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이영규 전문기자] 11월 A매치에 나설 국가대표팀 명단 발표일인 29일이 다가오고 있지만, 지난 9~10월 대표팀을 둘러싼 논란의 중심에 섰던 선수들은 여전히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당시 '대표팀 은퇴설'과 '주장 손흥민과의 갈등설'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고, 심지어 국정감사장에서까지 주요 이슈로 다뤄질 만큼 파장이 컸다. 하지만 논란의 당사자로 거론된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인범(FC포르투), 황희찬(샬케04) 등 이른바 '96라인 3인방'은 지금까지도 무거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소속팀 경기에 집중하느라 국내에서 불거진 논란에 대응할 여력이 없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일례로 황희찬은 최근 불거진 개인 사생활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며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개인을 둘러싼 의혹에는 이토록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대표팀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논란에는 당사자나 소속사 모두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는 모습은 씁쓸함을 남긴다.
이들 3인은 같은 에이전시에 속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소속사 차원에서라도 선수들의 입장을 정리하고, 당사자들이 직접 소문의 진위를 밝힐 수 있도록 판을 마련했어야 한다. 대표팀을 둘러싼 소모적인 억측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당사자들이 최소한의 설명과 소통에 나설 필요가 있다. 은퇴 의사가 사실이라면 소신 있게 입장을 발표하면 될 일이고, 소문이 헛소문이라면 즉시 사실무근임을 밝힌 뒤 대표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면 된다. 하지만 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
김민재는 최근 부상으로 소속팀 경기에 결장했다. 온 나라가 대표팀 은퇴설과 갈등설로 시끄러운 상황에서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그의 태도를 보면, 차라리 부상을 이유로 이번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되기를 내심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나 당장의 선발 명단에서 제외된다고 해서 은퇴설을 둘러싼 논란까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당사자가 직접 입장을 밝히지 않는 한 의혹은 끊임없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황인범과 황희찬 역시 마찬가지다.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 대표팀 분위기를 고려해 이들 3인을 명단에서 제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만약 이번 논란을 이유로 이들을 제외한다면, 단순한 선수 운용상의 판단인지 별도의 징계 조치인지 그 근거와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대표팀에 합류한다면 취재진의 질문을 피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각자 해외 소속팀에서 활동하며 논란과 거리를 둘 수 있었던 때와 달리, 대표팀 소집 이후에는 은퇴설과 갈등설을 둘러싼 질문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때그때 충분히 정리되지 않은 입장으로 대응하며 불필요한 논란을 키우기보다, 명단 발표를 앞둔 지금 당사자들이 먼저 명확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모든 논란이 오해에서 비롯된 헛소문이기를 바라는 마음은 팬들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아무런 해명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모습은, 당사자들이 소문의 내용을 선뜻 부인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키우기에 충분하다.
당사자들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의혹은 해소되지 않고 대표팀에도 큰 부담으로 남는다. 실제로 잘못이 있었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고, 사실과 다른 소문이라면 당사자가 직접 바로잡아야 한다.
소문처럼 대표팀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실제로 내비쳤다면 그 경위와 진의부터 명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대표팀은 특정 선수들의 사적인 조직이 아니라 국민과 팬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자리다.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 필요한 것은 침묵을 통한 회피가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책임 있게 대응하는 태도다. 비록 이틀 밖에 남지 않았지만 이번 명단 발표를 앞두고 당사자들이 먼저 입장을 밝힘으로써 감독과 대표팀의 부담을 덜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