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상빈 기자] 세계 최강 공격력을 자랑하던 무적함대가 '아프리카 태풍'을 만나 침몰했다. 스페인은 승부차기에서 단 하나의 슛도 성공시키지 못 하며 모로코에 8강 티켓을 넘겨줬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최대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대한민국과 같은 H조에서 1위로 16강에 오른 포르투갈은 잠재된 힘을 폭발하며 스위스를 대파했다. 이로써 사상 처음 중동에서 겨울월드컵으로 치러진 카타르 월드컵 8강은 유럽 5팀(프랑스 잉글랜드 네덜란드 포르투갈 크로아티아) 남미 2팀(브라질 아르헨티나) 아프리카 1팀(모로코)으로 결정됐다. 이베리아반도 두 팀의 희비가 엇갈린 16강 마지막 두 경기를 정리한다.
◆ 모로코發 태풍, 스페인 집어삼키다
벨기에, 크로아티아와 F조에서 경쟁한 모로코는 예상을 뒤엎고 조 1위(2승 1무)로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16강 상대가 스페인으로 결정 나자 모로코의 전진이 무적함대에 가로막힐 게 당연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룹 스테이지에서부터 불어온 돌풍은 태풍으로 변모해 스페인을 집어삼켰다.
모로코는 7일 0시(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스페인과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을 치렀다. 정규시간과 연장전을 포함한 120분 동안 스페인과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모로코는 승부차기까지 가는 피 말리는 승부에서 3-0으로 앞서며 사상 첫 8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조별리그 E조 세 경기에서 9골(경기당 3골)을 터뜨리며 막강 화력을 자랑하던 스페인도 모로코의 질식 수비에 막혀 결정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볼 점유율 77%로 사실상 경기를 주도하고도 23%에 그친 모로코 골문을 뚫는 데 애를 먹었다. 오히려 유효 슈팅은 스페인(2회)이 모로코(3회)보다 적었다.
압도적인 볼 점유율에도 마무리 짓지 못한 빈공이 스페인을 운명의 영역으로 인도했다. 모로코엔 객관적 전력 차가 무의미해지는 승부차기에서 거함을 무너뜨릴 기회였다. 행운의 여신은 모로코 쪽으로 기울었다. 스페인이 3번 키커까지 모두 실축한 반면, 선축에 나선 모로코는 3번 키커를 제외한 세 선수가 모두 골망을 흔들면서 기나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 포르투갈, 스위스에 화력 과시
알 라이얀에서 모로코가 스페인을 꺾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얼마 지나지 않은 오전 4시. 루사일에 있던 포르투갈은 루사일 아이코닉 스타디움에서 스위스와 8강 문턱을 사이에 두고 만났다. 조별리그 H조에서 먼저 2승을 따내 한국과 3차전에 로테이션을 가동한 포르투갈은 스위스와 16강전을 여유롭게 준비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무적)가 선발에서 빠져도 포르투갈은 강했다. 신예 공격수 곤살루 하무스(21·SL 벤피카)가 전반 17분 선제골로 포르투갈에 리드를 안겼다. 33분엔 코너킥 기회에서 백전노장 페페(39·FC 포르투)가 헤더로 추가골을 터뜨렸다.
전반전을 2-0으로 마친 포르투갈은 후반 시작 6분 만에 하무스가 한 골을 더 뽑아내며 흐름을 다시 가져왔다. 후반 10분엔 하파엘 게레이루(29·도르트문트)가 포르투갈에 네 번째 골을 선사했다. 사실상 승부가 결정 난 상황에서 스위스 마누엘 아칸지(27·맨체스터 시티)가 후반 13분 만회골을 뽑아냈다.
1실점한 이후에도 포르투갈의 화력은 여전했다. 하무스가 후반 22분 해트트릭을 완성하며 팀 다섯 번째 골을 기록했다. 후반 추가시간엔 하파엘 레앙(23·AC 밀란)이 여섯 번째 골을 터뜨리며 6-1 대승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포르투갈은 11일 0시 알투마마에 자리한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모로코와 4강행 티켓을 놓고 8강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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