으며, 앞선 대결에서는 모두 김민재의 바이에른 뮌헨이 승리했다.
첫 대결은 2024년 11월 27일(한국시간)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4~2025시즌 UCL 리그 페이즈 5차전이었다. 당시 김민재는 전반 38분 코너킥 상황에서 헤더 결승골을 터뜨리며 뮌헨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김민재의 UCL 데뷔골이자 UEFA가 선정한 경기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는 뜻깊은 경기였다. 이강인은 후반 20분 교체 투입돼 약 25분 동안 뛰었지만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두 번째 대결은 2025년 11월 5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5~2026시즌 UCL 리그 페이즈 경기였다. 뮌헨이 PSG를 2-1로 꺾은 이 경기에서는 이강인이 전반 25분 교체 투입돼 후반 29분 주앙 네베스의 만회골을 도왔다. 김민재는 뮌헨이 2-1로 앞선 후반 36분 투입돼 승리를 지키는 데 힘을 보탰다.
두 선수는 지난 시즌 UCL 준결승에서도 소속팀끼리 맞붙었으나 출전 시간이 겹치지 않아 그라운드에서 직접 대결하지는 못했다.
이번 마드리드 대결에서는 이강인이 후반 14분, 김민재가 후반 34분 교체 투입되면서 약 11분간 같은 그라운드에서 뛰었다. 이강인이 아틀레티코 유니폼을 입고 김민재와 맞선 것은 처음이다.
아틀레티코가 0-2로 패하면서 이강인은 UCL에서 김민재를 상대한 세 경기 모두 승리하지 못했다. 반면 김민재는 세 차례 코리안 더비에서 모두 웃는 결과를 얻었다. 다만 개인 공격포인트에서는 이강인도 1도움을 기록해 경쟁력을 보여준 바 있다.
승부를 가른 것은 아틀레티코의 수비 집중력 부족이었다. 전반까지 0-0으로 팽팽하게 맞섰던 아틀레티코는 후반 9분 중앙 수비수 로뱅 르 노르망의 치명적인 실수로 선제골을 내줬다. 르 노르망이 페널티지역 중앙 부근에서 볼 처리를 머뭇거리는 사이 바이에른의 레나르트 칼이 달려들어 기회를 잡았다. 칼은 이를 놓치지 않고 아틀레티코의 골망을 흔들었다.
아틀레티코로서는 더욱 아쉬운 실점이었다. 시메오네 감독이 후반 승부수로 이강인의 투입을 준비하던 순간에 수비 실책이 나오면서 경기 운영 계획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선제골을 내준 시메오네 감독은 후반 14분 곧바로 승부수를 던졌다. 이강인과 코케, 아데몰라 루크먼을 동시에 투입하고 르 노르망, 알렉스 바에나, 알렉산데르 쇠를로트를 불러들였다.
수비 실수를 범한 르 노르망을 빼는 동시에 공격의 창의성과 기동력을 끌어올리려는 선택이었다. 이강인에게는 좁은 공간에서의 볼 배급과 공격 연결을 통해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임무가 주어졌다.
하지만 아틀레티코의 반격은 끝내 결실을 보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 29분 다시 수비 집중력이 무너지면서 두 번째 실점을 허용했다. 오른쪽 터치라인 부근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던 아틀레티코가 볼을 빼앗겼고, 바이에른은 빠른 역습으로 추가골을 만들었다.
해리 케인이 오른쪽으로 길게 연결한 공을 콘라트 라이머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아틀레티코가 추격을 위해 공격에 무게를 두던 상황에서 나온 뼈아픈 실점이었다.
이강인의 후반 투입에도 경기 흐름을 바꾸지 못한 아틀레티코는 결국 홈에서 승점을 추가하지 못했다.
시메오네 감독은 이날 4-4-2 포메이션을 가동하면서 이강인 대신 쇠를로트를 훌리안 알바레스의 공격 파트너로 선택했다. 장신 공격수 쇠를로트의 피지컬을 활용해 상대 중앙 수비진과의 경합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후반에는 이강인의 기술과 패스 능력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전반 45분 동안 이 전략은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쇠를로트는 단 한 차례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고, 알바레스도 두 차례 슈팅에 그쳤다. 아틀레티코는 촘촘한 두 줄 수비로 상대 공격을 차단한 뒤 빠른 역습을 시도했지만 공격 전개의 완성도가 떨어졌다.
바이에른은 전반 볼 점유율 67%를 기록하며 경기를 주도했다. 슈팅에서도 7-3으로 앞섰으나 유효슈팅은 한 차례도 기록하지 못했다. 해리 케인을 최전방에 배치한 4-2-3-1 전형으로 공격을 풀어갔지만 마지막 마무리에서 정교함이 부족했다.
전반전만 놓고 보면 두 팀 모두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후반 들어 바이에른이 상대 수비 실수를 놓치지 않으면서 승부의 균형이 무너졌다.
아틀레티코로서는 이강인을 후반에 활용하려던 선택보다 먼저 터져 나온 수비 실책이 더 치명적이었다. 이강인을 투입해 공격의 변화를 꾀했지만 두 골의 격차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최근 라리가에서 7연승을 달리며 상승세를 이어가던 아틀레티코는 유럽 무대에서 수비 불안을 드러내며 아쉬운 패배를 받아들였다. 이강인도 최근 이어진 공격포인트 침묵을 깨지 못했다.
반면 김민재는 후반 교체 출전해 팀의 승리를 함께했다. 바이에른은 어려운 마드리드 원정에서 후반에만 두 골을 터뜨리며 귀중한 승점 3점을 확보했다.
이날 경기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임시 사령탑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 직접 관전해 더욱 관심을 모았다.
모레노 감독은 오는 13일 사우디아라비아, 17일 카타르와의 11월 A매치 2연전을 앞두고 유럽파 핵심 선수들의 경기력을 점검하기 위해 마드리드를 찾았다.
공격의 창의성을 책임질 이강인과 수비의 중심을 맡을 김민재가 같은 그라운드에서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맞붙은 장면은 대표팀 사령탑에게도 의미 있는 관찰 기회가 됐다.
두 선수 모두 선발이 아닌 교체 카드로 출발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이강인은 아틀레티코의 공격 전술 변화 속에서 후반에 기용됐고, 김민재는 바이에른의 중앙 수비진 경쟁 속에서 출전 기회를 얻었다.
결과적으로 마드리드의 코리안 더비는 김민재의 미소와 이강인의 아쉬움으로 마무리됐다.
이강인에게는 득점과 도움을 향한 기다림이 더 길어졌고, 김민재에게는 유럽 정상급 팀과의 원정 승리라는 값진 결과가 남았다.
유럽 무대에서 다시 만난 한국 축구의 두 핵심 선수. 같은 태극마크를 달고 뛰게 될 11월 중동 원정을 앞두고, 마드리드에서의 희비는 서로 엇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