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박순규 기자] 아쉬운 승부, 그러나 젊은 선수들의 위업은 한국축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오른발의 마법사' 이승원이 동점골을 터뜨리며 김은중호의 '라스트 댄스'에 힘을 불어넣었지만 결국 4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이승원은 2019 폴란드 대회에서 '골든볼'을 수상한 이강인의 2골 4도움 기록을 넘어서는 3골 4도움으로 한국 축구사에 새 이정표를 마련했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한국의 U-20(20세 이하) 남자축구대표팀은 12일 오전 2시 30분(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라 플라타의 디에고 마라도나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스라엘과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3,4위전에서 0-1로 뒤지던 전반 24분 이승원의 페널티킥 동점골로 1-1의 접전을 이어갔으나 후반 체력적으로 열세를 면치 못한 끝에 세니오르와 칼라일리에게 연속 2골을 내주며 1-3으로 졌다.
한국은 비록 마지막 2경기에서 패하며 아쉽게 4위로 대회를 마무리했지만 아시아팀으로는 유일하게 8강에 오른 뒤 2회 연속 4강 진출의 위업을 이룩하며 한국 축구의 미래를 밝혔다. 김은중호의 캡틴 이승원은 스타 플레이어 없이 대회에 나선 선수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절묘한 킥으로 한국의 FIFA 주관 대회 사상 최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는 업적을 남겼다.
세트피스에서 날카로운 오른발 킥으로 강한 면모를 보인 이승원은 2경기 연속 PK골을 터뜨리며 7경기에서 3골 4도움 7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 2019 폴란드 대회의 이강인의 공격포인트(2골 4도움)를 경신했다. FIFA 주관 대회에서 한 선수가 도움 4개를 한 것은 이승원과 이강인뿐이며 도움 4개를 모두 세트피스(코너킥 3개, 프리킥 1개)로 기록한 것은 이승원이 역대 최초다.
한국은 4강전에서 이탈리아에 아쉽게 1-2로 패하며 이스라엘과 3,4위전에서 만났다. 첫 본선에 진출한 이스라엘은 준결승전에서 우루과이에 0-1로 패하며 3,4위전으로 밀렸다. 한국은 이번 대회 7경기에서 3승2무2패를 기록하며 4위를 차지했다. 이승원은 김은중호의 본선 첫 골과 마지막 골을 기록하며 한국의 아름다운 도전을 이끌었다.
서로가 부담 없이 적극적 공격을 펼친 양 팀은 초반부터 접전을 펼쳤다. 김은중 감독은 4-1-4-1전형을 바탕으로 이영준을 최전방에 놓고 배준호 강상윤 이승원 이지한을 공격 2선에 포진시켰다.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이찬욱을, 포백진에 배서준 김지수 최석현 박창우를 각각 내세워 호흡을 맞추게 했으며 골문은 김준홍에게 맡겼다.
한국은 전반 19분 란 빈야민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나 곧바로 동점골에 성공하며 팽팽한 균형을 이어갔다. 이스라엘의 란 빈야민은 페널티에어리어의 왼쪽에서 넘어온 크로스를 골마우스 오른쪽에서 논스톱 바이시클 발리킥으로 한국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의 오른쪽을 집중적으로 공략한 시블리의 돌파와 빈야민의 킥이 빚어낸 합작품으로 군더거기 없는 골이었다.
한국의 동점골 또한 이스라엘 선제골 못지않은 '장군멍군'의 공격력으로 '라스트 댄스'를 수놓았다. 전반 21분 이스라엘 오른쪽을 돌파한 이승원의 크로스를 페널티 박스 안으로 쇄도하던 배준호가 잡는 순간, 상대 수비수 일라이 파인골드에 밀려 넘어지며 페널티킥 파울을 얻어냈다. 바로 뒤에서 이 장면을 목격한 주심은 비디오 판독 없이 곧바로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명백한 페널티킥 반칙을 범하고도 계속 항의를 한 일라이 파인골드는 옐로카드를 받았다.
키커로 나선 이승원은 페널티킥 휘슬이 울린 후 잠시 동안 호흡을 고르며 방향을 고른 뒤 과감하게 가운데로 차 넣어 골망을 흔들었다. 이스라엘 골키퍼 멜리카는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으나 볼은 가운데 골라인을 통과했다. 이탈리아전에서 왼쪽으로 페널티킥골을 성공시킨 이승원이 골키퍼와 머리싸움에서 이긴 결과였다.
하지만 한국은 7경기를 치르는 동안 극심한 체력 소모를 겪어 이스라엘에 불 점유율을 내줬으며 강점인 기동력도 발휘하지 못해 '라스트 댄스'를 승리로 장식하지 못 했다. 김은중 감독은 체력적으로 지친 모습을 보인 선수들을 벤치멤버로 적극 교체하며 반전을 노렸다. 전반 39분 이지한을 강성진으로 교체한 데 이어 후반 15분 이찬욱 이영준을 빼고 황인택 김용학을 투입하고 후반 35분에는 배서준을 최예훈으로 교체하며 분투했지만 결국 이스라엘의 파상 공세를 막지 못 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별 기대를 받지 못했던 김은중호는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우승 후보 프랑스를 2-1로 제압하며 돌풍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1승2무 F조 2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한 한국은 16강전에서 에콰도르를 3-2로 꺾은 데 이어 8강에서는 나이지리아와 연장전 혈투 끝에 1-0 승리를 거두며 2회 연속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어게인 2019'에 도전한 김은중호는 강력한 우승후보 이탈리아를 상대로 준결승전을 펼쳐 0-1로 뒤지던 상황에서 이승원의 페널티킥 동점골로 1-1까지 만들었으나 후반 41분 시모네 파푼디에게 프리킥으로 결승골을 내줘 1-2로 패배하며 이스라엘과 3,4위전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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