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군단’ 잠재운 홀란, 더 부러운 ‘바이킹 용병술’ [박순규의 창]


‘산보하듯’ 걷다 두 번의 결정적 순간 폭발…스타의 장점을 극대화한 솔바켄의 힘
홀란 7골 득점 공동 선두...손흥민·이재성 활용 실패와 대비

괴물 스트라이커 엘링 홀란이 6일 브라질과 2026 북중미 월드컵 16강전에서 멀티골을 기록하며 바이킹 군단의 사상 첫 8강 진출을 이끌었다./이스트 러더퍼드(미 뉴저지주)=신화.뉴시스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세계 최고의 공격수는 역시 달랐다. 그러나 엘링 홀란(26)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그를 ‘세계 최고의 공격수답게’ 뛰도록 만든 노르웨이의 용병술이었다.

‘바이킹 군단’ 노르웨이가 6일(한국시간) 2026 북중미 월드컵 16강전에서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을 2-1로 꺾고 사상 처음 월드컵 8강에 올랐다. 1998 프랑스 월드컵 이후 28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서 다시 만난 브라질을 또 무너뜨렸다. 브라질은 1990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36년 만에 16강에서 짐을 싸는 치욕을 맛봤다.

승부를 가른 주인공은 홀란이었다. 후반 34분 높은 타점의 헤더로 선제골을 터뜨린 데 이어 후반 45분에는 강력한 왼발 대각선 슈팅으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두 골이 누구를 상대로 나왔느냐는 점이다. 브라질의 중앙 수비를 책임진 마르퀴뇨스와 가브리에우 마갈량이스는 세계 정상급 센터백들이다.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수많은 특급 공격수들을 상대해온 수비수들이다.

홀란을 활용해 8강 진출을 이끈 노르웨이 스톨레 솔바켄 감독./이스트 러더퍼드=AP.뉴시스

그러나 홀란 앞에서는 달랐다. 첫 골에서는 194cm의 압도적인 신체 조건과 타이밍으로 브라질 수비진 위에 솟아올랐다. 두 번째 골에서는 페널티지역 왼쪽 외곽에서 단 한 번의 움직임으로 슈팅 공간을 만들고, 강력한 왼발 대각선 슈팅으로 골문 구석을 찔렀다. 세계 정상급 센터백 두 명을 상대로 제공권과 공간 침투, 결정력이라는 서로 다른 무기를 보여줬다.

홀란은 이 두 골로 이번 대회 득점을 7골로 늘렸다. 리오넬 메시, 킬리안 음바페와 함께 득점 공동 선두다. 월드컵 역사에 이미 자신의 이름을 새긴 메시, 세계 최고의 폭발력을 자랑하는 음바페와 월드컵 첫 출전인 홀란이 ‘골든부트’를 놓고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홀란의 7골이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경기 내내 홀란을 지켜보면 때로는 이상할 정도였다. 공을 받기 위해 중원까지 내려오지 않았다. 빌드업에 억지로 참여하지도 않았다. 수비수 사이를 어슬렁거리며 걷는 시간이 많았다. 과장하자면 ‘산보 축구’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게으름이 아니었다. 기다림이었다. 밀림의 사자는 먹잇감을 잡기 위해 하루 종일 뛰어다니지 않는다. 몸을 낮추고 기다리다가 결정적 순간에 폭발한다. 홀란도 그랬다. 마르퀴뇨스와 마갈량이스 사이에서 걷고, 멈추고, 사라졌다가 결정적인 순간 나타났다. 그리고 단 두 번의 결정적 순간에 세계 정상급 센터백 라인을 무너뜨렸다.

7골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홀란의 천부적인 결정력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메시에게는 메시의 길이 있고, 음바페에게는 음바페의 방식이 있듯 홀란에게는 홀란의 방식이 있다. 노르웨이는 그 차이를 존중했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스톨레 솔바켄 감독의 선택이다. 그는 홀란에게 다른 공격수의 역할을 강요하지 않았다. "팀을 위해 더 많이 뛰라", "중원까지 내려와 공을 받아라", "수비에도 적극 가담하라"고 요구하며 그의 장점을 희석시키지 않았다. 대신 홀란이 가장 무서운 공간과 순간에 힘을 집중하도록 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측면 공격진을 바꾼 것도 결정적이었다. 안드레아스 시엘데루프를 투입해 지친 브라질 측면을 흔들었고, 결국 시엘데루프의 크로스가 홀란의 선제 헤더골로 연결됐다. 선수의 장점과 교체 카드, 경기 흐름이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이것이 용병술이다. 명장은 없는 능력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아니다. 이미 가진 최고의 능력을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끌어내는 사람이다. 한비자의 말처럼 "사람을 잘 쓰는 자는 그 능력을 다하게 한다." 스타를 보유하는 것과 스타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래서 노르웨이의 8강 진출과 홀란의 7골은 한국 축구에 더 씁쓸하게 다가온다. 한국에도 손흥민이 있었고 이재성이 있었다. 유럽 무대에서 오랜 시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우리는 그들의 장점을 얼마나 살렸는가.

손흥민은 상대 골문에서 멀어졌고, 때로는 고립됐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전에서는 벤치에서 출발했다. 이재성 역시 가장 잘하는 움직임과 공간 활용 능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선수가 무엇을 잘하는지를 중심으로 판을 짜기보다, 이미 만들어진 틀에 선수를 끼워 맞추는 듯한 장면이 반복됐다. 결과는 1승 2패, 조별리그 탈락이었다.

노르웨이와 한국의 차이는 단순히 홀란의 유무가 아니다. 스타가 있느냐 없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타를 어떻게 쓰느냐다. 홀란에게 손흥민처럼 뛰라고 하고, 손흥민에게 홀란처럼 뛰라고 한다면 두 선수 모두 평범해질 수밖에 없다.

좋은 전술은 선수를 빛나게 한다. 나쁜 전술은 스타조차 평범하게 만든다. 브라질전의 홀란은 대단했다. 세계 정상급 센터백 마르퀴뇨스와 마갈량이스를 상대로 두 번의 결정적 기회를 두 골로 만들었다. 대회 7골로 메시·음바페와 골든부트를 다투는 모습은 그 자체로 놀랍다.

그러나 그보다 더 부러운 것은 홀란이 그렇게 뛸 수 있도록 허락하고, 그의 폭발력을 극대화한 노르웨이 벤치였다. "천리마는 늘 있지만 백락은 늘 있는 것이 아니다(千里馬常有 而伯樂不常有)"라고 했다. 뛰어난 선수는 있어도 그 능력을 알아보고 제대로 쓰는 지도자는 드물다는 뜻이다.

한국 축구에도 천리마는 있었다. 한국 축구에 부족했던 것은 스타가 아니라, 스타를 제대로 쓰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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