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박순규 기자] 스타는 위기에서 빛을 발하는가. 토트넘의 'NEW 캡틴' 손흥민(31)이 절체절명의 패배 위기에서 팀을 구원하며 시즌 첫 북런던 더비의 '영웅'으로 조명을 받았다. 자책골로 선제골을 내주고 페널티킥골로 추가골을 내준 상황에서 기록한 시즌 4,5호골은 팀을 패배에서 구원했을 뿐만 아니라 '안제 볼'의 기세를 계속 이어가는 기폭제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홋스퍼의 '캡틴' 손흥민은 24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스널과 2023~202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4-2-3-1전형의 원톱으로 나서 동료 실수로 인한 두 차례 실점을 원점으로 돌리는 리그 4,5호골을 잇따라 터뜨리며 2-2 무승부에 크게 기여했다.
시즌 초반 무패행진을 달리는 토트넘과 아스널은 이날 무승부로 승점 1점을 추가하며 나란히 4승 2무를 기록했지만 팀 순위는 내려앉았다. 2위를 달리던 토트넘은 4승 2무 승점 14로 4위, 아스널은 토트넘과 승점이 같았지만 골득실에서 뒤져 5위를 기록했다. 6전 전승의 맨체스터 시티가 승점 18로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리버풀이 5승1무 승점16으로 2위,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이 5승1패 승점 15로 3위를 마크하고 있다.
손흥민의 진가는 위기에서 빛을 발했다. 새로운 콤비 제임스 매디슨과 찰떡궁합을 자랑한 손흥민은 EPL에서 가장 격렬하고 흥미로운 더비로 꼽히는 '북런던 더비'에서 두 차례나 리드를 당하던 경기 흐름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전반 26분 만에 센터백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자책골로 0-1로 끌려가던 전반 42분 제임스 매디슨의 컷백을 논스톱 왼발 슛으로 골문을 열어 1-1로 경기의 균형을 맞췄다.
팬팽한 1-1 승부가 이어지던 후반 9분에는 또 다시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수비 도중 핸드볼 반칙을 범해 아스널 부카요 사카에게 페널티킥골을 내줬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결정적 실책을 범한 부주장 로메로를 구원한 선수는 바로 캡틴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아스널에 추가골을 내준 지 1분 만에 경기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는 환상적 폼을 보였다. 후반 10분 아스널 진영에서 볼을 가로챈 매디슨의 패스를 받아 정확한 슛으로 또 다시 아스널 골망을 흔들어 토트넘 팬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매디슨은 2개의 어시스트를 추가하며 이번 시즌 도움 4개로 울버햄튼의 페드로 네토와 함께 EPL 도움 랭킹 공동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일 번리와 4라운드에서 마수걸이 득점이자 해트트릭으로 득점포에 불을 붙인 손흥민은 이날 리그 4,5호골을 연달아 터뜨리며 EPL 득점 랭킹 2위로 도약했다. 1위는 맨체스터 시티의 엘링 홀란으로 8골을 기록하고 있다.
손흥민은 또한 유럽 무대 개인 통산 199호골을 기록, 200호골까지 단 한 골만을 남겨뒀다. 또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아스널을 상대로 7번째 골(EPL 6골·컵대회 1골)을 기록하며 '아스널 킬러'로서의 명성을 이어갔다. 손흥민은 2-2 균형이 이어지던 후반 34분 히샬리송과 교체됐다.
올 시즌 토트넘 지휘봉을 잡고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안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후반 34분까지 토트넘 공격을 주도한 손흥민과 매디슨을 빼고 포스트 플레이어 히샬리송과 피에르 에밀 호이비에르를 투입하며 다른 색깔의 공격 전술로 역전을 노렸으나 더 이상 골은 터지지 않았다.
유럽스포츠통계사이트 '소파스코어'는 손흥민에게 양 팀 통틀어 가장 높은 평점 8.7점을 부여했다. 아스널에선 선제골을 유도하고 페널티킥골을 성공시킨 부카요 사카가 8.5점으로 가장 높았다. 부카요 사카는 EPL 사무국의 팬투표 선정 맨오브더 매치로도 선정됐다. 사카는 42.6%, 손흥민은 39%의 지지를 받았다. 스포츠 통계 매체 '풋몹'도 손흥민에게 가장 높은 8.8점을 부여하며 '맨오브더매치'로 선정했다.
경기 후 EPL은 관심을 모았던 '북런던 더비' 경기 분석을 메인 뉴스로 다루면서 '아스널과 토트넘의 격동적이고 활기차고 재미있는 2-2 무승부는 두 라이벌의 무패 기록을 보존했지만 '안제 볼'에 용기를 불어넣은 안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두 감독 중 더 행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대담하고 공격적인 축구는 용기와 자신감이 필요한 고위험, 고수익 전략이며 선수들이 따르지 않거나 움츠러들면 전체 시스템이 무너지는데 이날 경기에서 토트넘은 그렇지 않았다는 점을 짚었다. 물론 그 중심에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선임한 '캡틴' 손흥민이 있었으며 심지어 두 차례의 골 모두를 스스로 기록하며 토트넘의 상승세에 앞장섰다. 이 부분이 바로 해리 케인의 공백을 메우며 2골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한 대목으로 평가된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것이 제가 선수들에게 주문하고 있는 경험이고, 우리가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팀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유형의 경험이다. 그늘에 있다고 해서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고개를 들고 태양을 보아야 한다"며 굽히지 않고 공격적 축구를 계속 해나갈 뜻을 밝혔다.
실제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해리 케인이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고 스트라이커 히샬리송이 극도의 부진을 보이자 손흥민의 원톱으로 세우는 4-2-3-1전형으로 초반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공격 축구는 리그 6경기에서 매 경기 2골 이상의 멀티골을 기록하며 토트넘 팬들을 열광케하고 있다. 토트넘은 6경기에서 15득점 7실점을 기록 중이다. 15득점 가운데 5득점을 손흥민이 기록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오늘 우리가 어려운 경기장에서 최고의 팀을 상대로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게임에 참여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고, 게임의 모든 요소를 보여줬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수비해야 할 때, 저는 우리가 정말 잘 수비했다고 생각했고, 축구를 했고, 실패했을 때에도 끈질기게 버텼다. 그것은 모두 강한 직업 윤리와 뛰어난 인품으로 뒷받침되는 훌륭한 일이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