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박순규 기자] 한 달 넘게 이어진 침묵이 깨졌다. 택배 코너킥이 역전 결승골로 이어졌다. 프랑스 프로축구 파리 생제르맹의 이강인(23)이 교체멤버로 나서 팀의 승리를 결정짓는 공격포인트로 리그 16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이끌었다. 일본 국가대표 미나미노 타쿠미와의 '미니 한일전'에서도 비교되는 활약으로 '판정승'을 거뒀다.
파리 생제르맹(PSG)의 이강인은 19일 오전 5시(한국시간) 모나코의 루이2세 스타디움에서 열린 AS 모나코와 2024~2025시즌 리그1 16라운드 원정경기에서 후반 20분 교체멤버로 출장, 2-2 균형을 이루던 후반 38분 정확한 오른쪽 코너킥으로 곤살로 하무스의 역전 헤더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지난달 10일 앙제전 2골 1도움 이후 한 달 넘게 침묵을 지키던 이강인은 리그 2호 도움을 기록하며 리그 6골 2도움을 적립하고 있다.
PSG는 뎀벨레의 '멀티골' 활약과 이강인의 결승골 도움에 힘입어 4-2 승리를 거두며, 최근 3연승과 함께 16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달렸다. 이강인은 후반 25분 동안 23차례의 볼 터치를 통해 정확한 크로스와 슈팅으로 한 차례 유효슈팅과 1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후반 45분 왼발 중거리슛이 골키퍼 손을 거쳐 오른쪽 골대를 때려 리그 7호골 기록을 놓쳤다.
이강인의 이날 결승골 코너킥 도움은 스스로 얻어낸 공격 플레이에서 비롯된 것이라 더 의미가 컸다. 이강인은 후반 38분 아치라프 하키미에게 송곳 같은 스루 패스를 연결, 하키미의 슛이 코너킥으로 이어지면서 역전골 찬스를 만들었다.
벤치에서 출발한 이강인은 2-2의 팽팽한 균형을 이룬 후반 20분 브래들리 바르콜라와 교체돼 그라운드에 나섰다. PSG의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1-0으로 앞서던 경기가 1-1, 1-2, 2-2의 난타전으로 흐르자 후반 20분 바르콜라와 주앙 네베스를 불러들이고 이강인과 루카스 에르난데스를 투입하면 승리를 노렸다. 결국 엔리케 감독의 용병술이 적중했다.
일본 국가대표 미드필더 미나미노 타쿠미와 '미니 한일전'도 후반 성사됐다. 이강인과 미나미노는 모두 벤치에서 출발한 뒤 후반 교체 멤버로 나서 기량 대결을 펼쳤다. 미나미노는 후반 29분 라미 카바라와 교체돼 그라운드에 나섰다. 하지만 미나미노는 후반 40분 아클리오체의 왼쪽 크로스를 골마우스 정면에서 정확한 슛으로 가져가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미나미노가 조금만 더 빠르게 반응했다면 곧바로 골로 연결되는 결정적 찬스였다.
PSG는 전반 24분 19세의 '펄스 나인' 데지레 두에의 선제골에 힘입어 가볍게 3연승을 달리든 듯했다. 아치라프 하키미의 오버래핑에 이은 컷백을 논스톱 오른발 슛으로 모나코의 골망을 먼저 흔들었다. 하키미와 두에의 연계 플레이가 빛났다.
홈팀 모나코는 19살의 엘리세 벤 세기르의 페널티킥 동점골로 승부의 추를 바로잡았다. 후반 7분 아클리오체의 드리블 돌파 당시 수비수 마르퀴뇨스의 핸들볼 파울로 동점 기회를 잡은 뒤 후반 8분 벤 세기르가 오른발 페널티킥을 성공시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기세를 탄 모나코는 7분 뒤 역전에 성공했다. 후반 15분 아클리오체의 문전 크로스를 포워드 엠블로가 살짝 방향을 바꾸는 슛으로 2-1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리그1 4회 연속 우승을 노리는 '디펜딩 챔피언' PSG는 곧바로 2-2 동점을 만들었다. 후반 19분 파비안 루이스의 슛이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나오자 우스만 뎀벨레가 가볍게 밀어넣으며 2-2를 만들었다. PSG는 교체멤버 이강인-하무스의 합작 결승골에 이어 경기 종료 직전 우스만 뎀벨레의 쐐기골로 4-2 역전승을 매조지했다.
PSG는 올 시즌 유일하게 16경기 무패행진과 함께 12승 4무(승점 40)의 성적으로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홈팀 모나코는 이날 경기 전까지 올 시즌 프랑스 리그1에서 9승 3무 3패(승점 30점)로 리그 3위를 기록하고 있는 강팀이나 PSG를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PSG는 지난 11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상대로 3-0 완승, 리그서 리옹을 만나 3-1 승리를 거둔 데 이어 3연승을 달리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고 있다.
PSG의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4-1-2-3전형을 바탕으로 19살의 윙어 데지레 두에를 '펄스 나인(가짜 9번)'에 세워 선제 득점에 성공했다. 브래들리 바르콜론~데지레 두에~우스만 뎀벨레를 스리톱에 내세웠고, 주앙 네베스~워렌 자이르-에메리를 공격 2선에 포진시켰다. 비티냐가 전체 플레이를 조율하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서고, 파비안 루이스~윌리안 파초~마르퀴네스~아치라프 하키미가 포백에 포진했다. 골문은 잔루이지 돈나룸마가 선발로 나서 지키다가 전반 22분 부상으로 마트베이 사포노프로 교체됐다.
PSG는 전반 24분 데지레 두에의 깔끔한 선제골로 앞서나갔다. 최근 PSG 공격진 가운데 가장 좋을 폼을 보이고 있는 유망주 두에는 오버래핑에 나선 하키미가 오른쪽 골마우스 부근에서 내준 컷백을 지체없는 논스톱 오른발 슛으로 모나코의 골망을 흔들었다. PSG로서는 모나코의 오른쪽 공간을 뚫는 하키미의 오버래핑과 두에의 깔끔한 마무리가 돋보인 장면이었다.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작성한 두에는 리그 데뷔골과 함께 2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이강인은 벤치에서 출발했다. 최근 4경기 연속 선발 출전하고도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해 데지레 두에에게 선발을 내줬다. 이강인은 이번 시즌 리그1 개막골과 함께 15경기에서 6골 1도움을 기록 중이나 지난달 10일 앙제와 경기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한 이후 공격포인트를 적립하지 못하고 있다.
이강인은 직전 경기인 지난 16일 리옹과 정규리그 홈경기에 선발로 나와 후반 18분까지 63분 만을 소화했다. 63분 동안 활약하며 두 차례 슈팅을 기록했다. 53번의 볼터치와 함께 패스 성공률 93%를 기록했고 키패스는 한 차례 선보였다.
모나코의 일본 국가대표 미드필더 미나미노 타쿠미도 선발에서 제외돼 '미니 한일전'은 전반 열리지 않았다. 올 시즌 리그 13경기에서 1골 1도움을 기록중인 미나미노는 지난 15일 랭스전에서 풀타임 활약했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는 경기보다 팀의 조직력을 강조하는 리그 운영으로 선수들의 '멀티 포지션' 수행 능력을 강조하고 있다. 포지션별 '더블 스쿼드'를 구축하기 위해 선수들의 경재을 자극하고 있으며 '멀티 플레이어' 이강인에게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엔리케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각 포지션에 두 명의 주전급 선수를 보유해 진정한 포지션 경쟁을 펼치고 싶다. 선수들이 경기 출전 여부를 알지 못해야 팀이 성장할 수 있다. 너무 긴장을 풀어서는 안된다. 모든 것은 팀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안정적 경기 출전을 바라는 선수들은 엔리케 감독의 예측 불허 선수단 기용에 불만을 보이며 리그와 달리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