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박순규 기자] 후반 추가시간 2분 만에 이뤄진 대역전 드라마! 포기를 모르는 공격 축구 일변의 '포스 매직'이 토트넘팬들을 춤추게 했다. '캡틴' 손흥민(31)은 비록 80분 출장에 그쳤지만 토트넘의 대역전승을 이끄는 발판을 다졌을 뿐만 아니라 부진을 면치 못하던 히샬리송의 부활을 누구보다 기뻐하는 '주장의 품격'을 보였다.
안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 홋스퍼는 16일 오후(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셰필드 유나이티드와 2023~202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5라운드 홈경기에서 옐로카드 13장이 오가는 격렬한 경기를 펼친 끝에 0-1로 뒤지던 후반 추가시간 히샬리송과 데얀 쿨루셉스키의 연속골을 앞세워 극적인 2-1 역전승을 거뒀다.
2주간의 A매치 브레이크를 마치고 홈팬들 앞에 다시 선 토트넘은 이날 전반 69%-31%의 압도적 볼 점유율과 슈팅 수 12-3, 유효슈팅 7-2의 절대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셰필드의 끈끈한 수비축구에 골문을 열지 못 하다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포스 매직'에 힘입어 역전 드라마를 끌어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용병술은 우세한 경기를 펼치던 후반 28분 하머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맞이한 패배의 위기 속에서 빛을 발했다. 5-2 대승을 거둔 4라운드 4-2-3-1전형의 선발 멤버를 그대로 기용한 스타팅 11을 선제 실점 후 대대적으로 교체하며 반격의 실마리를 풀었다. 번리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캡틴' 손흥민도 과감하게 교체아웃시켰다. 손흥민을 포함해 파페 사르, 마노르 솔로몬을 빼고 브레넌 존슨과 히샬리송, 이반 페리시치를 투입했다.
스타팅11과 전혀 다른 컬러의 공격 선수 구성으로 변화를 꾀하던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정규 경기시간 90분이 지나도록 셰필드 골문을 열지 못하자 다시 승부수를 던졌다. 폴 헤킹바텀 감독의 철저한 3-5-2전형의 수비 축구 벽을 뚫지 못하면 개막 후 3승 1무 무패행진에도 제동이 걸릴 판이었다. 후반 추가시간 12분이 주어지자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수비수 미키 판 더 펜과 페드로 포로를 빼고 피에르 에밀 호이비에르와 에메르송 로얄을 투입하며 공격력을 더 강화했다. 이 때가 후반 추가시간 4분과 5분이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승부수는 적중했다. 극적인 2분의 대역전 드라마가 펼쳐졌다. 역전의 시발은 지난 시즌 이적 이후부터 계속 골 결정력 부족의 논란에 시달렸던 히샬리송이 자리하면서 짜릿한 서사를 완성했다. 9월 A매치 기간 동안 브라질 대표로 나서면서도 경기력 부진을 보이며 눈물을 흘린 히샬리송은 90+8분에 극적인 헤더 동점골로 반격의 포문을 열었다.
히샬리송은 페리시치의 왼쪽 코너킥을 골에어리어 중앙에서 수비수를 따돌리고 니어 포스트쪽으로 이동하며 볼의 방향을 살짝 바꾸는 헤더로 꽉 닫혀있던 셰필드의 오른쪽 골문을 열었다. 히샬리송의 활약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동점골을 기록한 지 2분 만에 역전골을 어시시트했다. 90+10분 페리시치가 건네준 볼을 받아 클루셉스키에게 연결, 쿨루셉스키의 역전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이번 시즌 첫 골이자 첫 어시스트로 토트넘 선수들은 물론 팬들 모두를 기쁘게 했다.
선발 80분 동안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 하고 교체됐던 손흥민은 2-1 승리로 경기가 마무리되자 홈팬들의 성원에 답하는 세리머니에서 히샬리송의 등을 떠밀어 가장 앞에 서게 하는 등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6만 3000여 팬들 가운데 셰필드 원정 팬들을 제외한 토트넘 팬들은 선수들과 함께 승리의 순간을 만끽했다.
EPL 선정 '이달의 감독' 상을 수상하며 조명을 받고 있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결국 위기 속에서 진가를 드러냈다. 셰필드의 '육탄 방어'와 '침대 축구'를 뚫고 기어이 5경기 연속 경기당 2골 이상의 멀티골을 완성함과 동시에 '스릴러 경기'에서 대역전 드라마를 완성하면서 4승 1무로 2위를 지키는 용병술을 발휘했다. 토트넘은 이날 승리를 거둔 맨체스터 시티(5연승)에 이어 2위를 달리며 초반 돌풍을 이어갔다.
개막 후 5경기에서 4승 1무 승점 13(13득점 5실점)의 토트넘은 3위 리버풀과 골득실까지 +8로 동률을 기록하고 있으나 다득점에서 13-12로 앞서 2위를 달리고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경기 후 리뷰 인터뷰에서 "오늘은 꽤 좋은 일이 일어났다. 선수들의 반응이 너무 좋았다. 어려운 게임이었다. 데드타임이 많고, 중단도 많고, 흐름도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우리가 극복해야 할 문제이지만 특히 0-1로 끌려갈 때 선수들의 대처 방식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우리는 침착하고 명쾌한 정신을 유지했으며, 현재 일어나고 있는 모든 혼란을 고려하여 정말 좋은 방식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체제의 한국 대표팀에서 2경기를 소화하고 팀에 복귀한 손흥민은 대체로 무거운 폼을 보이며 80분 동안 29회 볼 터치와 3차례의 슛, 패스정확도 89%(16/18)를 기록했다. 축구통계매체 '풋몹'은 손흥민에게 스타팅 11 가운데 가장 낮은 6.5점을 부여했다. 결승골을 기록한 쿨루셉스키가 8.3점으로 MVP에 선정됐다.
'주포' 해리 케인이 이적한 시즌의 초반 5경기에서 의외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토트넘은 오는 24일 오후 10시 아스널과 EPL 6라운드 원정 북런던 더비를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