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또 '도하의 기적'이 일어났다. 한국이 마침내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의 대반전 드라마를 썼다. 최종전에서 포르투갈을 꺾고 우루과이가 가나를 꺾어야 16강에 진출하는 실낱 같은 희망과 바람이 실제로 카타르 도하에서 이뤄졌다. 마치 '약속의 땅' 도하에서 1993년 미국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룩했던 것처럼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한국축구대표팀은 3일 오전 0시(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포르투갈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최종전에서 전반 초반 선제골을 내줬으나 김영권 황희찬의 연속골로 기적 같은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1승 1무 1패 승점 4점을 기록, 2승 1패 승점 6점의 포르투갈에 이어 2위를 마크하며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같은 시간 가나와 최종전을 치른 우루과이는 2-0 승리를 거두고 1승 1무 1패 승점 4점으로 한국과 같았지만 골득실에서 0으로 같고 다득점에서 2골이 뒤져 조 3위로 탈락했다. 포르투갈에 승리한 한국 선수들은 한국-포르투갈 경기가 먼저 끝났기 때문에 경기를 마친 뒤 다같이 모여 추가 시간 8분이 주어진 우루과이-가나 경기를 마음 졸이며 지켜본 뒤 최종 적으로 2-0 스코어가 굳어지자 환호했다. 만약 우루과이가 한 골만 더 넣었다면 우루과이가 골득실에서 앞서 2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긴박한 상황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가나전 퇴장으로 벤치를 비운 가운데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 지휘로 경기를 치른 한국은 역대 월드컵 최종전 통산 10경기에서 3승 2무 5패를 기록했다. H조 2위로 16강에 오른 한국은 G조 1위가 유력한 브라질을 상대로 오는 6일 오전 4시 8강진출을 놓고 한판 승부를 펼칠 전망이다.
12년 만에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한 한국은 호주 일본에 이어 아시아축구연맹(AFC) 국가로는 세 번째로 16강 토너먼트에 올라 아시아 축구의 자존심을 세웠다. 이날 포르투갈에 선제골을 내줬지만 '카잔의 영웅' 김영권(울산현대)이 동점골을 넣었고, 이번 월드컵에 부상으로 한 경기도 나오지 못했던 황희찬(울버햄튼)이 교체 투입돼 역전골을 작렬시키며 'K드라마급' 반전 엔딩을 장식했다.
경기 초반은 포르투갈이 주도했다. 포르투갈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제외한 핵심 선수 4명에게 휴식을 부여하고 그간 경기에 뛰지 못한 선수들을 선발로 내는 파격 라인업으로 한국을 상대했으나 전반 5분 히카르두 오르타(브라가)가 선제골을 넣으며 강팀다운 면모를 보였다.
반드시 승리해야 16강 불씨를 살릴 수 있던 한국은 선제골을 내줬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전반 27분 이강인(마요르카)의 코너킥이 호날두의 어깨를 맞고 포르투갈 골문 앞에 떨어졌고 세컨볼에 집중력을 발휘한 김영권이 왼발 슛으로 포르투갈의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을 1-1로 마친 한국은 같은 시간 우루과이가 가나에 2-0으로 이기고 있었기 때문에 승리를 위한 골이 필요했다. 한국은 동점골을 넣은 김영권이 후반 33분 부상으로 교체돼 나간 후 황의조(올림피아코스)가 투입되며 조규성(전북현대)과 투톱을 세워 포르투갈을 강하게 몰아 붙였다.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한 포르투갈은 에이스 베르나르두 실바(맨체스터 시티)를 투입하며 한국에 맞섰으나, 양 팀은 후반 45분이 지나도록 득점에 성공하지 못했다.
전후반 90분이 모두 끝난 후 후반 추가 시간은 6분이 주어졌다. 그리고 결국 해줘야 하는 선수가 마침내 해냈다. 황희찬은 후반 추가 시간 1분 40여m를 단독 드리블로 포르투갈 골문을 향해 달린 손흥민의 스루 패스를 받아 벼랑 끝에서 한국을 구해내는 원더골을 터뜨렸다. 최종 스코어는 2-1. 한국의 기적적인 승리였다.