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박순규 기자] '빛현우' 조현우의 잇따른 선방으로 한국이 천신만고 끝에 승부차기승을 거두며 8강에 진출했다. 후반 추가시간 종료 1분을 남기고 패배 직전에서 조규성이 극적인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클린스만호는 연장 120분 혈투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승부차기에서 조현우의 선방쇼에 힘입어 4-2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2월 3일 호주와 4강진출을 다툰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은 31일 오전 1시(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 아라비아와 2023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16강전 6경기에서 지금까지 쓰지 않았던 스리백 카드를 들고나와 후반 추가시간 종료 직전까지 0-1로 끌려갔으나 후반 교체 멤버로 나선 조규성이 추가시간 10분 가운데 1분을 남긴 시점에서 헤더 동점골을 만들어 1-1을 기록하며 한숨을 돌렸다.
한국과 사우디는 선수들의 다리에 쥐가 날 정도로 120분 연장 혈투를 벌이고도 승부를 가리지 못하자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11m 러시안 룰렛의 영웅은 조현우였다. 조현우는 사우디의 3,4번 키커의 슛을 잇따라 막아내며 한국의 승리를 이끌었다. 선축에 나선 사우디가 잇따라 골을 넣지 못하는 사이 한국은 손흥민 김영권 조규성 황희찬이 깨끗하게 승부차기를 성공하며 64년 만의 아시안컵 정상 도전의 큰 고비를 넘겼다.
연봉 약 360억의 로베르토 만치니 사우디 감독은 한국의 4번 키커 황희찬이 킥을 준비하는 동안 배패를 직감한 듯 벤치를 떠나 '조기 퇴근'했다.
조규성은 이날 경기가 벌어진 에듀케이션 스타디움과 좋은 인연을 이어갔다.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가나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조규성은 조별리그 부진으로 마음고생을 했으나 드라마 같은 동점골을 '약속의 땅'에서 터뜨리며 클린스만호를 나락에서 구원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또 의외의 스리백 카드를 빼들었다. 조규성과 황희찬을 선발에서 제외하고 수비 숫자를 더 늘렸다.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에 도전하는 한국의 클린스만호는 '코리안 가이' 황희찬을 처음 선발로 내세울 것으로 전망됐으나 제외했다. 부진한 조규성도 처음 벤치에서 출발했다. 손흥민 이강인이 정우영과 함께 공격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았다.
4-4-2전형을 주로 써왔던 클린스만 감독은 스트라이커 조규성을 빼고 수비수 숫자를 한 명 더 두는 3-4-3 전형을 들고 나왔다. 한국이 처음 가동한 스리백 전형에 사우디 아라비아를 이끌고 있는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도 당혹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전반을 신중하게 운영했다.
하지만 한국 역시 양 윙백 설영우와 김태환을 이용한 사이드 공격 이외에 중앙에서 제대로 된 연계 플레이를 보이지 못해 살얼음판 0-0 승부를 이어갔다. 전반 41분 사우디의 왼쪽 코너킥 상황에서는 두 차례나 헤더 슛이 골대를 때리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후반 시작과 함께 사우디 교체멤버 압둘라 라디프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어렵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클린스만 감독은 3-4-3 전형을 바탕으로 사우디전 승리를 노렸다. 손흥민을 최전방에 배치하고 좌우 윙포워드에 정우영과 이강인, 미드필드진에 성영우 황인범 이재성 김태환을 내세웠다. 3백에는 김영권과 김민재 정승현을 세우고 골문은 조현우에게 맡겼다. 클린스만 감독은 조별리그에서 4-4-2 전형을 주 포메이션으로 활용했으나 수비숫자를 늘린 3-4-2-1 포메이션은 처음 선을 보였다.
사우디를 꺾은 한국은 오는 2월 3일 오전 0시 30분 8강전에서 호주와 맞대결을 펼쳐 4강 진출을 다툰다. 호주는 지난 28일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에 4-0 대승을 거두고 일찌감치 8강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