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볼리비아] 위기의 순간, 손흥민·조규성 빛났다...'포트2 사수' 2-0 勝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 대한민국-볼리비아 국가대표 평가전
손흥민 후반 12분 프리킥 선제골...조규성 후반 43분 추가골

대한민국과 볼리비아의 평가전이 13일 오후 대전 유성구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손흥민이 후반 12분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대전월드컵경기장=박헌우 기자
대한민국과 볼리비아의 평가전이 13일 오후 대전 유성구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손흥민이 드리블을 하고 있다. /대전월드컵경기장=박헌우 기자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아름다운 궤적의 볼이 골망을 흔드는 순간, 팬들의 답답한 가슴도 뻥 뚫렸다. 한국 축구의 '캡틴' 손흥민이 위기의 순간 홍명보호를 구하는 환상적 프리킥 골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 포트2 사수 가능성을 높였다. 1년 8개월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공격수 조규성도 경기 막판 추가골을 터뜨리며 화려한 복귀를 신고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4일 오후 8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볼리비아와 11월 A매치 첫 번째 경기에서 후반 12분 손흥민의 정교한 프리킥 선제골을 끝까지 지켜 2-0으로 승리했다. FIFA 랭킹 76위 볼리비아의 강한 압박에 고전하던 FIFA 랭킹 22위 한국은 포트2 사수를 위해 꼭 승리가 필요한 경기에서 답답한 플레이를 이어갔으나 손흥민의 천금 같은 골로 한숨을 돌렸다.

손흥민은 0-0의 답답한 경기 흐름이 계속되던 후반 12분 황희찬이 얻어낸 페널티아크 왼쪽의 프리킥을 오른발로 감아차 골대 왼쪽 모서리를 뚫었다. 지난 8월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에 진출한 후 데뷔골을 프리킥골로 기록한 것처럼 오른발로 감아찬 볼은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자로 잰 듯 정확하게 왼쪽 모서리를 관통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 축구사 A매치 최다 경기 출전을 스스로 경신하고 있는 손흥민은 이날 139번째 경기에서 54번째 A매치 골을 넣었다. 레전드 차범근 감독이 기록 중인 A매치 최다골 58골에 4골 차로 다가섰다. 손흥민은 1-0으로 앞서던 후반 30분 1년 8개월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공격수 조규성과 교체됐다.

오랜 부상을 딛고 대표팀에 승선한 조규성은 후반 43분 골마우스 정면에서 몸을 던지면서도 집중력을 발휘하며 왼발슛으로 골문을 뚫었다. A매치 통산 40번째 경기에서 10번째 골을 기록하며 완벽한 귀환을 알렸다.

대한민국과 볼리비아의 평가전이 13일 오후 대전 유성구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이재성이 헤더를 시도하고 있다. /대전월드컵경기장=박헌우 기자
대한민국과 볼리비아의 평가전이 13일 오후 대전 유성구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손흥민이 득점 후 절친 이재성(왼쪽)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이재성은 이날 A매치 출장 100경기 기념식을 가졌다. /대전월드컵경기장=박헌우 기자

전반은 볼리비아의 저돌적 압박과 거친 몸싸움에 고전했다. 볼점유율에선 61%-39%로 앞섰지만 슈팅 수에서 5-5, 유효 슈팅에선 2-4로 오히려 뒤졌다. 전반 11분 이재성의 헤더가 볼리비아 골키퍼 선방에 막히고 전반 25분 이강인의 왼발 슛이 또 다시 막히면서 공수의 전열이 흐트러졌다. 라인을 끌어올린 볼리비아 선수들의 강한 압박에 밀려 빌드업 실수가 자주나왔고 역습 상황에서의 패스도 자주 끊기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오히려 볼리비아의 재빠른 역습에 실점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전반 27분에는 김민재와 센터백 듀오로 나선 김태현이 실수하면서 단독 찬스를 내줬고 뒤이어 골키퍼 김승규까지 실수를 하는 일도 벌어졌다. 볼리비아 공격수들의 결정력이 떨어져 실점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포백으로 수비진을 가다듬고도 여전히 수비 구멍을 노출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조추첨 포트2 사수를 위해 무조건 승리를 노린 홍명보 감독은 지금까지 시험해왔던 스리백 대신 포백 수비전술을 가동했다. 핵심 미드필더 황인범과 백승호, 이동경의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 미드필드 대신 수비라인을 강화한 전략이었는데 전반전 경기로는 기대했던 내용을 끌어내지 못했다. FIFA랭킹 22위의 한국으로선 76위 볼리비아를 상대로 쉽게 경기를 풀어가지 못한 점은 팬들의 실망을 자아냈다.

홍명보 감독은 ‘캡틴’ 손흥민(LAFC)을 최전방에 배치하고 이재성(마인츠)이 그 아래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했다. 좌우 측면에는 황희찬과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이 포진하고, 3선에서는 김진규(전북현대)와 원두재(코르파칸)가 호흡을 맞췄다. 포백은 이명재(대전하나시티즌)-김태현(가시마앤틀러스)-김민재(바이에른뮌헨)-김문환(대전하나시티즌)으로 구축됐으며, 최후방은 김승규(FC도쿄)가 지켰다.

대한민국과 볼리비아의 평가전이 13일 오후 대전 유성구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이재성이 헤더를 시도하고 있다. /대전월드컵경기장=박헌우 기자

한국은 이날 경기 전까지 볼리비아와 역대전적에서 1승 2무로 앞서며, 가장 최근 맞대결인 2019년 친선경기에서는 1-0 승리를 거뒀다. 홍명보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그 중 9월 미국 원정 2연전과 10월 국내 2연전을 모두 뛰지 않았던 황희찬(울버햄튼)이 선발로 나서는 점이 눈에 띈다. 지난 6월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쿠웨이트전 이후 4개월 만의 출전이다

한국은 나흘 뒤인 오는 18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선 가나와 2번째 평가전이자 올 마지막 A매치를 갖게 된다. 북중미 월드컵 개막을 약 7개월 남겨 놓은 가운데 포트2가 걸린 올해 마지막 A매치 2연전이다.

오는 12월 5일(한국시간 12월 6일) 미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조 추첨식의 포트 배정은 11월 A매치 성적을 반영한 FIFA 랭킹을 기준으로 한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개최국을 제외한 FIFA 랭킹 1~9위는 포트1, 10~23위는 포트2 등으로 나뉘며 한국은 FIFA 랭킹 22위로 포트2 마지노선에 걸쳐 있다.

대한민국과 볼리비아의 평가전이 13일 오후 대전 유성구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이재성 선수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붉은악마 응원단이 센추리클럽 가입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전월드컵경기장=박헌우 기자

한국은 9,10월 A매치에서 승점 3점 이상씩을 획득한 데 이어 상대적으로 FIFA랭킹 하위팀과 싸우는 11월 A매치에서도 승점을 적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이변이 없는 한 포트2를 사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지난 9월 미국 원정 2연전에서 FIFA 랭킹 15위 미국을 2-0으로 꺾었고 공동 개최국인 10위 멕시코와는 2-2로 비겼다. 지난달 서울에서는 6위 브라질에 0-5로 대패했으나 나흘 후 파라과이(48위)를 2-0으로 잡아 포트2 랭킹을 유지했다.

11월 A매치 첫 상대인 볼리비아는 FIFA 랭킹 76위로 이날 경기 전까지 통산 3차례 맞붙어 한국이 1승 2무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지난 2019년 대결에서 한국은 후반 41분 이청용(울산)의 결승골에 힘입어 볼리비아에 1-0으로 승리했다. 6년 만에 맞대결을 펼치는 볼리비아는 북중미 월드컵 남아메리카 지역 예선에서 승점 20(6승 2무 10패)을 기록, 7위로 대륙 간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한 상태다. 지난 9월엔 브라질과의 예선 최종전에서 1-0 깜짝승을 거두기도 했다.

14일 볼리비아전에 선발로 나서는 홍명보호의 스타팅11./KFA

원하는 결과는 끌어냈지만 경기 내용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중국 주심 마닝의 관대한 경기운영으로 경기가 지나치게 과열되면서 한국의 특징을 살리지 못했다. 패스가 자주 끊기자 불필요한 드리블이 길어졌으나 빌드업 실패로 위기 상황을 맞기도 했다. 박용우(알아인)가 십자인대 파열로 이탈한 상황에서 핵심 미드필더 황인범(페예노르트)을 비롯해 백승호(버밍엄)와 이동경(울산)까지 부상으로 빠져 포백 수비 전술로 돌아왔으나 수비수 간의 간격은 상대의 스루패스에 빈번하게 위기 상황을 노출했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 15분 이재성을 배준호로 교체한 데 이어 1-0으로 앞선 후반 31분 엄지성 조규성을 교체 투입하고 후반 40분 양민혁과 옌스 카스트로프를 투입, 2-0 승리를 굳혔다.


skp2002@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