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8호골' 황희찬 EPL MOM...'다시 보자' 달라진 득점력


6일 EPL 15라운드 번리와 홈경기 풀타임 출장, 전반 42분 1-0 승리 결승골
리그 8골 2도움, 시즌 9골 2도움 기록

울버햄튼의 코리안 가이 황희찬(가운데)이 6일 번리와 EPL 15라운드 홈경기에서 전반 42분 선제 결승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울버햄튼=AP.뉴시스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주머니 속의 송곳이 드디어 옷을 뚫고 존재감을 보이는 것일까. '코리안 가이' 황희찬(27·울버햄튼)이 몰라보게 달라진 골 결정력을 앞세워 '몰리뉴의 해결사'로 거듭나고 있다. 벌써 리그 8호골, 시즌 9호골(2도움)을 터뜨리며 내로라하는 월클 스타들과 득점 경쟁을 펼치는 하이 레벨 위치로 올라섰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울버햄튼 원더러스의 공격수 황희찬은 6일 오전(한국시간) 영국 울버햄튼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번리와 2023~2024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5라운드 홈 경기에서 전반 42분 선제 결승골을 터뜨려 1-0 승리를 끌어냈다.

3-4-3 전형의 오른쪽 포워드로 선발 출장한 황희찬은 스리톱의 콤비네이션 플레이로 몰리뉴 홈팬들을 열광시켰다. 0-0의 팽팽한 균형이 이어지던 전반 42분, 전방 압박으로 번리의 공격을 차단한 울브스가 절호의 득점 기회를 잡았다.

볼을 잡은 왼쪽 포워드 파블로 사라비아가 중앙의 센터 포워드 마테우스 쿠냐에게 연결하자 쿠냐는 노마크 위치에 있던 페널티 박스 오른쪽의 황희찬에게 곧바로 패스하면서 득점 가능성을 높였다.

번리전에서 1-0 결승골을 기록하면서 프리미어리그 사무국 선정 MOM에 오른 황희찬./EPL

물이 흐르는 듯한 패스를 받은 황희찬은 해결사로서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곧바로 슈팅을 하는 대신 한 번 슛을 하는 듯한 속임 동작을 한 뒤 상대 수비수들의 중심이 무너지자 진짜 오른발 대각선 슈팅을 시도해 골망을 흔들었다. 예전과 달라진 황희찬의 페널티 박스 안에서의 결정력이 돋보인 순간이었다.

번리의 골키퍼 트레포드는 황희찬의 1차 페인트 슛 동작에 속아 무게 중심이 무너졌고, 수비수들도 황희찬의 침착한 슛을 대비하지 못 했다. '황소'란 별명처럼 저돌적 돌파로 득점 기회를 만들고도 마지막 결정적 피니시를 하지 못해 허탈함을 자아냈던 예전의 황희찬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오른발로 가볍게 밀어넣어 골을 만든 황희찬은 이번 시즌 팀 내에서 가장 많은 리그 8호골을 기록하며 EPL 입성 후 처음으로 리그에서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에 성공했다. 8골 2도움으로 2021~2022시즌 5골 1도움, 2022~23시즌 4골 3도움을 넘어 처음으로 공격 포인트 10개를 돌파했다. 리그컵을 포함하면 이번 시즌 9골 2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번리 선수들과 볼을 다투고 있는 황희찬(맨 오른쪽)./울버햄튼=AP.뉴시스

황희찬은 올 시즌 넣은 9골 중 6골을 홈에서 터트려 '몰리뉴의 해결사'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 10월엔 1972~1973시즌 존 리차즈 이후 처음으로 울버햄튼 소속 홈 6경기 연속 득점 기록도 세웠다. 그는 지난 시즌 마지막 홈 경기였던 에버튼전을 시작으로 홈에서 열린 브라이튼, 뉴캐슬, 리버풀, 맨시티, 아스톤 빌라, 뉴캐슬전까지 계속 골망을 흔들었다.

황희찬은 8골로 EPL 득점 순위에서도 4위로 올라섰다. 맨체스터 시티의 엘링 홀란이 14골로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황희찬은 올리 왓킨스(빌라), 재로드 보웬(웨스트햄)과 함께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렸다. 3위 손흥민(9골)과 격차는 단 한 골이다.

경기 후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팬 투표로 선정되는 MOM(Man of the match)으로 황희찬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황희찬은 팬 투표에서 무려 83.5%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2위에 오른 울버햄튼 수문장 벤틀리(6.4%)를 약 80% 차이로 크게 따돌렸다.

2023~2024시즌 EPL 득점 랭킹. 붉은 네모 안의 손흥민과 황희찬이 3,4위를 달리고 있다./EPL

EPL 사무국은 "황희찬의 전반전 득점이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차이를 만들었다. 그는 리그 8번째 골을 넣었고, 울버햄튼은 홈에서 열린 PL 5경기 무패를 달렸다"라며 "황희찬은 골문 하단 구석에 공을 넣기 전에 침착함을 자랑했다"라고 칭찬했다.

황희찬은 지난달 28일 풀럼과의 13라운드 경기에 이어 2경기 만에 공식 최우수 선수로 뽑히며 기쁨을 더했다. 풀럼전에서 황희찬은 직접 페널티킥을 얻어내 깔끔하게 성공시켜 최우수 선수로 선정됐지만 팀이 2-3으로 패해 웃지 못했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도 황희찬에게 평점 7.8점을 줬다. 이날 경기에 뛴 양 팀 선수 중 가장 높은 점수다. 황희찬은 90분 동안 1골, 슈팅 2회, 패스 성공률 64%(16/25), 키패스 1회, 리커버리 3회 등을 기록했다. '후스코어드 닷컴'과 '소파스코어'는 나란히 7.2점을 부여했다.

올버햄튼의 게리 오닐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예상했던 대로 진행됐다. 난 우리가 더 많은 것을 만들고, 더 유연해지기를 바랐다. 하지만 번리는 수비적으로 조직돼 있어 이를 헤쳐나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경기력에 정말 만족한다. 번리는 좋은 팀이고 이 리그의 많은 팀들에게 시험대가 될 팀이다. (그런 팀을 상대로 거둔) 큰 승리다"라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훌렌 로페테기 감독 뒤를 이어 새롭게 부임한 게리 오닐 감독은 황희찬을 중용하며 리그 15경기 5승 3무 7패 승점 18점으로 리그 12위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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