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박순규 기자] 스페인 프로축구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한국인 공격수' 이강인(25)이 올 시즌 연속 출전 기록을 이어가지 못하고 처음 결장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리그 페이즈 3차전에서 교체 출격을 기다렸지만 후반 모르텐 율만의 다이렉트 퇴장 변수가 발생하면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아틀레티코는 전반 내내 고전하다 후반 시작과 함께 단행한 공격진 교체를 발판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지만 퇴장 변수가 발생하면서 1-1 무승부로 위안을 삼았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이끄는 아틀레티코는 21일 오전 4시(한국시간) 독일 슈투트가르트 MHP 아레나에서 열린 2026~2027시즌 UCL 리그 페이즈 3차전에서 전반 36분 선제골을 내준 뒤 후반 시작 2분 만에 훌리안 알바레스의 동점골로 경기 균형을 되찾고 퇴장 변수를 극복한 끝에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아틀레티코의 새로운 7번 이강인은 개막 후 11경기 연속 출전기록을 이어왔으나 동료 선수의 퇴장 변수로 올 시즌 처음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퇴장 변수가 또 한 번 경기흐름을 바꿨다. 시메오네 감독의 과감한 교체 카드가 첫 번째 경기 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전반 상대 압박에 막혀 공격 전개에 어려움을 겪었던 아틀레티코는 후반 시작과 함께 아데몰라 루크먼을 투입하며 공격진에 변화를 줬다. 루크먼은 빠른 스피드와 개인 돌파, 상대 수비진 사이의 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에 강점을 지닌 공격수다. 그의 투입으로 아틀레티코는 전반의 답답했던 공격 흐름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인 반격을 시도했다.
변화는 곧바로 동점골로 이어졌다. 후반 2분 알바레스가 루크먼의 패스를 골마우스 정면에서 논스톱 왼발 슛으로 슈투트가르트의 골망을 흔들며 1-1 균형을 맞췄다. '이적 이슈'를 겪던 알바레스는 올 시즌 첫 골을 기록했다. 전반 36분 제이미 르웰링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뒤 끌려가던 아틀레티코로서는 후반 시작과 함께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귀중한 한 방이었다.
전반전 슈투트가르트는 유효슈팅 4-1, 전체 슈팅 9-5로 아틀레티코에 우위를 보이며 경기를 주도했다. 그러나 후반 들어 공격진에 변화를 준 아틀레티코가 이른 시간 동점골을 터뜨리면서 경기 흐름에도 변화가 생겼다.
하지만 아틀레티코는 후반 19분 미드필더 율만이 다이렉트 퇴장을 당하면서 또 다시 수세에 몰렸다. 10-11의 수적 열세에 놓이면서 이강인의 후반 출전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시메오네 감독은 수비를 보강하기 위해 후반 24분 알렉스 바에나를 불러들이고 조니 카르도소를 투입했다. 후반 33분에는 알바레스와 바리오스를 빼고 르노르망과 베르가스를 투입했다. 후반 42분에는 줄리아노 시메오네를 불러들이고 알렉산더 쇠를로트를 투입했다. 이강인의 출전 기회는 사라졌다.
이강인은 후반 시작 후에 계속 벤치에서 출격을 기다렸다. 아틀레티코가 루크먼 투입으로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율만의 퇴장으로 수비력 보강이 절실한 가운데, 시메오네 감독은 후반 33분 알바레스와 바리오스를 빼고 수비수 르노르망과 오베드 베르가스를 투입했다. 이강인의 출전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었다.
앞선 두 경기에서 1승 1패를 기록한 아틀레티코는 이날 승리로 대회 2연승에 도전했으나 승점 1점 추가에 그쳤다. 세바스티안 회네스 감독이 이끄는 슈투트가르트의 연승도 제동이 걸렸다. 2전 전승으로 리그 페이즈 4위에 올라 있는 상승세를 이어가겠다는 각오을 보였지만 수적 우위를 살리지 못하고 무승부에 그쳤다.
경기가 열린 MHP 아레나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도 열광적인 응원으로 유명한 슈투트가르트의 홈구장이다. 1933년 개장한 이 경기장은 여러 차례 증축과 현대화를 거쳐 현재 국내 경기 기준 6만58명, UEFA 주관 국제경기 기준 5만4272명을 수용할 수 있다. 2024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경기가 열렸던 독일 축구의 유서 깊은 무대이기도 하다.
특히 골대 뒤편 '칸슈타터 쿠르베(Cannstatter Kurve)'는 슈투트가르트의 열성 팬들이 모여드는 응원의 심장부다. 서포터스가 펼치는 대형 깃발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집단 응원은 원정팀 선수들에게 적지 않은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한다. 지난 2025~2026시즌에는 각종 축구 경기 28차례에 총 150만 명 이상이 이 경기장을 찾을 만큼 팬들의 열기도 뜨겁다. 시메오네 감독이 이끄는 아틀레티코로서는 상대의 조직적인 압박뿐 아니라 독일 팬들이 만들어내는 뜨거운 응원 분위기까지 극복해야 하는 원정 승부였다.
전반전은 홈팀 슈투트가르트의 압박과 공격적인 경기 운영이 돋보인 45분이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상대의 적극적인 전방 압박에 고전하며 공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오히려 수비 과정에서 발생한 실책이 선제 실점으로 연결되면서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전반 종료 직전 집계된 실시간 통계에서도 슈투트가르트의 우세가 확인됐다. 전반 43분 기준 슈투트가르트는 볼 점유율 53%로 아틀레티코(47%)를 앞섰으며 슈팅에서도 9-5로 우위를 보였다. 유효슈팅은 4-1로 차이가 더욱 컸다. 코너킥에서도 홈팀이 4-2로 앞섰다.
공격의 질적 측면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슈투트가르트의 기대득점(xG)은 0.51로 아틀레티코(0.25)의 두 배 수준이었다. 전체 패스 성공률 역시 슈투트가르트가 90%로 아틀레티코의 85%를 앞섰다. 단순히 공을 더 오래 소유한 데 그치지 않고 상대 진영에서 보다 효과적인 공격을 전개했다는 의미다.
슈투트가르트는 전반 10분 앙겔로 슈틸러의 발리슛으로 아틀레티코 골문을 위협하는 등 초반부터 공격의 고삐를 당겼다. 아틀레티코는 전반 29분 마르크 푸빌의 헤더로 반격했지만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승부의 균형이 무너진 것은 전반 36분이었다. 아틀레티코 수비진의 불안정한 볼 처리에서 비롯된 기회를 제이미 르웰링이 슈팅으로 연결했고, 공은 수비수를 맞고 굴절돼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독일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 속에 슈투트가르트가 1-0으로 앞서 나갔다.
이강인은 전반 내내 벤치에서 팀의 고전을 지켜봤다. 아틀레티코가 상대 압박을 벗겨내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후반에는 이강인의 정교한 패스와 볼 운반 능력이 반격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았다. 시메오네 감독이 후반 전술 변화를 통해 분위기 반전에 나설 가능성도 주목됐다. 하지만 율만의 퇴장이 모든 것을 가로막았다.
이날 관심을 모은 이강인은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시메오네 감독은 훌리안 알바레스와 조너선 데이비드를 최전방에 배치하는 4-4-2 전형을 선택했다. 중원과 측면에는 모르텐 율만, 파블로 바리오스, 알렉스 바에나, 줄리아노 시메오네가 포진했다. 수비진은 마르코스 요렌테, 마르크 푸빌, 다비드 한츠코, 알레한드로 그리말도가 구성하고 얀 오블락이 골문을 지켰다.
슈투트가르트는 데니스 운다브를 최전방에 세우는 4-2-3-1 전형으로 맞섰다. 크리스 퓌리히, 빌랄 엘 칸누스, 제이미 르웰링이 2선 공격을 맡았고 앙겔로 슈틸러와 그리샤 프뢰멜이 중원을 지켰다. 요샤 바그노만, 제프 샤보, 라몬 헨드릭스, 막시밀리안 미텔슈테트가 포백을 형성했으며 20세 골키퍼 데니스 자이멘이 UCL 데뷔전을 치렀다.
두 감독의 전술적 대결도 관전 포인트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시메오네 감독은 탄탄한 수비 조직력과 공수 전환, 상대 공간을 파고드는 빠른 역습을 중시하는 지도자다. 반면 회네스 감독은 높은 위치에서의 압박과 적극적인 볼 점유, 측면과 중앙을 연계하는 공격적인 축구를 추구한다. 조직력과 실리의 아틀레티코, 압박과 주도권의 슈투트가르트가 서로 다른 축구 철학으로 맞붙었다.
이번 대결은 UEFA 주관대회에서 두 팀이 치르는 사상 첫 맞대결이었다. 슈투트가르트는 이전까지 챔피언스리그 본선에서 스페인 팀을 상대로 2무 5패에 그쳐 첫 승리를 노렸다. 아틀레티코 역시 독일 분데스리가 팀과의 최근 챔피언스리그 원정에서 5연패를 기록한 만큼 원정 징크스 탈출이 과제였다.
실제 경기에서도 홈팀의 강한 압박이 먼저 위력을 발휘했다. 슈투트가르트는 전반 2분 퓌리히의 왼쪽 측면 공격으로 아틀레티코 수비를 흔들었고, 전반 10분에는 슈틸러의 발리슛이 오블락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오블락은 킥오프 1분 이내에 두 차례 선방으로 실점 위기를 넘겼다.
아틀레티코는 상대의 전방 압박에 막혀 후방 빌드업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전반 29분 그리말도의 세트피스에 이은 푸빌의 헤더가 골대 위로 벗어나면서 반격의 기회를 놓쳤다. 아틀레티코의 첫 슛이었다.
결국 전반 36분 슈투트가르트가 선제골을 터뜨렸다. 아틀레티코 수비수 푸빌이 페널티지역 앞에서 공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실수했고, 이를 놓치지 않은 제이미 르웰링이 왼발 슈팅을 시도했다. 공은 수비수 요렌테의 가랑이 사이로 골문을 뚫었다. 아틀레티코의 수비 실책이 선제 실점으로 이어진 순간이었다.
이번 경기는 두 팀의 챔피언스리그 성적과 자국 리그 성적이 대조된다는 점에서도 흥미를 끌었다. 슈투트가르트는 UCL 1차전에서 바이킹을 3-1로 꺾고, 2차전에서는 슬로반 브라티슬라바를 3-0으로 완파해 2승, 승점 6점을 확보한 상태에서 3차전에 나섰다. 하지만 분데스리가에서는 6경기 2승 4패, 승점 6점으로 13위에 머물러 있다. 특히 지난 17일 함부르크 원정에서 0-1로 패하는 등 국내 무대에서 고전하고 있다.
반면 아틀레티코는 라리가에서 9경기 7승 1무 1패, 승점 22점으로 바르셀로나(승점 27점)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 에스파뇰 원정에서도 1-0으로 승리하는 등 리그에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UCL에서는 리버풀에 1-2로 패한 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2-0으로 제압해 1승 1패를 기록했다.
지난 14일 맨유와의 UCL 2차전에서 선발 출전해 공격 전개의 출발점 역할을 했던 이강인은 이날 벤치에서 경기 흐름을 지켜보는데 그쳤다. 시메오네 감독은 결국 이날 이강인을 선발에서 제외한 뒤 후반 퇴장 변수로 출전 기회를 찾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