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박순규 기자] "지금쯤 쏘니는 라운지에서 (기뻐하며) 뛰어다니고 있을 거야!"
손흥민(32)의 결장 위기가 오히려 토트넘 선수들의 단합을 끌어내는 '전화위복' 요소로 작용했다. 주장의 결장에도 불구하고 수비수 미키 판 더 펜의 폭풍 질주에 이은 어시스트로 일찌감지 기선을 제압하고, 교체멤버로 밀리던 데얀 쿨루셉스키가 공격 본능을 발산하며 올 시즌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홋스퍼의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30일 오전(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2024~2025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 원정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둔 후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을 언급하며 기쁨을 함께 했다.
토트넘의 오른쪽 풀백 페드로 포로는 후반 32분 도미닉 솔란키의 세 번째 골이 터진 후 메인 중계 카메라를 향해 손흥민의 시그니처 골 세리머니인 '찰칵 세리머니'를 하며 함께하고 있음을 표현했다. 포로는 자신이 골을 넣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토트넘의 100번째 올드 트래포드 원정에서 거둔 기념비적 승리를 '캡틴' 손흥민과 함께 했다. 감독과 선수 모두 팀의 주 득점원 결장이란 위기를 극복하고 단합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손흥민은 이날 햄스트링 부상으로 출전 엔트리에서 아예 제외됐다. 경기 전날까지만 해도 출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었으나 호전되지 않자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선수 보호를 위해 엔트리 제외 결정을 했다. 손흥민이 몸 상태 때문에 결장한 건 안와골절로 수술을 받았던 2022~2023시즌 이후 처음이다.
손흥민은 지난 27일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카라바흐전에서 후반 26분 허벅지 통증을 호소하며 교체됐다. 토트넘 공식 소셜미디어(SNS)에는 손흥민이 동료들과 훈련을 소화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올라왔으나 이날 경기에선 결국 빠졌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토트넘 경기에서 처음 결장했지만 토트넘은 수비와 공격에서 가장 좋은 경기력으로 완승을 끌어냈다. 리그 개막전에서 '승격팀' 레스터 시티를 상대로 1-1 무승부를 거두며 불안하게 출발한 토트넘은 이날 승리로 리그 2경기와 리그컵(카라바오컵) 1경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1경기를 합쳐 최근 공식전 4연승을 거두며 상위권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토트넘은 EPL에서 3승 1무 2패로 승점 10점을 쌓아 팀 순위를 8위로 두 계단 올라섰다. 3패째를 당한 맨유는 승점 7점으로 12위에 그쳤다. 특히 토트넘은 히샬리송과 윌슨 오도베르의 부상에 이어 손흥민까지 결장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됐으나 이날 승리로 팀 내외의 불협화음을 잠재우고 원팀으로 거듭나는 계기를 마련했다.
토트넘은 직전 경기인 카라바흐와 UEL 1차전에서도 3-0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내용면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공수의 불균형으로 실점 위기를 몇 차례나 넘겼지만 이날 맨유와 경기에서는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합격점을 받는 완승을 끌어냈다.
전문가들은 두 번째 골을 기록한 쿨루셉스키를 경기 최우수선수로 꼽았고, 팬들은 기대 이상의 폭풍질주로 기선을 제압하는 데 결정적 공헌을 한 센터백 미키 판 더 펜을 MOTM(Man Of The Match)으로 선정했다.
쿨루셉스키는 이번 시즌 브레넌 존슨의 선발 출전이 많아지고 도미닉 솔란키가 센터포워드로 자리를 굳히면서 공격 2선의 미드필더로 나서거나 교체멤버로 활약했으나 이날 경기에선 날았다. 1-0으로 앞선 후반 2분 존슨이 오른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린 게 수비진을 맞고 튀어 오르자 쿨루셉스키는 문전에서 풀쩍 뛰어오른 상태에서 감각적으로 왼발을 갖다 대 반대쪽 골문을 뚫었다.
존슨의 볼이 상대 수비수의 발에 맞고 궤적이 바뀌었지만 체공 상태에서 왼발로 슈팅을 이어가 맨유 골키퍼 안드레 오나나를 꼼짝못하게 만들었다. 스포츠통계매체들은 대부분 쿨루셉스키에게 최고 평점을 부여하며 MOTM으로 선정했다. '소파스코어'는 9.0, '후스코어드닷컴'과 '풋몹'은 각각 8.7점으로 최고점을 매겼다.
하지만 팬들의 투표로 MOTM을 결정하는 EPL 사무국 팬 투표는 수비수 미키 판 더 펜이 38.9%의 지지를 받아 영예를 차지했다. 1만 9369명이 참여한 팬 투표에서 판 더 펜은 선제골을 기록한 브레넌 존슨(17.6%)과 도미닉 솔란키(15.9%), 데얀 쿨루셉스키(9.7%)를 누르고 이번 시즌 첫 MOTM에 올랐다.
네덜란드 출신의 판 더 펜은 193cm의 큰 키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스피드를 자랑하며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함께 토트넘의 중앙 수비수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판 더 펜은 전반 3분 맨유의 역습을 차단한 뒤 무려 60여m를 왼쪽 골라인 앞까지 단독 드리블한 뒤 크로스, 브레넌 존슨의 선제골을 이끌었다. 존슨이 웃으면서 골을 주워먹었을 정도로 판 더 펜의 어시스트가 골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판 더 펜은 어시스트 뿐만 아니라 공수 연결에서 눈에 띄는 역할을 했다. 토트넘은 1-0으로 앞서던 전반 42분 제임스 매디슨에게 파울을 하면서 레드 카드를 받은 맨유 주장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퇴장 도움을 받아 수적으로 10-11의 우세를 보인 게 승리를 매조지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했다.
여기에 판 더 펜은 토트넘의 클린시트 작성에 공헌했을 뿐만 아니라 45분 이상 뛴 선수 가운데 가장 정확한 패스 성공률 97%(88/91)을 기록하며 완승에 기여했다.
후반 32분에는 도미닉 솔란키가 쐐기골로 승리를 자축했다. 루카스 베리발이 올린 코너킥을 파페 사르가 헤더로 방향을 살짝 돌려놓았고, 솔란키가 문전에서 슬라이딩하며 골대 구석으로 공을 밀어 넣었다. 세리머니로 기쁨을 드러내는 솔란키의 옆에서 페드로 포로는 결장한 손흥민을 대신해 '찰칵 세리머니'를 펼쳐보였다.
손흥민의 결장에도 불구하고 토트넘은 오히려 위기에서 결속력을 보여주며 브레넌 존슨, 데얀 쿨루셉스키, 도미닉 솔란키의 연속골로 3-0 완승를 기록했다. 존슨은 4경기 연속골, 솔란키는 3경기 연속골로 '득점 본능'을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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