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박순규 기자] 골대가 야속하다. 이번에는 자신의 슈팅이, 2주 전에는 동료의 슈팅이 골대를 때렸다. 스페인 프로축구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이강인(25)이 또다시 골대 불운에 고개를 숙였다. 팀은 파죽의 리그 7연승을 달리며 실시간 선두로 도약했지만, 이강인은 6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추가하지 못했다. 득점과 도움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두 차례의 결정적인 기회가 모두 골대에 가로막힌 아쉬움이 컸다.
이강인은 31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스페인 발렌시아의 에스타디오 시우다드 데 발렌시아에서 열린 레반테와 2026~2027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1라운드 원정경기에 선발 출전해 67분 동안 활약했다. 아틀레티코는 알레한드로 그리말도(36분)와 줄리아노 시메오네(62분)의 연속골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아틀레티코는 리그 7연승을 기록하며 9승 1무 1패, 승점 28로 한 경기를 덜 치른 바르셀로나(승점 27)를 제치고 실시간 선두에 올라섰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의 아틀레티코는 공수의 안정적인 조직력을 바탕으로 우승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강인은 이날 훌리안 알바레스와 함께 4-4-2 포메이션의 최전방 투톱으로 나섰다. 오른쪽 측면과 중앙을 폭넓게 오가며 공격의 연결고리 역할을 맡았다. 적극적인 전방 압박과 패스 플레이로 팀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지만 기대했던 공격포인트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가장 아쉬운 순간은 후반 10분이었다. 파블로 바리오스가 절묘하게 내준 패스를 페널티아크 오른쪽에서 받은 이강인이 지체 없이 왼발 슈팅을 날렸다. 강하게 날아간 공은 레반테 수비수의 몸에 맞고 굴절된 뒤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골키퍼가 대응하기 어려운 궤적이었지만 골대는 끝내 이강인의 시즌 3호골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강인은 앞서 전반 25분에도 페널티지역 외곽에서 왼발 슈팅을 시도하며 골문을 위협했다. 후반에도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공격 전개에 가담했으나 후반 22분 조너선 데이비드와 교체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이강인에게 골대 불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7일 에스파뇰과의 라리가 9라운드 원정경기에서도 공격포인트를 눈앞에서 놓쳤다. 당시 이강인은 후반 17분 감각적인 백힐 패스로 마르코스 요렌테에게 슈팅 기회를 만들어줬다. 요렌테가 페널티지역 외곽에서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날렸지만 공은 상대 골키퍼의 손끝을 스친 뒤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이강인의 창의적인 패스가 도움으로 연결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에스파뇰전에서는 동료의 슈팅이, 레반테전에서는 자신의 슈팅이 골대를 때렸다. 2주 사이 두 차례 골대 불운으로 득점과 도움 기회를 모두 놓친 셈이다.
에스파뇰전에서 이강인은 3차례 득점 기회를 창출하고 93%의 높은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레반테전에서도 패스 34회 가운데 31회를 성공시켜 성공률 91%를 기록했으며, 롱패스 3개를 모두 동료에게 정확하게 연결했다. 공격포인트는 없었지만 팀의 공격 전개에 꾸준히 관여했다는 의미다.
반면 레반테전에서 드리블 성공률은 17%(6회 시도·1회 성공), 지상 볼 경합 성공률도 17%(12회 시도·2회 성공)에 그쳤다. 축구 통계 전문매체 소파스코어는 이강인에게 선발 출전 선수 가운데 가장 낮은 평점 6.4점을 부여했다. 공격 전개 과정의 기여와 달리 개인 돌파와 경합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스페인 현지 언론은 이강인의 경기 내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스페인 스포츠 전문지 '문도 데포르티보'는 레반테전 이강인을 '연계 플레이가 좋은(Combinativo)' 선수로 평가하며 좋은 경기를 펼쳤다고 전했다. 특히 알렉스 바에나, 파블로 바리오스와의 패스 조합이 돋보였으며, 크로스바를 강타한 슈팅으로 득점에 근접했다고 설명했다.
현지 스포츠지 'AS' 역시 이강인의 포지션 활용에 주목했다. 시메오네 감독이 이강인의 볼 관여도를 높일 최적의 위치를 찾고 있으며, 오른쪽 측면과 세컨드 스트라이커 역할 사이에서 그의 공격적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 과제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경기 내용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공격포인트 생산력에 대한 아쉬움은 공존한다. 이강인은 올 시즌 라리가 11경기에 모두 출전해 2골 1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올 시즌 아틀레티코의 공식전 14경기 가운데 13경기에 출장했다. 지난달 21일 슈튜트가르트와 2026~27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 3라운드 원정경기에 가벼운 부상으로 쉰 것이 유일한 결장이다. 지난 9월 16일 오사수나전에서 시즌 2호골을 터뜨린 이후에는 '골대 불운'을 겪으며 6경기 연속 득점과 도움을 기록하지 못했다.
시메오네 감독이 이강인을 꾸준히 선발로 기용하는 것은 단순한 득점력 외에도 전방 압박, 동료와의 연계, 창의적인 패스 능력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공격수가 골과 도움이라는 결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사실도 부인하기 어렵다.
아틀레티코는 이날 전반 36분 그리말도가 선제골을 터뜨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후반 17분에는 바에나의 침투 패스를 받은 줄리아노 시메오네가 수비수의 견제를 이겨내고 추가골을 성공시키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아틀레티코는 레반테의 반격을 막아내고 무실점 승리를 완성했다.
이강인에게는 곧 더 큰 시험대가 기다린다. 아틀레티코는 오는 4일 김민재가 뛰는 바이에른 뮌헨과 UEFA 챔피언스리그(UCL) 리그 페이즈 4차전을 치른다. 이어 9일에는 바르셀로나와 라리가 선두 경쟁의 향방을 가를 맞대결에 나선다.
리그 7연승을 달리는 아틀레티코의 상승세 속에서 이강인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6경기째 이어진 공격포인트 침묵을 깨뜨려야 할 시점이다. 두 차례 골대 불운을 딛고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릴 수 있을까.
팀의 승리는 계속되고 있다. 이제 이강인 자신의 골이 필요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