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우지수 기자]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으로 자진 사퇴한 홍명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팬들의 거센 야유 속에 침묵으로 귀국했다.
30일 오전 3시52분께 홍 전 감독과 선수단 일부는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A입국장을 통해 들어왔다. 전날 멕시코 과달라하라 베이스캠프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홍 전 감독을 비롯해 조현우, 김민재, 황인범, 황희찬, 백승호, 김문환, 이강인, 설영우, 오현규 등이 먼저 돌아왔다. 주장 손흥민을 포함한 나머지 선수들은 몇 명씩 나눠 7월 1일까지 순차적으로 들어올 예정이다.
이른 새벽임에도 입국장 앞에는 팬과 유튜버, 취재진 등 200명 안팎이 몰렸다. 비행기 도착 1~2시간 전부터 자리를 잡은 팬 50여명은 북을 치며 "홍명보 나가", "연봉 반납하고 가라", "돈 뱉고 나가" 등 구호를 외쳤다. 일부는 홍 전 감독을 '피노키오'에 합성한 사진과 대한축구협회(KFA) 엠블럼을 넣은 영정 사진, "홍명보! 돈 뱉고 나가"라고 적은 현수막을 들고 나왔다.
홍 전 감독은 박항서 국가대표 지원단장, 김승희 협회 전무 등과 함께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팬들에게 할 말이 없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답하지 않은 채 빠르게 공항을 빠져나갔다. 입국장에 나온 지 5분여 만이었다. 함께 귀국한 선수들도 짧은 인사를 남기고 준비된 차량으로 흩어졌다. 비판이 홍 전 감독과 협회에 집중되는 사이 선수단을 향해서는 "선수들 화이팅", "이강인 고생했다" 같은 응원도 나왔다.
선수단이 떠난 뒤 오전 4시34분께 다른 항공편으로 입국한 정몽규 KFA 회장에게는 '개껌'이 날아들었다. 40대 남성이 10㎝가량의 개껌을 던졌고, 경찰이 가방을 확인하고 인적사항을 파악한 뒤 돌려줬다. 이 남성은 "정 회장이 선수들을 앞세워 놓고 기자회견도 하지 않은 게 괘씸했다"라며 "협회 운영 자체에 불만이 크다"고 말했다고 현장 매체들이 전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사전 예고대로 별도 귀국 행사를 열지 않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원정 월드컵에서 공항 행사 없이 대표팀이 해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 전 감독이 처음 대표팀을 맡은 2014년 브라질 대회(1무 2패) 때는 귀국 행사가 열렸고, 당시 일부 팬이 선수단을 향해 '엿'을 던졌다. 이번에는 달걀을 챙겨 온 팬들이 있었지만 던지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입국 현장에는 경찰 기동대 등 100여명이 배치됐다. 전날 온라인에 홍 전 감독을 겨냥한 살해 협박 글이 올라온 데 따른 조치로, 대표팀 측의 신변보호 요청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개껌을 던진 남성이 경찰에 제지된 것 외에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A조에서 체코를 2-1로 꺾었으나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잇따라 0-1로 졌다. 1승 2패 승점 3으로 조 3위에 머물렀고, 조 3위 12개 팀 가운데 10위에 그쳐 와일드카드 경쟁에서 밀리며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48개국으로 늘어난 이번 대회에서 한국의 최종 순위는 34위로, 역대 최저 성적이다. 홍 전 감독은 "책임은 모두 감독인 내게 있다"며 지휘봉을 내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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