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박순규 기자] ‘오렌지 군단’이 살아났다. 조별리그에서의 '실망'이 '기대'로 바뀌고 있다. 에이스 코디 각포의 1골 1도움과 교체 멤버로 '멀티골'을 터뜨린 도니얼 말런의 활약을 앞세운 네덜란드가 루마니아의 도전을 뿌리치고 8강에 합류하며 36년 만의 두 번째 우승 꿈을 키웠다.
로날드 쿠만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는 3일 독일 뮌헨의 뮌헨 풋볼 아레나에서 열린 2024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8강전 7경기에서 전반 20분 코디 각포의 선제 결승골에 이은 도니얼 말런의 후반 38분과 후반 추가시간(90+3) 연속 골에 힘입어 3-0 완승을 거뒀다.
2008년 이후 16년 만에 8강에 오른 네덜란드는 뒤이어 열리는 오스트리아-튀르키예전 승자와 오는 7일 오전 4시 4강진출을 다투게 된다. 승리의 물꼬를 트며 맹활약한 코디 각포는 대회 3호골을 기록하며 득점 공동 선두로 나섰다. 각포를 비롯한 독일의 자말 무시알라, 조지아의 조르지 미카우타제가 이번 대회 3골로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멤버로 투입된 도니얼 말런은 유로 토너먼트 경기에서 교체 선수로 골을 넣은 최초의 네덜란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네덜란드는 조별리그에서 D조 3위로 16강에 올랐으나 토너먼트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위다운 경기력을 보이며 관중석을 오렌지색으로 물들게 한 팬들의 성원에 보답했다. 루마니아 골문을 지속적으로 위협한 코디 각포는 전반 20분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수비수 한 명을 제친 뒤 오른발 슛으로 루마니아 골문을 뚫으면서 오렌지 군단의 부활을 알렸다.
추가골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렸으나 네덜란드의 완승에는 문제가 없었다. 후반 18분 각포가 다시 한 번 골을 만들며 분위기를 달궜다. 하지만 온 필드 리뷰(VAR) 결과 오프사이드로 판정돼 골이 취소됐다. 후반 38분 또 각포가 골을 만들어냈다. 왼쪽 골라인 밖으로 벗어나려는 볼을 상대 수비수와의 몸싸움 끝에 볼을 살려내며 골 마우스의 도니얼 말런에게 패스, 말런의 추가골을 끌어냈다. 말런은 후반 추가시간 추가골을 작렬하며 3-0 승리를 마무리했다.
네덜란드는 볼 점유율 65%-35%의 절대 우세를 보이며 전체 슛에서도 23-5, 빅 찬스에서 4-0으로 앞서며 경기 내용과 결과에서 모두 루마니아를 압도했다. 1988년 유로대회에서 첫 우승이자 유일한 우승을 기록한 네덜란드는 36년 만의 정상 탈환의 꿈을 계속 이어가게 됐다.
1골 1도움으로 경기 최우수선수에 선정된 코디 각포는 "전반적으로 우리 측의 좋은 경기였다. 상대가 강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경기장의 팬들이 훌륭해서 도움이 됐다. 골을 넣어야 했고, 그렇게 했다"면서 "물리치료사가 첫 골을 넣을 거라고 했는데 골을 넣었다. 그래서 그에게 달려가 골 세리머니를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에서 손흥민의 동료이나 루마니아 수비수 라두 드라구신은 "우리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슬프다. 우리는 더 오래 머물고 팬들을 다시 행복하게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자랑스럽고, 이 경험을 통해 무언가를 만들어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앞으로 더 나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네덜란드는 유로 2024에서 우승할 기회가 있으므로, 우리가 그랬던 방식으로 네덜란드와 맞붙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의 로날드 쿠만 감독은 "때로는 왜 형편없이 플레이하고 왜 높은 수준에 도달했는지 설명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오늘의 시작은 힘들었지만, 결국 우리는 우리의 경기를 찾았고 그들에게 문제를 일으켰다. 아마도 중요한 점 하나는 두 번째 골을 넣는 데 너무 오래 걸렸다는 것이다. 우리는 공격으로 루마니아에 큰 문제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네덜란드는 각포를 통해 6번의 유로 토너먼트에서 처음으로 전반전에 골을 넣은 뒤, 지난 유로 본선 8경기 중 6경기에서 2골 이상을 넣었다. 네덜란드는 이번 대회에서 총 7골을 넣었다. 말런은 유로 녹아웃 경기에서 교체 선수로 2골 이상을 넣은 3명의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다른 선수는 독일의 올리버 비어호프(1996년 결승에서 체코를 상대로 2골)와 서독의 디터 뮐러(1976년 준결승에서 유고슬라비아를 상대로 3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