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박순규 기자] '펠레의 저주'인가. 월드컵의 '영원한 우승 후보' 브라질이 또 탈락하며 네이마르가 눈물을 흘렸다. 리오넬 메시의 "라스트 댄스'는 계속 이어지면서 아르헨티나는 4강에 올랐다.
'축구 황제' 펠레로부터 우승 트로피를 가져오라고 요청을 받은 브라질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8강전에서 마치 '펠레의 저주'에 걸린 듯 크로아티아 골키퍼의 신들린 듯한 선방에 가로막혀 1-1로 돌입한 승부차기에서 2-4로 져 4강 진입에 실패했다. '삼바군단의 에이스' 네이마르는 펠레와 같은 브라질 A매치 최다골 기록(77골)을 세우고도 8강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는 2-0으로 앞서다가 네덜란드의 반격에 연장까지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돌입한 승부차기에서 4-3승리를 거뒀다. 아르헨티나와 크로아티아는 오는 14일 오전 4시 결승 진출을 위한 준결승전을 펼친다. 10일 희비가 엇갈린 크로아티아-브라질, 네덜란드-아르헨티나 경기를 정리한다.
◆브라질 울린 크로아티아 골키퍼 리바코비치, 또 선방쇼...'펠레 기록' 네이마르 '눈물'
월드컵 3회 우승의 '레전드' 펠레가 우승팀을 예언하면 반대로 나타난다는 '펠레의 저주' 징크스는 또 현실로 나타났다. 암 투병 중인 펠레는 이번 카타르 월드컵 개막에 앞서 본인의 소셜미디어에 "우리(브라질)가 해피 엔딩으로 대회를 마감할 것이라 확신한다.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집으로 갖고 와라!"라며 브라질에 힘을 실어줬다. 브라질 선수들도 이번 대회에서 펠레를 위해 우승트로피를 가져가겠다며 의욕을 보였지만 결국 물거품이 됐다.
브라질은 10일 오전 0시(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크로아티아와 8강전에서 대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브라질을 '눈물바다'로 만든 주인공은 크로아티아 골키펴 도미니크 리바코비치였다. 리바코비치는 브라질 '월클 골키퍼' 알리송을 압도하는 '슈퍼 세이브'로 4강 진출을 이끌었다.
브라질의 치치 감독은 한국과 16강전에서 4-1 승리를 거둔 4-2-3-1 포메이션으로 크로아티아전에서 나서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 히샬리송, 비니시우스, 네이마르, 하피냐, 카세미루, 파케타, 다닐루, 실바, 마르퀴뇨스, 밀리탕, 알리송이 선발 출전했다. 하지만 브라질은 크로아티아의 끈끈한 수비와 골키퍼의 최종 방어라인을 뚫지 못 하고 0-0으로 전후반을 마친 채 연장에 돌입했다.
브라질 간판 네이마르는 연장 전반 추가시간에 선제골을 기록하며 브라질 역대 최다 득점자인 펠레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A매치 통산 77골을 완성했다. 파케타의 월패스를 주고받은 네이마르가 수비수와 골키퍼를 차례로 제친 뒤 오른발 슈팅으로 마침내 골문을 열었다. 리바코비치도 손을 쓸 수 없는 순간적 돌파에 의한 슛이었다. 브라질의 승리가 굳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크로아티아는 연장 후반 12분 브루노 페트코비치의 극적인 1-1 동점골로 균형을 맞춘 뒤 승부차기에서 대이변을 연출했다. 4명의 키커가 모두 성공하는 강심장을 보이며 우승 고지를 향해 진군했다. 골키퍼 리바코비치는 일본과 16강전에서 '선방쇼'를 펼친 데 이어 또 다시 브라질 선수들을 좌절케 했다.
.크로아티아는 첫 키커 니콜라 블라시치가 성공하며 리드를 잡고 브라질 호드리구의 첫 번째 시도를 리바코비치가 막아내며 승기를 잡았다. 리바코비치는 대부분 키커들의 킥 방향을 읽어내는 놀라운 감각을 보이며 브라질 네 번째 키커 마르퀴뇨스가 왼쪽 골포스트를 강타하는 실축까지 끌어냈다. 네 번째 키커까지 모두 득점에 성공한 크로아티아는 가장 먼저 4강에 올랐다.
이날 리바코비치는 브라질의 유효슈팅 1개를 막아내는 선방을 펼치며 크로아티아의 2회 연속 승부차기 4강 진출의 진기록에 앞장섰다. 크로아티아는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 덴마크전과 8강 러시아전을 모두 승부차기로 이겼다. 이번 월드컵 16강 역시 일본과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0 완승을 거두고 8강에 오른 뒤 브라질마저 승부차기로 잠재웠다.
브라질의 치치 감독은 충격의 8강 탈락 후 기자회견에서 사의를 밝혔다. 지난 2016년 6월부터 브라질 축구 대표팀을 이끈 치치 감독은 6년 반 동안 2019 코파 아메리카 우승 등 성과를 냈지만, 월드컵에선 두 대회 연속 8강에서 탈락했다.
◆'라스트 댄스' 이어간 메시, 네덜란드 반격에 '찬물'
메시의 메시에 의한 경기였다. 메시는 아르헨티나 고비의 순간, 스스로 총대를 메고 승부차기 1번 키커로 나서 승부의 추를 돌려세웠다. 아르헨티나는 10일 오전 4시(한국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네덜란드와 8강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돌입한 승부차기에서 극적인 4-3 승리를 거둬 우승까지 2경기를 남겨놓게 됐다.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에 나서 우승을 노리고 있는 메시는 선제골을 어시스트한 데 이어 페널티킥 추가골을 기록하고 승부차기에서 첫 번째 키커로 나서 성공하는 등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전반 34분 나우엘 몰리나의 선제골을 완벽한 송곳패스로 어시스트했다. 메시는 월드컵 토너먼트 통산 5번째 어시스트를 기록해 펠레(브라질, 4개)를 넘어섰다.
후반 26분 메시는 골까지 터뜨렸다. 마르코스 아쿠냐의 파울로 얻어낸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아르헨티나 역사상 최고 골잡이 중 하나인 가브리엘 바티스투타의 월드컵 통산 10골과 동률을 이뤘다. 이번 대회 4호골을 기록함과 동시에 월드컵 통산 기록을 10골 7도움으로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