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박순규 기자] 전성기의 폼이 다시 살아났다. 폭발적인 드리블은 팀내 1위를 기록했고 상대 수비를 흔들어놓은 창조적 패스는 홈팬들을 열광케했다. 언론매체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비록 공격포인트는 없었지만 '캡틴 SON' 손흥민(31·토트넘)의 송곳 같은 90분 활약은 2년 10개월여 동안 억눌려 있던 '거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전 무승의 사슬을 끊어내는 원동력으로 작용하며 6만여 홈팬들에게 통쾌함을 선물했다.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은 20일 영국 런던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유와 2023~24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라운드 홈경기에서 4-2-3-1전형의 왼쪽 윙포워드와 스트라이커로 90분 풀타임 활약하며 창조적 패스와 드리블로 공격의 활로를 개척, 의미있는 2-0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새 시즌 팀의 주장으로서 나선 두 번째 경기에서 맹활약하며 첫승을 거둔 손흥민은 안제 포스테코글루 감독 데뷔 첫승, 맨유전 1무4패의 무승 사슬을 끊는 승리에 앞장서는 플레이로 호평을 받았다.
토트넘의 이날 승리는 우승 후보 맨유를 상대로 경기 전 열세 전망을 뒤집고 완승을 거둔 데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공격 지향의 전략 전술이 빛을 발했다는 점에서 더 의미를 갖게 했다. 토트넘은 공격의 절대 비중을 차지한 해리 케인의 개막 직전 이적 후에도 2경기 연속 2득점을 기록하는 공격력을 보였다. 특히 맨유를 상대로 그동안 우려됐던 수비에서 클린시트를 기록했다는 점은 올 시즌 토트넘의 앞날을 밝게 했다.
토트넘은 지난 13일 브렌트포드와 원정 개막전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케인 이적 공백 후에도 더 거세진 토트넘의 이 같은 공격력은 지난 2020년 10월 4일 맨유전 6-1 승리 이후 이어지던 1무4패의 무승 사슬을 끊고 1승1무를 기록하는 원동력이 됐다. 토트넘의 공격 축구에는 손흥민의 역할이 컸다. 손흥민과 절정의 콤비로 활약하던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후 그 역할을 대신한 브라질 국가대표 히샬리송이 2경기 연속 부진을 면치 못한 가운데 손흥민은 왼쪽 공간을 지배하며 토트넘 공격의 물꼬를 텄다.
손흥민은 90분 동안 드리블 4회로 팀 내 1위, 키패스 4회, 빅찬스 창조 1회, 패스 성공률 79%(30/38)를 기록하며 맨유 수비진을 괴롭혔다. 손흥민의 창조적 플레이는 각종 매체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유럽스포츠통계매체 '후스코어드닷컴'은 토트넘 공격수 가운데 최고인 7.7점을 부여하며 이날의 활약을 평가했다. 손흥민보다 앞선 선수는 선제 결승골을 기록한 미드필더 파페 사르(7.9점)와 선방쇼를 펼친 골키퍼 굴리엘모 비카리오(7.8점)뿐이었다.
'소파스코어' 역시 손흥민에게 4명의 공격수 가운데 최고인 7.9점을 줬다. 히샬리송은 최하인 6.4점에 그쳤다. 영국 매체 '풋볼 런던'은 손흥민에게 평점 7점을 부여하며 왼쪽 윙백 데스티니 우도지 및 2선 공격수 제임스 메디슨과의 연계 플레이를 높게 평가했다.
브렌트포드전에서 보여준 손흥민의 폼이 70% 정도에 불과했다면 맨유전에서는 90%에 달할 정도로 살아난 모습을 보였다. 손흥민은 슈팅을 한 개밖에 기록하지 못했지만 창의적 패스로 동료들의 능력을 끌어내는 '리더' 역할을 했다. 상대 수비벽을 뚫는 키 패스를 양 팀 합쳐 최다인 4개를 기록하며 승리의 초석을 다졌다. 전반 30분 왼쪽 돌파 후 페널티박스 안으로 송곳 같은 패스를 넣어 파페 사르의 왼발 슛을 이끌어냈으며 40분에는 페드로 포로에게 키 패스를 넣어 골대를 강타하게 만들었다.
호주 국가대표 사령탑 출신의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브렌트포드와 개막전에서 사용한 4-2-3-1전형을 토대로 공격축구를 지향하며 데뷔 첫승을 끌어냈다. 히샬리송을 최전방에 내세우고 손흥민~제임스 매디슨~데얀 쿨루셉스키로 공격 2선을 구성했으며 이브 비수마와 파페 마타르 사르를 미드필더로 기용했다. 포백에는 데스티니 우도지~미키 판 더 펜~크리스티안 로메로~페드로 포로가, 골키퍼로는 굴리엘모 비카리오가 나섰다. 오른쪽 풀백만 에메르송 로얄에서 포로로 바뀌었을 뿐, 큰 변화는 없었다.
무려 4명의 선수들이 데뷔전을 가진 브렌트포드전에서는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메디슨, 우도지 등이 큰 활약을 했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손흥민과 파페 사르의 날카로운 모습이 돋보였다. 특히 2경기 연속 선발 출전한 중원의 사르와 비수마는 공격과 수비의 고리 역할을 충실히 하며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에서 새롭게 두각을 나타내는 중원 조합으로 눈길을 끌었다.
파페 사르는 후반 4분 매디슨의 패스를 받은 쿨루셉스키가 우측면을 뚫고 내준 컷백이 상대 수비수 몸에 맞고 굴절되면서 앞으로 떨어지자 곧바로 왼발 슛으로 연결, 데뷔골을 터뜨렸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후반 25분 히샬리송과 우도지를 빼고 벤 데이비스와 이반 페리시치를 투입하며 추가골을 끌어내는 용병술을 보였다.
손흥민은 이후 최전방으로 이동하며 '손톱'으로 맨유 수비진을 압박했다. 교체 투입된 페리시치와 데이비스는 후반 38분 상대 자책골을 유도해냈다. 페리시치가 왼쪽에서 골에어리어로 내준 볼을 데이비스가 헛발질을 했지만 맨유 수비수 마르티네스가 걷어낸다는 것이 그만 빗맞으며 자책골로 연결됐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브렌트포드전에서 선제골(전반 11분)을 터뜨린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상대 선수와 부딪히며 고통스러워하자 전반 14분 만에 교체시키는 결단력을 보여준 데 이어 이날도 후반 히샬리송을 과감히 교체 아웃시키는 교체로 추가골을 끌어내는 등 공격 축구와 함께 단호한 모습으로 올 시즌 토트넘의 상위권 도약을 기대케 했다. 히샬리송은 교체에 불만을 표시했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무표정으로 제압하는 카리스마를 보였다. 맨유는 울버햄튼과 개막전 1-0 승리 후 연승을 노렸으나 토트넘에 발목이 잡혔다.
토트넘은 오는 26일 오후 8시 30분 본머스와 원정 3라운드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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