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고갈된 체력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한국은 힘이 빠졌고 브라질은 역시 강했다. 12년 만의 16강 진출이라는 1차 목표는 달성한 한국은 사상 첫 원정 8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전반에만 무려 4골을 연달아 내주면서 일찍 깨진 균형은 아쉬움을 남겼다. 월드컵에 첫 출전한 백승호(25·전북현대)의 원더골은 그나마 한국 축구에 희망의 불을 지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6일 오전 4시(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 전반 7분 만에 수비진이 무너지면서 비니시우스에게 선제골을 내준 것을 시작으로 36분 동안 무려 4실점, 후반 31분 백승호의 만회골에도 불구하고 1-4로 패배했다.
월드컵 10회 연속, 통산 11회 출전 기록을 세운 한국은 조별리그 H조에서 1승1무1패 2위로 기적의 16강 진출에 성공했으나 포르투갈과 최종전 후 76시간 만에 경기에 나선 체력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FIFA 랭킹 1위 브라질의 벽을 끝내 넘지 못했다. 2002 한일월드컵 우승 이후 20년 만의 정상 탈환을 노리는 브라질은 크로아티아와 오는 10일 오전 0시 4강 진출을 다투게 된다. 크로아티아는 연장 120분까지 1-1로 마친 뒤 승부차기에서 일본을 3-1로 제압했다.
한국은 브라질과 지금까지 8차례의 A매치에서 1승 7패를 기록했다. 월드컵에서는 처음 만나 쓰라린 패배를 안았다.
브라질은 초반부터 한국을 거세게 몰아 붙였다. '스타' 네이마르(PSG)를 포함해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 히샬리송(토트넘), 루카스 파케타(웨스트햄) 등 9명의 주전급 선수들이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휴식을 취해 충전한 체력으로 지친 한국을 압도했다. 브라질은 지난 3일 카메룬과 G조 최종전에서 0-1로 지면서도 주전 선수 대부분을 토너먼트 경기에 대비해 충분히 쉬게 했다.
이들은 비니시우스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골넣기 경쟁을 하듯 연이어 골을 기록하면서 한국과 격차를 더욱 벌려나갔다.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나선 하피냐(바르셀로나)의 개인기도 돋보였다. 한국은 왼쪽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한 황희찬(울버햄튼)이 브라질의 오른쪽 측면에서 고군분투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전반을 0-4로 마친 한국은 후반 들어 변화를 줬다. 손흥민을 투톱에서 왼쪽 윙포워드로 돌리는 포메이션으로 4-4-2에서 4-2-3-1로 바꾸고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소화한 김진수(전북현대), 정우영(알 사드)을 빼고 손준호(산둥 타이산), 홍철(대구FC)을 투입시켰다. 이후 한국은 서서히 격차를 좁혀가기 시작했다. 파울루 벤투 한국 대표팀 감독은 추가 실점을 불사하더라도 골을 노렸고, 전방의 손흥민(토트넘)과 조규성(전북현대)이 브라질 문전에서 골을 넣기 위한 투혼을 보였다. 다만 브라질은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 벽도 높았다.
한국은 후반 중반부터 백승호, 황의조, 이강인을 연이어 투입하면서 다시 활기를 불어 넣었다. 이 가운데 백승호는 후반 31분 25m 왼발 중거리슛으로 골을 터뜨려 자신의 월드컵 데뷔전에서 첫 득점이자 한국의 천금 같은 만회골을 넣었다. 이강인의 프리킥이 브라질 수비벽에 맞고 페널티박스 밖으로 흐르자 기다렸다는 듯 통렬한 왼발 슛으로 브라질 골망을 흔들었다. 백승호의 원더골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스페인의 골망을 흔들었던 황보관의 '캐넌슛'을 방불케 했다.
최종 스코어는 1-4. 한국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여정은 세계 최강 팀 브라질을 만난 16강전에서 마무리 됐다. 그러나 4년 간 준비한 한국 축구를 월드컵 무대에서 자신있게 선보인 우루과이전, 연이은 실점을 허용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동점까지 따라갔던 정신력을 보인 가나전, 9% 확률을 뚫고 기적의 역전 승리를 거둔 포르투갈전 등 조별리그를 통과하고 16강에 오른 기억은 축구팬에게 오래 기억될 전망이다.
한국의 탈락으로 16강에 오른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3개팀(한국 일본 호주)은 모두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일본은 앞서 열린 크로아티아와 16강전에서 마에다의 선제골로 앞서갔으나 후반 이반 페리시치에게 동점골을 허용한 뒤 연장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하면서 승부차기에서 1-3으로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