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콘테 감독 '경질', 손흥민 잔여 시즌 활약 '호재'


27일 토트넘 구단, 콘테 감독 경질 발표
잔여 시즌 스텔리니 감독 대행 체제로
손흥민, 페리시치와 동시 출장 줄어들 듯

토트넘 사령탑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27일 중도하차하면서 손흥민(왼쪽)의 잔여 시즌 활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시즌 페리시치 중용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손흥민과 경기 중 교체되자 안아주는 콘테 감독./런던=AP.뉴시스

[더팩트 | 박순규 기자] 감독 경질은 슬픈 소식이지만 향후 활동에는 '청신호'로 작용할 전망이다. '클린스만호의 캡틴' 손흥민(31)이 한국에서의 두 차례 A매치 마치고 복귀하는 소속팀에서 새로운 사령탑과 함께 잔여 시즌을 치르게 돼 과연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손흥민의 소속팀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홋스퍼는 27일(한국시간)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콘테 감독과 상호 합의 하에 결별했다"며 안토니오 콘테 감독 경질을 공식 발표했다. 토트넘은 "남은 시즌은 크리스티안 스텔리니(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끌고 라이언 메이슨이 부감독을 맡게 된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탈리아 출신의 콘테 감독은 2021년 11월 토트넘 지휘봉을 잡은 지 17개월 만에 단 하나의 우승컵을 들지 못한 채 불명예스럽게 팀을 떠나게 됐다. 2021~2022시즌 도중 사령탑에 오른 콘테 감독은 데얀 쿨루셉스키와 로드리고 벤탄쿠르 영입으로 전력을 강화하고 손흥민을 적극 활용하면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4위를 기록함과 동시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는 성적을 내며 순탄한 출발을 보이는 듯했다.

콘테 감독보다는 스텔리니 감독 대행 체제에서 손흥민은 더 자신의 특기를 발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떨어질 수 없는 손케듀오의 골 세리머니./런던=AP.뉴시스

하지만 풀시즌에 돌입한 2022~2023시즌 들어서는 의욕적으로 영입한 선수들의 부진과 함께 전략 전술의 실패로 고전을 면치 못했으며 설상가상으로 선수들과 불화설까지 불거져 오는 6월 30일 계약 만료를 앞두고 지휘봉을 놓게 됐다.

콘테 감독은 지난 19일 EPL 최하위 사우스햄튼과 원정 경기에서 3-1로 앞서다 허무하게 3-3 무승부로 끝나자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팀이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 11명이 뛰는데 이기적인 선수들이 보인다"며 선수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또 "20년 동안 구단주가 있었는데 아무것(우승 트로피)도 얻은 게 없다. 이곳을 거쳐 간 감독들만의 책임인가"라며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을 겨냥하기도 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콘테 감독은 토트넘을 지휘한 1년 4개월 동안 76경기에서 승률 54.1%를 기록해 그가 이전에 맡았던 유럽 5대 리그 팀들에 미치지 못했다. 콘테 감독은 유벤투스(이탈리아)에서 151경기 승률 67.5%, 첼시(잉글랜드) 106경기 승률 65.1%, 인터밀란(이탈리아) 102경기 승률 62.7%를 기록했다.

한국축구의 에이스 손흥민이 지난 24일 클린스만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콜롬비아와 A매치 평가전에서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울산문수축구경기장=남용희 기자

콘테 감독의 중도 하자는 토트넘의 허약함과 구단의 실패 문화를 폭로한 사우샘프턴 경기 후 기자회견이 트리거가 됐지만 올 시즌 콘테 감독의 선수 영입 실패와 단조로운 전술 운영에도 기인한 바가 크다. 콘테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의 히샬리송을 비롯한 왼쪽 윙백 이반 페리시치 등을 영입했으나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콘테의 주 전술인 '윙백 축구'를 강화하기 위해 영입한 '애제자' 페리시치의 합류는 지난 시즌 아시아 최초의 EPL 득점왕을 차지한 손흥민의 부진까지 초래하는 부정적 요소로 작용, 경질의 빌미가 됐다. 윙어와 윙백을 겸하는 페리시치의 왼쪽 윙백 활용은 필연적으로 손흥민의 수비 부담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는 시스템으로 연결돼 손흥민의 공격 기회를 크게 제약하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 시즌 리그 35경기 23골(7도움)을 기록했던 손흥민은 올시즌 히샬리송과 페리시치 합류 이후 26경기에서 6골 4도움에 그치고 있다. 콘테 감독의 선수 기용과 경기 운영 방식에 대한 불만도 터졌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6000만 파운드(약 938억 원)라는 막대한 이적료를 발생시키며 토트넘에 입성한 히샬리송은 지난 9일 AC 밀란전이 끝난 후 "이번 시즌은 개떡 같다. 나는 뛰고 싶다. 이해하지 못하겠다. 나는 좋은 순간들을 보였지만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나를 다시 벤치에 뒀다. 그러더니 어제는 선발 11명에서 나를 테스트했고, 지금은 다시 벤치다"라고 콘테 감독을 저격했다.

토트넘은 올 시즌 EPL에서 15승 4무 9패(승점 49점)로 리그 4위다. 하지만 1위 아스널(승점 69점)과 격차가 20점이나 벌어져 있어 우승은 넘보기 어렵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와 리그컵, FA컵에서도 모두 탈락한 상태다. 잔여 시즌에서는 '톱4' 유지로 다음 시즌 UCL 연속 진출을 노리는 게 지금으로선 최선이다.

다행스럽게도 스텔리니 감독 대행은 콘테 감독보다 손흥민의 특기를 잘 활용하는 전략 전술을 펴고 있다. 손흥민에게는 호재다. 콘테 감독이 담낭염 제거 수술을 받으면서 팀을 떠나 있을 당시 감독 대행을 맡았던 스텔리니 수석코치는 페리시치 출장을 줄이는 대신 손흥민의 활동 반경을 넓히면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 바 있다.

더구나 콘테 감독의 경질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스텔리니 감독 대행은 콘테의 주 전술인 '윙백 축구' 대신 윙포워드를 적극 활용하는 스리톱 중심의 공격 전술을 펼 가능성이 크다. 윙백 역시 공격보다는 수비에 중점을 두고 공격수들의 활로를 열어주는 선수 기용을 할 것으로 보인다.

드리블 돌파와 킥이 뛰어난 손흥민은 클린스만호에서도 섀도 스트라이커로 '프리롤' 역할을 맡아 콜롬비아전에서 2골을 터뜨리며 웃음꽃을 피웠었다. 독일축구의 대표적 공격수 출신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대표팀 사령탑 데뷔전에서 손흥민의 능력을 100% 활용하기 위해 활동 반경이 넓은 정우영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 손흥민의 수비 부담을 덜어주면서 좋은 결과를 끌어냈다.

한국에서의 두 차례 친선경기를 치르는 동안 소속팀 사령탑 교체라는 대변화를 맞이한 손흥민의 잔여시즌이 기대를 모은다. 토트넘은 다음 달 4일 오전 4시 에버턴과 EPL 원정경기를 펼친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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