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바꾼 엄지성-오현규 연속골, 홍명보호 파라과이전 2-0 승리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친선경기 대한민국 2-0 파라과이
엄지성 오현규 연속골...선발 8명 교체 대변화, 승리 챙겨

대한민국과 파라과이의 평가전이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오현규가 득점 후 이강인을 가리키고 있다./서울월드컵경기장=남용희 기자

대한민국과 파라과이의 평가전이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전반 15분 엄지성이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서울월드컵경기장=남용희 기자

[더팩트 | 서울월드컵경기장=박순규,오승혁 기자] 수비는 불안하고, 공격은 예리함을 잃었지만 결과가 과정을 덮었다. 엄지성과 오현규의 연속골로 체면치레를 했지만 답답함이 가중된 경기였다. 세계 최강 브라질전과 평가전에서 충격적 패배를 당한 홍명보호가 파라과이를 상대로 선발진 명단을 대폭 바꾸며 분위기 쇄신에 나서 목표로 했던 승리의 결과를 끌어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4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 10월 A매치 두 번째 친선경기에서 선발 명단을 대폭 바꾸며 분위기 쇄신에 나선 가운데 전반 15분 엄지성의 첫 번째 슈팅으로 첫 골을 기록한 뒤 후반 30분 오현규의 추가골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왼쪽 윙포워드로 선발 출전한 엄지성은 이명재의 왼쪽 크로스를 파라과이 수비수 주니오르 알론소가 걷어내려다 클리어링 실수를 하며 볼을 떨궈주자 골마우스 정면에서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대한민국과 파라과이의 평가전이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엄지성(왼쪽)이 득점 후 손흥민과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서울월드컵경기장=남용희 기자

작년 10월 월드컵 3차 예선 요르단전 이후 1년 만에 출전한 엄지성은 단 한 번의 찬스를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하는 결정력을 보였다. 2022년 1월 아이슬란드와 친선경기에서 A매치 데뷔전 데뷔골을 기록한 엄지성은 A매치 4경기에서 2골을 적립했다.

모처럼 이강인의 진가가 발휘되면서 오현규의 추가골이 이어졌다. 후반 교체멤버로 나선 이강인은 후반 30분 상대 수비라인을 무너뜨리는 특유의 왼발 대각선 전진 패스로 득점 찬스를 만들었다. 이강인과 호흡을 맞춘 오현규는 수비 라인을 돌파하며 일대일 찬스를 만든 뒤 상대 골키퍼를 제치고 가볍게 추가골에 성공했다. 오현규는 경기 최우수선수에 선정돼 상금 300만원을 받았다.

지난 10일 브라질전에서 0-5 참패를 당한 홍명보호는 스타팅 멤버 8명을 바꾸는 대대적 변화를 꾀하면서 엄지성의 행운이 따른 선제골로 반전의 실마리를 풀었다. 엄지성의 슛이 나오기 전까지 한국은 대대적 선수변화로 조직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슛을 기록하지 못했다.

한국의 승리에는 다분히 행운이 따랐다. 전반 3분에는 센터백과 골키퍼의 호흡이 맞지 않아 실점 위기를 맞았으며 전반 43분에도 빌드업 실수로 파라과이에 일대일 찬스를 내줬다. 파라과이 공격수 로날도 마르티네스의 슛을 골키퍼 김승규가 동물적 감각으로 넘어지면서 막아내지 않았다면 그대로 골로 연결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대한민국과 파라과이의 평가전이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김민재가 공중볼 다툼을 하고 있다./서울월드컵경기장=남용희 기자

후반 25분에는 디에고 곤살레스의 왼발 프리킥이 골대를 때린 뒤 안토니오 사나브리아의 헤더로 이어지는 아찔한 순간이 이어졌다. 두 차례의 슛 모두 골에 근접했다. 한국에는 행운이 계속됐고, 파라과이에는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브라질전에 비해 8명의 선수가 바뀌었지만 경기 내용은 오히려 더 좋지 않았다. 수비수 간의 호흡이 맞지 않고 공격에서도 파라과이의 수비벽을 뚫지 못했다. 브라질전에서 슛 0회를 기록한 원톱 손흥민은 파라과이전에서도 전반까지 단 하나의 슛을 기록하지 못했다. 45분 동안 고작 10차례의 볼 터치에 그쳤으며 박스 안의 두 차례 터치도 슛보다는 연결에 그쳤다.

결국 홍명보 감독도 후반 시작과 함께 대대적 선수 교체를 단행했다. 손흥민 이동경 이한범을 불러들이고 오현규 이강인 조유민을 투입했다. 한국 A매치 최다 출전의 신기록(138경기)을 경신하고 있는 손흥민은 기대와 달리 브라질 파라과이전에서 단 한 개의 슛도 하지 못하는 플레이를 보였다. 한국은 전반 볼 점유율에서 67%-33%로 앞섰으나 슈팅 숫자에서는 3-3, 유효슛에서는 1-2로 오히려 뒤졌다.

홍명보 감독은 브라질전 선발 11명 가운데 이강인 이재성 등 무려 8명을 바꾸는 스타팅 11으로 반전을 노렸지만 경기력에서는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브라질전과 같은 3-4-3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손흥민(LAFC), 황인범(페예노르트), 김민재(바이에른뮌헨)를 제외하고 모든 자리의 멤버를 바꿨다. 지난 경기를 통해 A매치 역대 최다 출전 단독 1위에 오른 ‘캡틴’ 손흥민이 변함없이 원톱에 배치됐다. 양 측면에는 이동경(김천상무)과 작년 10월 월드컵 3차 예선 요르단전 이후 1년 만에 출전하는 엄지성(스완지시티)이 포진했다. 중원은 황인범와 김진규(전북현대)가 호흡을 맞췄다. 이명재와 김문환(이상 대전하나시티즌)이 양쪽 윙백 역할을 수행하며, 김민재-박진섭(전북현대)-이한범(미트윌란)이 3백을 구축했다. 골키퍼 장갑은 김승규(FC도코)가 끼었다.

대한민국과 파라과이의 평가전이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황인범이 볼다툼을 하고 있다./서울월드컵경기장=남용희 기자

한국은 파라과이와 역대 전적에서 8차례 만나 3승 4무 1패의 우위를 이어갔다. 처음 만난 1986년 2월(1-3 패) 이후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최근 맞대결인 2022년 6월에는 손흥민과 정우영(우니온 베를린)의 골로 2-2로 비겼다.

FIFA 순위 37위 파라과이는 한국보다 순위는 낮지만 2026 북중미월드컵 남미 예선에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우루과이를 한 번씩 꺾었고, 10개국 중 6위로 본선에 직행했다. 구스타보 알파로 감독이 이끄는 파라과이는 남미예선 최소 실점 2위를 기록할 만큼 '늪 축구'를 펼치고 있다.

한국으로선 파라과이전 승리로 북중미월드컵 조추첨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48개국이 나서는 북중미월드컵은 4개 포트(12개국씩)로 나눠 추첨을 통해 포트별로 한 팀씩 같은 조에 배정한다.개최 3개국(미국·캐나다·멕시코)을 제외하고 FIFA 랭킹 1~9위는 포트1, 10~23위는 포트2 등으로 나뉜다. 포트가 높을수록 강팀을 피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10월 현재 랭킹 23위로 포트2에 겨우 걸쳐 있다.

홍명보 감독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 10년 만인 지난해 7월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은 이후 처음 브라질과 경기를 가졌지만 대패를 당했지만 파라과이전에서 승리하며 2기 출범 후 10승 5무 2패의 성적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의 관중은 A매치로서는 부진한 2만 2206명을 기록했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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