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줌인] ‘중꺾마’,’알빠임?’… 월드컵發 희망 가득 ‘밈’ 열풍


대표팀 투혼으로 인한 감동 물결
결과보다 과정 중시하는 밈으로 발전

지난 3일 포르투갈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리그 3차전을 마친 뒤 권경원(왼쪽), 조규성(오른쪽) 선수가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문구가 적힌 태극기를 들고 있다./대한축구협회(KFA) 트위터 갈무리

[더팩트ㅣ선은양 인턴기자] ‘꺾이지 않는 마음’만 있다면 다른 건 ‘알빠임?’

지난 3일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리그 3차전(한국-포르투갈) 승리 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권경원(30·감바 오사카)과 조규성(24·전북 현대)은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문구가 적힌 태극기를 들고 활짝 웃었다. ‘강하고 어려운 상대를 만나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은 이 문구가 여러 번의 좌절 끝에 16강행 티켓을 거머쥔 한국 대표팀의 상황과 맞아 떨어지며 재조명 받고 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 언급된 게시물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찾아볼 수 있다./인스타그램 갈무리

이 문구를 줄여 부르는 ‘중꺾마’는 지난 9~11월에 열린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에서 ‘데프트’ 김혁규 선수가 이 종목의 세계 최강자 ‘페이커’ 이상혁 선수를 처음으로 꺾으며 등장했다. 김혁규 선수는 우승 이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저와 저희 팀의 우승이 저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 분들께 희망이 됐으면 좋겠고,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입니다"라고 적었고, 이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유행어처럼 번져나갔다.

‘중꺾마’가 이번 월드컵에서 인기를 끄는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년 전 2002 한일 월드컵을 뜨겁게 달구었던 응원 문구는 ‘꿈은 이루어진다’였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꿈을 이룬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 과정보다 결과에 무게를 둔 문구다. 반면 ‘중꺾마’는 결과보다는 과정에 의미를 둔다는 점에서 20년 사이 한국 사회 속 평가의 척도가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포르투갈 이기면 되는 거 아님? 트위터 글 내용./트위터 갈무리

그런가 하면 온라인 상에서는 ‘알빠임?’이라는 밈(meme·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콘텐츠)도 함께 인기를 끌었다. 시작은 한 트위터 유저의 트윗이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조별리그 1,2차전이 1무 2패로 끝나자 16강 진출을 쉽사리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무조건 승리해야하는 3차전의 상대가 세계축구연맹(FIFA) 랭킹 9위의 강팀 포르투갈이었기 때문이다.

이때 한 트위터 유저가 ‘포르투갈 이기면 되는거 아님?’ 이라는 트윗을 남겼고, 포르투갈이 우승후보라는 답글이 달리자 트위터 유저는 이내 ‘알빠임?’ 이라는 답글을 남겼다. ‘알빠임?’은 ‘네가 누군지 내가 알 바가 아니다’의 줄임말이다. 이 답글에서는 ‘포르투갈이 강하든 말든 우리가 알 바 아니다’는 맥락으로 쓰이며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 트위터 내용을 한국 축구 대표팀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누리꾼들의 반응도 줄을 이었다.

‘알빠임?’ 역시 월드컵 이전부터 온라인 상에서 유행하던 유행어였지만 월드컵을 계기로 더욱 화제가 되었다. 유행하던 트위터 내용을 한국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보았을지는 알 수 없지만 한국 축구 대표팀은 ‘알빠임?’의 자세로 브라질을 상대했고, 세계적인 포르투갈 선수들에게 굴하지 않으며 우리만의 경기를 펼쳤기 때문이다.

‘알빠임?’은 과잉 경쟁 사회에서 경쟁자에게 뒤처질까 두려워하는 MZ세대들이 스스로에게 용기를 불어넣기 위해 만든 유행어다. 나보다 강한 경쟁자를 만나더라도 포기하지 말자는 의미다. 그리고 한국 축구 대표팀이 이를 실현해 보였다. 강한 상대를 만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내 할 일을 한다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교훈을 축구 팬들에게 선사했다.

중꺾마, 알빠임이 언급된 게시물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찾아볼 수 있다./트위터 갈무리

두 문구는 잠깐의 ‘밈’을 넘어 올해의 유행어가 될 전망이다. SNS 상에서 두 유행어를 언급한 게시물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22년 ‘오히려 좋아’와 ‘가보자고’를 잇는 새로운 시대정신이 이번 월드컵을 통해 생겨났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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