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박순규 기자] 한국과 '120분 사투'의 후유증이었나. '신태용 매직'이 우즈베키스탄의 벽에 가로막혀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우승 후보' 한국을 8강에서 집으로 돌려보내면서 지난 1956 멜버른 올림픽 이후 68년 만의 올림픽 본선 진출을 노렸으나 후반 들어 급격한 체력 저하로 3~4위전 승부로 방향을 틀게 됐다. 공수에서 완벽에 가까운 조직력을 보인 우즈베키스탄은 결승 진출로 사상 첫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는 29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우즈베키스탄에 0-2로 져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전반을 0-0으로 마쳤으나 후반 들어 급격한 체력 저하로 후반 23분 쿠사인 노르차예프에게 선제골을 내준 뒤 후반 41분 아르한의 자책골이 나오면서 눈물을 흘렸다.
이로써 인도네시아는 또 다른 4강전인 일본-이라크전의 패자와 3~4위전을 펼쳐 이기면 2024 파리 올림픽 본선 티켓을 획득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갖게 됐다. 오는 7월 2024 파리 올림픽 아시아 최종 예선을 겸한 이번 대회에는 모두 3.5장의 본선 티켓이 걸려있으며 1~3위는 파리 올림픽 본선에 직행하게 된다. 4위는 아프리카 4위 기니와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펼치게 된다.
지난 2020년부터 인도네시아 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사령탑을 겸하고 있는 신태용 감독은 지난 1월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사상 첫 16강 토너먼트 진출의 역사를 만든 데 이어 U23 대회에서도 사상 첫 본선과 8강, 4강에 올랐으나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 부임 전 아시아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인도네시아는 이번 대회 8강에서 황선홍 감독이 지휘한 한국과 120분 연장 혈투에서 2-2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11-10으로 이겨 4강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인도네시아는 이번 대회 개최국 카타르와의 개막전에서 석연치 않은 심판 판정 속에 0-2로 패하며 불운한 출발을 했지만 '강호' 호주를 1-0으로 제압하고 반등에 성공한 뒤 요르단과 최종전에서 4-1 승리를 거두며 2승 1패 A조 2위로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세계 최초의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과 8강전이 최대 고비였으나 시종 우세한 경기를 펼친 끝에 기어이 4강 진출 티켓을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다.
인도네시아의 국가적 영웅으로 부상한 신태용 감독은 한국과 경기를 앞두고 3년 재계약에 합의했으며 이제 올림픽 본선 진출 티켓을 손에 넣을 수 있는 마지막 승부를 앞두게 됐다. AFC U23 아시안컵에서는 아직까지 동남아시아팀이 정상에 오른 적이 없다.
인도네시아의 축구사로 계속 새롭게 쓰고 있는 신태용 감독은 객관적 전력에서 앞선 우즈베키스탄과의 4강전에서도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며 승리를 노렸으나 한국전의 후유증을 끝내 극복하지 못 했다. 티무르 카파제 감독이 이끄는 우즈베키스탄은 4강전에 오른 4팀 가운데 유일하게 4전 전승으로 올라온 '강호'로 인도네시아 돌풍을 잠재웠다.
우즈베키스탄은 조별리그에서 3전 전승은 물론 10골 무실점의 공수 밸런스를 보이며 D조 1위로 8강에 올랐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8강전에서는 2-0 승리를 거두고 준결승전에 올라 지난 2018년 중국 대회 우승 이후 6년 만의 정상 탈환 꿈을 키워나갔다.
신태용 감독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우즈베키스탄-사우디아라비아 경기를 위해 경기장에 갔는데 우즈베키스탄이 안정적이고 조직적이며 규율이 잘 잡혀 있는 매우 좋은 팀이라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며 경계감을 나타냈다. 신 감독은 "그들을 지켜본 후 왜 그들이 12골을 넣고 한 골도 내주지 않는지 알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빠른 전환을 통해 경쟁에서 가장 강력한 팀 중 하나가 된다는 것"이라고 분석한 후 쉽지 않겠지만 몸 상태가 좋아서 좋은 결과를 끌어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한국과 8강전 승리 이후 하루의 회복 시간이 더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연장 120분 혈투를 치른 데다 승부차기 역시 키커 일순하는 피말리는 접전을 펼쳐 체력 회복 측면에서 큰 이점이 없었다.
인도네시아는 한국전에서 2골을 넣은 라파엘 스트라윅이 경고 누적으로 결장하면서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전반은 0-0으로 버텼으나 후반 들어 급격히 조직력이 붕괴되면서 실점을 허용했다. 후반 16분 페라이의 골이 VAR(비디오 보조 심판) 판독을 거쳐 오프사이드로 취소되면서 선제골을 내줬다.
후반 24분 우즈베키스탄은 오른쪽 공간을 돌파한 하마리에프의 크로스를 문전으로 쇄도하던 쿠사인 노르차에프가 왼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어 선제 득점에 성공했다. 우즈베키스탄은 무려 다섯 차례나 골대를 때리는 불운 속에서도 탄탄한 수비와 조직적 공격 연계 플레이로 무실점 승리 행진을 이어갔다.
우즈베키스탄은 후반 41분 쿠사노프의 헤더를 걷어내려던 인도네시아 수비수 아르한의 자책골로 점수 차를 2-0으로 벌렸다. 후반 39분 인도네시아 수비수 리도의 반칙으로 퇴장을 당한 상황에서 얻은 프리킥을 살리며 골로 연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