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박순규 기자] 세트피스에서 승부가 갈렸다. 코너킥에서 결정력을 보인 튀르키예가 오스트리아의 돌풍을 잠재우고 8강에 진출, 네덜란드와 4강 진출을 다투게 됐다. 튀르키예는 16년 만에 8강에 올라 큰 꿈을 이어갔다. 오스트리아의 동화는 두 대회 연속 16강에서 막을 내렸다.
튀르키예는 3일 독일 라이프치히의 라이프치히 스타디움에서 열린 오스트리아와 2024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16강전 8경기에서 코너킥 상황에서 '멀티골(1, 59분)'을 터뜨린 메리흐 데미랄의 활약에 힘입어 2-1로 승리했다. 57초 만에 선제골을 넣으며 승리의 물꼬를 튼 튀르키예는 경기 종료 직전 골키퍼 메르트 귀녹의 슈퍼 세이브로 승리를 확정하고 8강 대열에 마지막으로 합류했다.
2008년 이후 16년 만에 8강에 오른 튀르키예는 오는 7일 오전 4시 네덜란드와 4강 진출을 다툰다. 튀르키예는 유로 2008에서 기록한 4강이 최고 성적이다. 과연 네덜란드와 8강전에서 16년만의 4강 진출을 이룩해낼지 주목된다. 네덜란드는 앞서 벌어진 16강전에서 에이스 코디 각포의 1골 1도움과 말런의 '멀티골' 활약에 힘입어 3-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유로 2024는 스페인-독일, 포르투갈-프랑스, 잉글랜드-스위스, 네덜란드-튀르키예의 8강 대결로 압축됐다. 당초 우승후보로 꼽히던 독일 프랑스 잉글랜드가 모두 8강에 올라 흥미진진한 녹아웃 스테이지를 이어가게 됐다.
튀르키예는 조별리그 최대 ‘이변의 팀’ 오스트리아를 상대로 볼 점유율에서 40%-60%로 밀렸으나 코너킥에서 2골을 넣으며 8강 티켓을 손에 넣었다. 랄프 랑닉 감독이 이끈 오스트리아는 조별리그 D조 최종전에서 네덜란드를 3-2로 제압하며 조 1위로 16강에 올랐으나 사상 첫 8강 진출을 앞두고 여정을 마무리했다.
빈센초 몬텔라 감독이 지휘한 튀르키예는 아르다 귈러를 최전방에 내세운 4-2-3-1전형을 바탕으로 경기에 나섰다. 오르쿤 쾨크취~케난 일디즈~바르쉬 알페르 일마즈가 공격 2선에 포진했고 칸 아이한~이스마엘 윅세키가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다. 페르디 카디올루~메리흐 데미랄~압둘케림 바르닥치~메르트 뮐뒤르가 포백진을 형성했고 메르트 귀녹이 골문을 지켰다.
오스트리아 역시 4-2-3-1전형으로 바탕으로 마르코 아르나우토비치~콘라트 라이머~크리스토프 바움가르트너~로마노 슈미트~마르셀 자비처~니콜라스 자이발트~케빈 단조~필리프 린하르트~필리프 음베네~스테판 포슈~파트리크 펜츠를 선발로 내세웠다.
팽팽한 긴장감은 킥오프 1분도 안 돼 깨졌다. 튀르키예의 오른쪽 코너킥 상황에서 문전으로 올린 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오스트리아의 첫 문제가 발생했다. 오스트리아 수비수가 걷어내려던 볼이 자책골로 연결될 뻔한 순간, 골키퍼 파트리크 펜츠가 간신히 쳐냈으나 문전의 데미랄이 놓치지 않고 선제골로 연결했다. 킥오프 57초 만에 기록된 토너먼트 최단 시간 골이었다.
메리흐 데미랄의 골은 유로 본선 역사상 두 번째로 빠른 골이다. 가장 빠른 골 6개 중 4개가 유로 2024에서 나왔다.
튀르키예는 후반 14분 또 한 번 세트피스 상황에서 추가골을 기록하며 오스트리아 추격에 찬물을 끼얹었다. 오른쪽 코너킥 상황에서 문전으로 띄워진 볼을 데미랄이 헤더로 연결, 멀티골을 기록했다. 튀르키예의 이번 대회 7골은 데미랄을 포함해 6명의 선수로부터 나왔다.
오스트리아는 후반 21분 코너킥 상황에서 미하엘 그레고리치의 만회골로 추격에 나섰으나 추가골을 기록하지 못하고 여정을 마쳤다. 오스트리아는 전체 슛에서 무려 21-6으로 앞서는 공격을 하고도 상대 골키퍼의 최종 관문을 뚫지 못해 아쉬움을 삼켰다. 미하엘 그레고리치가 넣은 골은 유로 2024의 100번째 골이었다.
튀르키예 골키퍼 귀녹은 후반 추가시간이 끝나갈 무렵 오스트리아 크리스토프 바움가르트너의 헤더 슛을 반사적으로 몸을 던져 막아내는 눈부신 선방으로 승리를 지켰다.
경기 최우수선수(Player of the Match)에는 멀티골을 터뜨린 메리흐 데미랄이 선정됐다.
튀르키예의 빈센초 몬텔라 감독은 "우리의 팀 스피릿은 마지막 순간까지 발휘됐다. 조별 리그 첫 경기에서 팀 스피릿에 약간의 혼란이 있었지만 여기서 그것을 되찾았다. 우리는 유로 2008에서 이긴 경기 수와 같은 성적을 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업적이다. 우리의 다음 상대는 네덜란드다. 정신적, 신체적 힘을 모아 우리의 길을 계속 따라갈 것이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의 랄프 랑닉 감독은 "우리에게 필요한 행운이 없었다. 경기가 연장전으로 갔다면 이겼을 거라고 믿는다. 오늘을 포함하여 우리가 치른 4경기는 매우 재미있었다. 이제 우리는 이것을 네이션스 리그와 월드컵 예선으로 가져가야 한다. 오늘 집에 가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우리는 여정을 계속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오스트리아는 1954년 FIFA 월드컵 이후로 주요 대회 녹아웃 경기에서 승리한 적이 없는 '징크스'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