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박순규 기자] '소림 축구'는 또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 '골든 보이' 이강인(22·파리 생제르맹)의 중국전 활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경기는 이강인의 첫 A매치 중국전인 데다 4경기 연속골 기록 여부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1일 오후 9시(한국시간) 중국 광둥성의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홈팀 중국과 2026 FIFA(국제축구연맹)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원정 2차전을 갖는다. FIFA 랭킹 24위의 한국은 79위의 중국에 객관적 전력에서 앞선 데다 역대 전적에서도 21승 13무 2패로 압도적 우위를 보여 연승가도를 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객관적 열세를 홈팬들의 열광적 응원을 바탕으로 저돌적인 거친 축구를 펼 것으로 보여 주축 선수들의 부상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실제로 '쿵푸 축구' '소림 축구'로 불리는 중국의 거친 축구는 지난 16일 태국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두며 옐로 카드 4장을 포함한 반칙 17개를 범했다.
중국은 그동안 '공한증'의 대상인 한국과 경기에서 거친 태클로 한국 선수들에게 치명적 부상을 안겨 국내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지난 1998년 6월 4일 열린 중국과 A매치 친선전에서는 프랑스 월드컵 출격을 앞둔 황선홍이 상대 골키퍼의 살인적 태클에 무릎인대가 끊어져 본선 무대에 출전하지 못 했다.
지난 6월 중국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대표팀 간 한중 평가전에서도 엄원상(울산), 조영욱(서울), 고영준(포항) 등이 부상을 당했다. 엄원상은 발목 인대가 크게 손상돼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이 불발될 뻔했다.
몸싸움이 불가피한 축구에서 부상 위험은 항상 있지만 상대 선수를 존중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부상을 유발하는 파울은 과감히 경기장에서 추방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축구는 항상 상대 선수들을 긴장케 한다. 주심의 경기 운영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또 클린스만호의 승리를 위해선 A매치에서 처음 중국전에 나서는 이강인의 창조적 플레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강인은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U-23팀의 지난 10월 1일 중국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8강전(2-0승)에서 후반 16분 교체멤버로 투입돼 한 차례 경기를 가진 적이 있지만 A대표팀에서는 단 한 번도 중국과 경기를 치른 적이 없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한 후 다시 대표팀에 복귀한 이강인은 지난달 튀니지전과 베트남전에서 각각 2골, 1골 1도움씩 기록한 뒤 싱가포르전에서도 1골 1도움을 작성하며 3경기 연속골로 A매치 4골 2도움을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닻을 올린 클린스만호는 출범 5경기 동안 3무 2패로 승리를 거두지 못 하다가 9월 사우디 아라비아와 친선경기에서 1-0으로 이기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뒤 이강인의 눈부신 활약에 힘입어 4연승을 달리고 있다. 상대 수비를 순식간에 무력하게 만드는 뒷공간 패스와 침투 패스가 클린스만호 득점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북중미 월드컵 대장정의 첫 경기였던 싱가포르전에서도 클린스만호는 의외로 초반 고전했지만 이강인의 환상적인 대각선 크로스 한 방으로 득점포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싱가포르의 ‘텐 백(전원수비)’을 무너뜨린 이강인의 '레이저 크로스는' 조규성(미트윌란)의 선제골로 연결되며 5-0 승리의 기폭제가 됐다.
이강인이 주발인 왼발뿐만 아니라 오른발까지 자유롭게 쓰면서 대표팀의 공격 옵션은 더 다양해졌고 손흥민 황희찬 조규성의 득점력도 빛을 발하고 있다. 한국은 최근 3경기에서 이강인이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4골 2도움)를 기록하는 동안 15골을 퍼붓는 공격력을 자랑하며 3경기 연속 4골 차 이상의 승리를 거두는 기록을 세웠다.
한국은 이번 경기에서 승리해 2연승을 거둔다면 조 2위까지 가능한 3차 예선 진출 가능성을 크게 높이게 된다. 이번 중국전은 한국의 2023년 마지막 A매치다.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은 중국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올해 유종의 미를 거둘 계획이다. 클린스만호는 이후 내년 초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에서 63년 만의 우승을 노린다.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은 본선 출전국이 48개국으로 확대된 만큼 이번 아시아 예선은 4차 예선까지 진행된다. 2차 예선은 총 36개국이 참가해 4팀씩 9개 조로 나뉘어 진행되며, 각 조 2위까지 총 18개 팀이 3차 예선에 진출한다. 이후 3차 예선은 6개 팀씩 3개 조로 나뉘어 진행되고, 각 조 상위 2개국은 월드컵 본선 진출이 확정된다. 반면 각 조 3-4위 팀들은 4차 예선에 돌입해 아시아에 할당된 8.5장의 티켓 중 남은 진출권을 놓고 경쟁을 벌인다.
한국은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에서 싱가포르, 중국, 태국과 함께 C조에 편성됐다. 지난 싱가포르전에서 5-0 대승을 거둔 한국(승점 3점, 골득실 +5)은 조 1위에 올라있다. 중국은 1차전에서 태국에 2-1 역전승을 거두며 조 2위(승점 3점, 골득실 +1)로 한국을 쫓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중국 원정길에 오르면서 "상대가 거친 플레이를 한다고 해서 두려워할 필요 없습니다. 우리 것만 잘하면 문제없습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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