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이영규 전문기자] 2026년 북중미 월드컵 개막이 딱 한 달 남았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16일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을 최종 명단을 발표하고, 이틀 뒤인 18일 코칭스태프 및 국내파 중심의 1차 본진과 함께 미국 현지 캠프로 출국한다. 한국 대표팀은 현지시간 6월 11일, 해발 1571m의 고지대인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체코와 A조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른다. 바야흐로 월드컵 시계가 본격적인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것이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장도에 오르기에 앞서, 축구협회로부터 반드시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협회가 먼저 설명해 줄 것이라 믿고 싶지만, 혹여 답변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치밀하게 점검해야 할 사안들이다. 본선 11회 연속 진출의 위업을 달성하고 2002년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던 기관다운 책임감을 기대하며 묻는다.
현재 국민들이 가장 갈구하는 대답은 사실 대표팀 리더십 개선에 대한 확답일 테지만, 협회가 정면돌파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으니 이번 논의에서는 논외로 하겠다. 대신 실무와 전략의 관점에서 다음의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 첫째,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이라는 자신감 넘치는 비전과 전략의 근거를 공유하라
2002년 한일 월드컵 개막 직전, '오대영 감독'이라는 비난에 시달리던 거스 히딩크 감독은 "우리는 강해지고 있으며, 본선에서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이라는 확신에 찬 선언으로 국민적 의구심을 신뢰로 바꿔놓았다. 그 신뢰는 용광로 같은 응원이 되어 4강 신화의 밑거름이 됐다.
현재 홍명보 감독을 향한 불신은 선임 과정의 불투명성뿐만 아니라 사령탑으로서 보여준 전술적 역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탓도 크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홍 감독이 숨겨둔 '비책'이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희망 회로를 돌리고 있다. 협회와 감독은 왜 홍명보가 이번 월드컵의 최적임자인지, 그 확신 근거를 국민들에게 당당히 들려줘야 한다.
아울러 홍 감독은 조별리그 각 팀에 대한 대비책과 필승 전략이 완성되었음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설마 그런 준비가 안된 채 월드컵에 나서겠다고 막연한 호승심을 부린 것은 아닐테니 말이다. 물론 상대 팀에 대한 구체적 전략을 밝히라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조별리그를 통과해 32강을 넘어 16강, 8강을 갈 수 있도록 어떻게 준비했고, 왜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대답을 듣고 싶다.
지금까지의 대표팀 준비 과정을 보면 신뢰보다는 불신이 더 강하다. 홍 감독이 무슨 생각을 갖고 마지막 평가전인 유럽 원정까지 3백을 점검했는지에 대한 명쾌한 답을 듣지 못했다. 아직까지 수비와 미드필드진 구성이 불분명하다는 점도 불신을 키우고 있다. 단기간에 완성될 수 없는 수비 조직력을 고려하면 정말 불안한 대목인데, 홍 감독은 어떤 '비책'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자칫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무기력한 전술로 네덜란드에 0-5 대패를 당하며 대회 도중 사령탑이 경질되었던 그 비극적인 '잔혹사'가 재연돼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 둘째,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한 '예비 멤버' 동행 플랜이 있는가
일본 축구협회는 이번 월드컵에 19세 이하(U-19) 대표팀을 A대표팀의 훈련 파트너로 멕시코 캠프부터 조별리그까지 동행시킨다. 유망주들이 세계 최고의 무대를 직접 경험하며 미래를 준비하게 하려는 세심한 배려다. 우리 역시 과거 히딩크 감독이 정조국 최성국 등 4명을, 벤투 감독이 오현규를 등번호 없는 예비 멤버로 합류시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준 전례가 있다.
이토록 세심한 미래 투자가 주로 외국인 감독 체제에서만 이뤄졌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2014년 월드컵 실패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이 이번에는 양민혁, 박승수 등 어린 유망주들에게 월드컵의 공기를 마실 기회를 제공할지 궁금하다. 당장 본인의 성적에 급급한 상황이겠으나, 이웃나라 일본의 저토록 치밀한 준비를 목도한 마당에 우리축구의 미래를 외면했을 리 없다. 이번에야 말로 '국내파 감독은 미래 준비에 소홀하다'는 편견을 스스로 깨트릴 기회다.
◆ 셋째, 멕시코 고지대에 대비한 '과학적 회복 프로그램'의 구체적 준비 상황은?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해발 1,460m) 캠프를 통한 고지대 사전 적응 계획은 이미 나왔으나, 정작 중요한 것은 첫 경기 이후의 회복력이다. 특히 2차전 상대는 이 환경에 최적화된 '홈팀' 멕시코. 이 경기가 조 1위 향방을 결정지을 가장 중요한 일전이 될 것이다.
지난달 22일 칼럼에서도 지적했듯, 고지대 혈투는 평소보다 많은 피로 물질을 만들어내고 이를 해소하는 데도 훨씬 긴 시간이 걸린다. 손흥민의 LAFC가 7일 해발 2670m 멕시코 톨루카 원정에서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0-4로 참패한 것과 지난달 해발 2100m의 멕시코 푸에블라 원정 직후 5일 만에 치른 리그 경기에서 손흥민의 다리가 무거워지며 고전했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근육 강직을 예방하고 산소 공급을 돕는 특수 부츠나 '고압 산소 챔버' 같은 피로회복 정밀 장비가 얼마나 충분히 확보되었는지, 선수들의 컨디션 난조를 막을 과학적 대안은 무엇인지 협회는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대표팀은 월드컵 본선에만 집중한다는 실리적 이유로 대대적인 출정식조차 생략한 채 떠난다. 화려한 행사 대신 협회가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할 것은 이번 월드컵에서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지에 대한 시원한 대답이다. 그간 '불통'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협회지만, 출정을 앞둔 이 시점만큼은 축구 팬들의 상식적인 물음에 제대로 답해줄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